라오스 도정사업, “이제부터 시작이다”

- 연간 3모작이 가능하지만 쌀이 부족한 나라, 고급기술로 한국인이 선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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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투데이
2014-10-07 10:04
비엔티안 라오스--(뉴스와이어)--동남아시아는 전세계 최대의 쌀 수출국이 모여 있는 지역이다. 메콩강이 만나는 베트남 메콩델타지역을 포함해 캄보디아의 톤레삽호수를 중심으로 쌀 생산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연간 강수량이 많고 비옥한 토지와 2~3모작 등 벼 생산 조건이 매우 좋은 곳이다. 그러나 같은 지역이면서도 농업이 아직 미개발된 나라가 라오스다.

국가 통계로는 전체 국민의 반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매년 쌀 부족으로 주변국으로부터 수입하고 UN산하 국제식량프로그램(WFP)의 지원을 받는 나라다.

벼의 생장 조건인 일조량이 풍부하고 연간 강수량이 우리나라의 2배인 나라, 이론상으로는 매년 3.6모작이 가능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 년에 겨우 한번 밖에 벼농사를 짓지 못한다.

이는 우기에 집중되는 물을 가두고 적절한 시기에 사용할 수 있는 수리시설이 절대 부족하고 농업기술이 과학적이지 못한 결과다.

인구는 경기도의 반보다 조금 많은 700만 명에 불과하지만 쌀을 자급자족을 할 수 없어 주변국에서 수입해 모자란 부분을 채우고 있을 정도로 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생산량 증대다. 그러나 라오스는 생산량보다 더욱 절실한 것이 도정기술이다.

2013년 기준으로 라오스는 340만 톤의 벼를 생산해 산술적으로는 모든 국민이 먹고도 남을 양이지만, 낙후된 도정기술로 인해 손실되는 쌀이 더 많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라오스 정미소의 도정율은 약 49.5%로 1kg의 쌀을 도정했을 경우 먹을 수 있는 쌀은 겨우 500g이 채 나오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는 수준이다.

라오스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도정기계만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자급자족이 가능하다”면서 “도정기계가 발달한 선진국들이 라오스에 도정공장을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이렇다보니 원주민들은 추수철이 되면 나룻배가 물에 잠길 정도로 벼를 싣고 메콩강 건너 태국 정미소로 향한다. 이들이 이러는 것은 라오스보다 도정율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태국 정미소의 도정율은 60%수준에 불과하지만 배를 이용해 메콩강을 건너면 도정비용을 주고도 라오스에서 도정하는 것보다 많게는 5~6% 쌀을 더 가져올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그런데 최근 라오스에 선진 시스템을 갖춘 우리나라 도정업체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도정율 65% 이상을 자랑하고 길이와 색상까지 선별하는 최신 기술을 적용, 라오스에서 볼 수 없었던 완전미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들이다.

수도 비엔티안에서 북쪽으로 30여 km 떨어진 곳에 새롭게 들어선 찬사왕정미소는 100% 한국인 지분의 현지 도정공장이다. 연간 도정 능력은 벼 6천 톤, 쌀의 양으로는 4천 톤 이상을 이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다.

찬사왕 공장을 조성한 정찬운 대표는 외무부에서 근무한 인재로 밝은 미래가 활짝 열려 있었지만, 그는 안정된 미래를 포기하고 과감하게 라오스 도정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먼저 도정공장 부지를 임대하고 살이 벗어질 정도로 뜨거운 태양아래서 기초공사를 시작했다. 라오스 현지 직원들과 텐트를 치고 노숙하면서 한국산 도정기계를 수입, 완공하기 까지 걸린 시간은 약 2년. 1헥타르의 부지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당장 벼의 도정이 가능한 정미소를 어렵게 완공했다.

지금까지 라오스에서 보기 힘든 길이 선별기에 색체선별기까지 갖춘 최고급 사양의 도정공장이다. 그가 이처럼 도정 사업에 집착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현재 라오스 벼 매입 가격은 품종에 따라 톤당 400~450달러 수준이다. 이를 65% 도정 수준에 맞추고 쌀을 생산할 경우 판매되는 가격은 미강이나 왕겨 등을 제외하고 내수는 톤당 800~850달러, 수출은 1,100달러 이상을 받을 수 있다.

라오스 재래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쌀 판매가격은 kg당 8,500낍(한화 1,200원)에서 10,000낍으로 결코 저렴한 가격이 아니다. 여기에 조금 더 고급화시킨 라오스산 진공포장인 경우에는 15,000낍으로 생산관리만 잘하면 없어서 못 팔정도로 인기가 높다.

또 한국산 도정기계로 최고급 완전미를 만들 경우 라오스가 최저개발국가이기 때문에 각종 세금 혜택을 받아 유럽이나 중동으로 수출하기에도 매우 수월하다.

현재 유럽국가인 오스트리아 슈퍼마켓에서 판매중인 수입쌀(태국, 인도 등) 판매가격은 품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kg당 1.5유로(2,000원)에서 5.16유로(7,000원)에 팔린다. 특히 향미로 잘 알려진 태국산 호말리는 영국 등지에서 kg당 2파운드(3,400원)의 고가에 판매되고 있을 정도다.

찬사왕정미소 정찬운 대표는 “라오스는 우수한 종자개발에는 아직 투자하지 못하고 있지만 비료나 농약 없는 친환경 벼를 생산하기 때문에 국제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는다”면서 “우리나라 농업관련 단체나 코이카에서 종자관리기술을 보급하고 도정과 유통 및 보관을 현대화할 경우 생산량과 경쟁력이 훨씬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 년에 두 번 4월과 11월에 집중적으로 벼를 매입하는 시기여서 이 기간에 도정하면 국내는 물론 유럽 수출도 가능하다”며 “상품의 질이 낮을 경우 현지 군부대나 경찰청, 맥주공장 등에서 대량으로 필요로 하기 때문에 판매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공장을 완공한 그는 도정 사업을 함께 꾸려갈 사람이 필요해졌다. 현재 추수시기에 맞춰 남부지방에 3천 톤의 벼를 주문한 상태지만, 더 많은 벼를 수매하지 않으면 6개월 후 20%씩 수매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지금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도 따른다.

특히 전국을 다니다보면 도정공장을 비울 경우가 많아 사업을 함께 영위할 한국인 사업가가 절실히 필요한 상태다.

한편, 라오스는 쌀 자급자족과 농민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 곡창지대를 중심으로 6천톤급(컴팩트형) 도정공장 300개 이상이 필요한 나라다. 그러나 라오스 농림부 보고서에 따르면 아직까지 3만 톤급 대형 RPC는 보유하지 못하고, 그나마 컴팩트형 도정공장도 낙후된 시설로 도정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라오스의 도정 수준은 우리나라 60년대 수준으로 디딜방아가 보편화되고 현대화된 미곡처리 공장이 거의 없는 상태다. 우리나라의 발전 과정을 꼼꼼히 살펴보면 라오스 도정사업의 밝은 미래가 보이는 이유다.

찬사왕정미소 정찬운 대표 이메일 greenbp99@naver.com 전화번호 (856)20-5603-1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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