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저렴한 노동력, 거대한 시장, 풍부한 자원. 중국 하면 떠오르는 수식어들이다. 다른 문제면 몰라도 무엇이 부족해서 문제가 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중국 시장. 그러나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예상 외로‘부족한 게 많아 고민’이라고 하소연을 한다. 조건에 맞는 인력이 없어 고민이고, 공장을 돌릴 에너지가 부족해 고민이고, 다만든 물건을 파는 것도 어려워 고민이다.

인력난 지속될 조짐

중국기업의 인력난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도시 지역 실업률은 4.2%, 청년 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높은 9%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얘기다. 하지만 중국의 각 지역별 노동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구직자수가 구인자수를 초과하는 전국 상황과는 달리, 상하이, 저장, 광둥 등 기업밀집지역에서는 구인자수가 구직자수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진출 한국기업 수만도 2천개가 넘는 이들 지역에서는 노동 시장이 공급자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동수요 급증이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 지난 1990년대 말 외국인 직접투자가 유입되면서 고성장 지역을 중심으로 줄곧 있어 왔던 현상이다. 이것이 최근 들어 문제로 대두된 것은 산업의 지지기반 역할을 해온 민공(民工, 농촌 출신의 단순노동인력)의 유입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이다.

그도 모자라, 이제는 일자리를 떠나는 민공이 늘고 있다. 민공들이 떠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민공의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더 이상 임금도 적고 일도힘든 노동집약형 업종에서 일하려 하지 않는다. 특히, 최근 가장“모시기”힘들다는 17~25세 여성 노동자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들에게 있어 공장은 이제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는 대기장소에 불과하다.

최근 농업세 감면 등의 정부정책, 농산물가격 상승 등으로 농촌 지역 수입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물가도 싸고스트레스도 없고 소득까지 오르고 있으니 고향이 낫다’며 아예 도시로의 이동을 꺼리거나, 농촌으로 되돌아가는 농민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노동자들의 임금 요구 수준이 높아진 데다 최근 최저 임금도 올라 근로자들의 임금은 빠른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높은 임금을 주기 어렵고 노무 환경도 열악한 중소기업들은 인력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노동집약적인 사업 분야는 임금 수준이 낮은 내륙지역으로의 진출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고급인력 시장도 마찬가지다. 조건에 맞는 인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의 올해 대졸자수는 31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대졸자 중고급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인력은 많지 않다는게 시장의 반응이다. 지난달 발표된 맥킨지(McKinsey)의 보고서 “Addressing China’sLooming Talent Shortage”에 의하면, 한국기업을 포함한 83개 기업 인사담당 임원들은 중국 대졸자들 가운데 외국계기업에서 근무할 수 있는역량을 갖추고 있는 인재는 고작 10%도 되지 않는다고 까지 평가한 바 있다. 고급기술인력 부문도 상황은 비슷하다. IT, 인터넷, 휴대폰, 게임 등의 분야에서 R&D 전문인력 부족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 가운데 능력 있는 소수의 인재를 확보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노동 환경의 선진화가 급선무

고급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복지 시스템을 포함한 기업 환경 선진화에 힘써야 한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우선 영어 상용화가 급선무다. 중국어나 한국어만 사용해서는 고급인재를 유치하기가 어렵다. 중국인들이 중국기업이 아닌 외국계기업에 취직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외국과 같은 근무 환경’이라는 요인이 가장 크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똑똑하고 성실한 10%의 인재를 유치하고 싶다면, 복지, 업무의 합리성, 외국어 사용 등의 측면에서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내수판매 시장

지난해 중국의 소비증가율은 9.4%. SARS의 영향을 받았던 지난 2003년에도 6.4%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을 보면 중국의 내수 확대가 얼마나 빨리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시장을 두고‘시장이 작아제품을 팔 수가 없다’니, 그 이유는 어디에 있나?

기업들이 느끼는 이“작은 시장”은 다름 아닌 시장의 공급 과잉에서 비롯된다. 로컬 기업의 다각화 및 글로벌 기업의 중국 시장 U-턴 현상등으로 시장 진입 기업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있다. 이로 인해 기존의 일반 제품 분야는 물론 프리미엄급 혹은 첨단 제품군에서조차 가격 하락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에어컨 시장을 예로 들면, 올해 예상되는 에어컨 수요는 약 2000만대인데 비해 수출을 제외한 내수공급은 4000만대가 넘는다. 이로 인해 2002년 5,391위안이던 프리미엄 에어컨 가격은 지난해 거의 4,000위안 수준으로 까지 떨어졌다.

여전히 높은 저축률도 시장이 기대만큼 확대되지 않는 한 이유다. 노후연금과 같은 각종 사회보장체제의 미비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조장되면서 장기저축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굳이 취약한 사회보장시스템 때문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중국인들은, 현재는 조금 참더라도 미래를 대비해 비축하는 습성이 있다. 지금은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버스만 타고 다니더라도 나중을 위해 돈을 모아두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그저“습성일 뿐”이라고 이야기하는 이 같은 이유로, 저축률을 끌어내리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새로 성장하는 시장에 주목할 필요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기업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치열한 원가 경쟁에서 한 걸음물러나 최근 성장하고 있는 새로운 시장을 살펴보면 해답이 보인다.

