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정부의 <국적 및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한국여성단체연합 의견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법무부가 지난 4일 입법예고한 ‘국적 및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제시하오니, 입법에 적극 반영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법안 및 등록부의 명칭

법안 및 등록부의 명칭에 ‘국적’과 ‘가족관계’만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호주제 폐지의 진정한 의의는 가족 내 권위주의와 가부장성을 민주주의와 평등이라는 새로운 가치로 바꿔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호주를 중심으로 한 가족단위 신분파악에서 벗어나, 국민 개개인별로 신분변동사항을 기록·관리하는 것이 이 법안의 핵심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법안 명칭에서 그 취지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법안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개개인의 신분 변동사항을 기록함으로써 가족관계 파악도 가능한 것인데, 법안 명칭으로 인해 마치 가족관계를 등록하는 것처럼 오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분등록은 당연히 내국인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국적’을 법안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국적에 관한 법률이 따로 있어서 이 명칭을 사용할 경우 국민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고 본다.

2. 관장 기관(제2조, 제3조, 제7조)

새로운 신분등록사무는 대법원이 관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적감독사무는 국민의 신분 및 재산·상속 등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준사법적 성격이 강한 사법행정사무로서 호적비송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법원에서 관장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신분등록사무를 법무부에서 관장할 경우 지방검찰청에서 이 업무를 관장·감독할 가능성이 큰 바, 국민의 신분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수사 목적에 활용될 우려가 크다. 국민의 신분권리관계에 관한 정보를 행정부처에서 독점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사법부에서 신분등록사무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80년 이상 법원이 호적사무를 관장·감독해오면서 필요한 모든 인적·물적 설비가 완비되어 있는데, 새로운 기관으로 위임하게 되면 신분등록담당공무원을 새로 배치하고 신분등록전산시스템의 연결을 구축하는데 불필요한 추가 비용이 소요되어 국고의 낭비가 초래된다. 새로운 신분등록제가 2008년 1월 시행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해도 이르지 않다.

3. 상세증명서 발급(제13조, 제14조)

상세증명서는 발급하지 말고, 가족증명서에서 배우자의 부모를 제외해야 한다.

상세증명서는 개인 및 가족의 신분관계를 모두 보여주는 신분등록원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기업체 등 신분관계증명서 수요처에서 상세증명서의 제출을 요구할 경우에는 본인이 발급받아 제출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므로 개인의 사생활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 또한 목적별로 세분한 증명방식의 취지가 반감되고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상세증명서 발급에 반대한다.

국가 등 행정기관은 이미 유관기관의 전산망 연계를 통해 민원사무에 필요한 호적정보를 바로 이용·확인할 수 있으므로 상세증명서의 발급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

개인의 신분관계 공시는 꼭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로 한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현행 호적에도 기재되지 않는 배우자의 부모를 새로운 가족증명서에 기재할 이유가 없으며, 이는 불필요하게 개인정보를 과다하게 공시하는 것이다.

4. 자가 모의 성 . 본을 따르는 경우(제49조제2항5)

子가 모의 성·본을 따르는 경우 출생신고서에 취지 및 사유를 기재할 이유가 없다.

지난 3월, 호주제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을 통해 子가 모의 성·본을 따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부성 강제조항을 해제함으로써 성·본 선택의 자유를 일부 보장한 진보적 조처였다. UN 여성차별철폐협약의 16조g항(가족姓 선택의 자유) 때문에 비준을 유보해왔던 한국 정부에게도 국제적 위상을 드높인 계기였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민법 제781조제1항의 단서 조항에 따라 혼인신고서에 그 내용을 기재하면 되는 것이지, 출생신고서에까지 그 취지 및 사유를 기재하는 것으로 확대·적용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는 결과적으로 모의 성·본을 따르는 자를 또다시 차별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므로 강력하게 반대한다.

무엇보다 이 사유 조항이 모의 성·본을 따를 수 있는지에 대한 허용 여부를 가리는 데 사용되는 것이 아니므로, 아무런 법적·행정적 필요가 없는 조항이라는 점이다. 부모가 자에게 부모 중 어느 일방의 성·본을 따르도록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 개개인의 선택이며 자유이므로, 국가에 그 사유를 알릴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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