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PR)의 개념

홍보는 한자로 넓을 홍(弘) 알릴 보(報)의 합성어로, 널리 알린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 홍보는 중국에서 유래한 한자어 같지만, 실제로는 일본식 한자입니다. 한자 문화권에서 홍보라는 단어를 쓰는 곳은 한국밖에 없습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홍보라는 단어를 거의 쓰지 않고 광보(廣報)를 PR과 같은 뜻으로 사용합니다. 중국에서는 선전(宣傳) 또는 PR의 번역어인 공공관계(公共关系)라는 단어를 홍보 대신 사용합니다.

광고(廣告)는 일찍부터 광고가 발전한 일본에서 만들어졌지만, 한국, 중국, 일본에서 모두 똑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우리만 홍보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일까요?

홍보는 일제 시대에 일본에서 유래한 단어였는데, 해방 이후 국내에서 사용되다가 PR(=Public Relations)의 뜻으로 굳어졌습니다. PR을 홍보로 지칭하게 것은 PR에 대한 마땅한 대역어가 한글에 없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홍보라는 단어는 1886년 일본에서 홍보당(弘報堂)이란 신문광고대리점이 생겨 크게 성장한 데서 유래합니다. 이후 일본은 만주를 손에 넣기 위한 선전전을 위해 남만주철도 총재실에 홍보과(弘報課)를 두고, 1936년 만주홍보협회를 만들었습니다. 이 협회는 만주의 말단 행정 단위에까지 조직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일제 하에서 홍보라는 단어가 한국에서도 자연스럽게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홍보’라는 단어가 낯설었던 일제 강점기에는 ‘선전’이라는 말이 훨씬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한편 일본에서는 2차 세계 대전 패망 후 미군정이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퍼블릭 릴레이션스 오피스(Public Relations Office, PRO)를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상용한자에는 홍(弘)자가 없어 광보(廣報)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 일본에서는 광보가 PR이란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조선총독부가 1920년 발간한 '조선어사전'에는 ‘홍보’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1949년에 조선어학회가 발간한 '조선말 큰사전', 한글학회가 1958년에 펴낸 '큰 사전'에도 ‘홍보’라는 말이 없습니다. 한글학회가 1970년에 발간한 '새 한글사전'에 비로소 ‘피아르’라는 말이 등장했으나 ‘홍보’라는 말은 없다가, 이 학회가 1992년에 펴낸 '우리말 큰 사전'에서야 ‘광보’, ‘홍보’, ‘피아르’가 모두 등장했습니다.

광복 이후 한국에서는 홍보보다 공보(公報)라는 말이 흔히 쓰였습니다. 정부부처마다 공보실, 공보부가 생겼고 공보만 전담하는 공보처도 등장했습니다. 반면 민간에서는 홍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됐습니다. 특히 1970년부터 대기업마다 홍보실 조직이 생기면서 홍보담당자가 기자들을 자주 접촉하기 시작했습니다. 군사 정부가 민간 정부로 바뀌면서 각 정부 부처 공보(公報)실도 홍보담당관실로 명칭이 바뀌었고, 청와대에도 홍보수석이 생겼습니다.이후 사회 각 분야에서는 PR과 홍보를 같은 뜻으로 보는 경향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1997년 PR학자들이 결성한 학회의 명칭도 ‘한국홍보학회’였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홍보라는 단어 대신 PR, 커뮤니케이션이란 단어가 점차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한국홍보학회도 2009년 학회 회원의 의견수렴을 거쳐 학회 명칭을 한국PR학회로 바꾸었습니다. 학회가 홍보 대신 PR(Public Relations, 공중관계) 용어를 선택한 것은 PR 활동을 매스 미디어 중심의 언론 홍보(Publicity)에 한정하지 않고 공중관계학으로 재정립해 발전시키기 위한 취지입니다.

미국PR협회(PRSA)는 ‘PR은 조직과 공중이 서로 적응하도록 돕는다’는 기존 정의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2013년 공개 투표를 거쳐 ‘조직과 공중 사이에 서로 유익한 관계를 구축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라고 PR을 정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