첫째, 소비 증가의 중심축, 프리미엄 시장에주목해야 한다. 현재 중국에서 고가품 소비가 가능한 고소득층은 전체 도시 가구의 약 13%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향후 베이징 올림픽이나 자동차 대중화 단계를 거치면서 급격히 확대되어 2010년에는 전체 도시 가구의 4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인들에게 결코 저렴하지 않은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Starbucks)가 지난해 1.8억 달러의 매출고를 올리며 판매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만 봐도 중국 프리미엄 시장의 성장세를 가늠할수 있다. 1999년 진입 후 줄곧“小資(프리미엄 고객)”의 요구를 반영, 중국식과 서구식이 공존하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낸 스타벅스의 전략에서도알 수 있듯, 프리미엄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계층의 사고방식, 라이프스타일 등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포괄하는 다양한 연구가필요하다.

둘째, 성장하고 있는 중소도시를 고려해야한다. 도시화가 빠른 속도로 진전됨에 따라 중소도시의 소비수준도 큰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기업들의 관심은 대도시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중소도시 소비자들은고급 가구나 전자제품을 구매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 돈이 있어도 근처에 대형매장이 없어살 수 없기 때문이다. 배송 문제로 인해 홈쇼핑구매에 어려움을 겪거나 교통문제로 신속한 제품구입이 어려운 중소도시의 소비자들을 주목할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향후 소비를 주도할 젊은 세대를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부모 세대와는 달리 서구화된 취향과 개인적 소비, 쇼핑문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아시아 다른 국가 젊은이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 쇼핑 성향을 가진 이들 소황제(小皇帝) 세대에 주목하고 이 연령대에 대한 브랜드이미지 제고 및 특성화 제품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에너지 부족 장기간 지속 전망

올 여름 중국 동부 연해 도시와 광동성(廣東省)일대가 크게 술렁인 사건이 있었다. 예고도 없이휘발유 판매가 중단된 것이다. 갑작스런 사태에 놀라긴 했어도 기업들은 그다지 새로운 일은 아니라는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에는전국 32개 성 중 24개 지역에서 전력 공급 중단으로 공장을 멈춰야 했었다. 계속되는 제한 송전으로‘일요일 영업, 월요일 휴업’은 이미 기본이돼 버렸다. 중국의 에너지 소비 증가 속도는 최근 들어 GDP 성장 속도를 넘어서고 있다. 에너지 소비증가 속도와 GDP 상승 속도의 비율이 지난2000년까지는 줄곧 0.5:1을 유지했으나 2001년부터는 역전되기 시작해 2003년 1.3:1이 되었고 지난해에는 1.6:1이 됐다. 그야말로 고속 경제성장과 더불어 에너지 다소비 구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중국의 에너지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2020년 석유 대외의존도에서 중국이 미국을 초월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현재 중국 내 확인된 석유매장량과 유전의 생산능력을 고려할 때 향후 원유생산량이 연간 2억 톤을 넘지 못하는 데 반해 소비량은 5억 톤으로 증가해 총 사용량의 60%를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에 앞서 세계에너지기구는 2030년 수입의존도가 82.5%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를위해 1990년대부터 해외 에너지 확보에 박차를가해 왔다. 캐나다, 호주를 비롯해 시리아, 튀니지, 오만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약 20개국과 유전및 가스전 개발 계약을 체결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개발 계획에는 벌써부터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우선 일본과의 마찰이 심각하다. 러시아석유 우선 수입권을 둘러싼 경쟁이 격렬해지고 있고 동중국해 가스전 분쟁도 갈수록 악화 양상을 띠고 있다. 또한 최근 중국이 수단, 이란, 시리아, 미얀마 등 인권탄압문제로 알려진 국가들과 거래를 시작함으로써 미국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에너지 효율성 제고만이 방법

어두운 전망들만 쏟아져 나오고 있는 이런 상황가운데 기업들은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까? 일단 전력의 경우 앞으로 최소 2년간은 어려움이 클것이고, 석유나 수자원은 향후에도 상황이 크게 호전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비상용자가 발전기 등 급박한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놓고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생활 속에서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얼마든지 제고 여지가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의 에너지 사용효율 및 재활용률이 상당히 낮기 때문이다.

건물단위면적당 난방 에너지 소모율은 선진국에 비해2배 이상 높으며, 100km당 자동차 평균 유류 소모율이 선진국보다 20% 이상 높다. 재활용률도선진국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또한 중국인들이 에너지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절약정신이 약하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과거부터 수돗물 시간제 공급을 비롯해 공급 차원에서의 절약은 늘 시도됐지만 절약 교육 부재로 일단 공급이 충분하다면 쓰고 보는 성향이 있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11차 5개년 계획에서 중국 정부는 에너지소모율을 20% 이상 낮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에너지 관련 사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심이 점차로 집중되고 있어, 한국의 자가 발전기 사업이나 에너지 절약 기술 및 관련 사업에 좋은기회가 될 전망이다. 우리의 발전된 기술을 중국사업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금 비록 비용이들더라도 한시 바삐 고효율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향후 더 많은 비용을 아끼는 방법이 될것이다.

중국 시장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13억 인구를 보면 기업 환경도 좋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하게 된다. 하지만 중국의 고도성장이 지속되면서 전에는 예상치 못했던 난제들이 중국 진출 기업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인력난이나 내수 부족, 에너지난 등의 문제가 지금은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심화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대기업들에게도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빠르게 변하는 중국의 사업환경을 미리 내다보고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구체적인 전략을 갖춘 기업만이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LG경제연구원 김지목 경제연구그룹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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