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하루 종일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눈코 뜰 새도 없어요, 늘 요즘만 같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역삼동 삼성래미안 인근 S공인 정 대표는 오늘 하루에만 3건의 전세 계약을 했다며 연신 싱글거렸다.

지난 2003년 4월 도곡1단지를 필두로 분양 랠리에 돌입했던 영동1·2·3단지 이른바 강남권 빅4 재건축 아파트의 입주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총 5,040가구에 이르던 5층짜리 낡은 주공아파트는 각각 도곡 렉슬, 역삼 래미안, 역삼 e-편한세상, 역삼 푸르지오라는 새 이름을 가진 22~25개 층 아파트로의 변신을 마친 상태다.

가장 먼저 몸단장을 마치고 새 주인을 맞이하는 주인공은 역삼 래미안. 역삼동 영동주공1단지 13평형 1,054가구를 1대 1 재건축 해 24평형과 33평형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10월 29일부터 입주에 들어간 이 단지는 이사하는 사람, 인테리어 업자, 입주 청소업체 등이 뒤섞여 분주한 모습이다.

인근 중개업자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8.31 대책 발표 후 한동안 숨죽여 있던 부동산 시장이 입주를 계기로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입주자의 40% 가량이 세입자일 정도로 전세 계약이 활발하다. S공인 정 대표는 “전세 대란과 맞물리며 입주 1~2달 전 이미 대부분의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며 “하지만 아직까지도 간간히 전세 물량이 나오고 있어 어렵지 않게 전세를 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음달 16일 입주가 예정돼 있는 역삼 e-편한세상도 미리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영동2단지 13평형 840가구를 래미안과 마찬가지인 1대 1 재건축을 통해 24평형과 32평형으로 지은 이 단지는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입주 날짜에 맞춰 한창 마무리 작업 중에 있다. 인근 Y공인 관계자는 “입주 날짜에 맞춰 전세를 들어가려는 세입자들의 문의가 가장 많지만, 일반 분양을 하지 않은 탓에 매입을 원하는 매수인과 물건을 내놓으려는 집주인 등의 전화도 잦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의 뿐 아니라 실제 매매·전세계약 모두 활발히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반면, 영동3단지를 재건축한 역삼 푸르지오는 한 달 넘게 남은 입주 날짜로 인해 아직은 잠잠한 모습이다. 24평형, 31평형으로 이뤄진 이 단지는 총 738가구가 내년 1월 5일경 새 주인을 맞을 예정으로 래미안과 e-편한세상에 비해 문의는 많지 않다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세 아파트 모두 같은 아파트를 재건축 해 비슷한 위치에 들어섰다는 점과 같은 평형대로 지어진 점 등으로 인해 거래가 및 전세가는 비슷하게 형성돼 있다. 매매가의 경우 24평형은 4억 8,000만~5억 3,000만 원 수준이고 30평대는 7억 2,000만~8억 5,000만 원 선에 거래된다. 전세가는 24평형이 2억~2억 2,000만 원, 30평대가 3억~3억 3,000만 원 선이다. 하지만 선호도 및 인지도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며 가격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분양 당시만 해도 브랜드와 규모에서 앞선 래미안의 거래가가 더 높았지만 입주 시점에 이르러서는 e- 편한세상이 앞서기 시작한 것. 실제 분양 후 1년이 지난 2004년 6월 두 아파트의 33평형(대림 32평형) 분양권 평균 거래가격은 래미안이 7억 원이었던 것에 반해 e-편한세상은 6억 8,500만 원으로 1,500만 원 가량 낮게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역전, e-편한세상이 1,000만 원 가량 높게 거래되고 있다.

Y공인 관계자는 “1,2단지에 비해 외져 있던 3단지를 재건축 한 푸르지오는 선호도가 떨어지는 편이지만, 래미안과 e-편한세상은 비슷한 수준”이라며 “굳이 따지자면 설계 및 주차대수(래미안 1대, e-편한세상 1.5대) 등에서 수요자에게 어필한 e-편한세상을 찾는 사람이 조금 더 많아 매매가와 전세가에서 1,000만 원 정도의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한편, 총 3,002가구에 이르는 매머드급 단지 도곡 렉슬의 입주도 코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1월 말 입주 예정으로 10평형의 소형 아파트가 26~68평형에 이르는 중대형 단지로 새롭게 태어난다. 규모만큼이나 큰 관심을 받아왔던 이 단지는 프리미엄만도 최고 5억 원이 넘게 형성된 상태다.

등기 전 분양권 상태로 팔기 위한 매도자들의 매물이 많이 나와 있는 편이다. 하지만 매도호가와 매수호가 차이가 1억 원 이상 나는데다 대부분의 매도인이 낮은 가격으로는 팔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어 거래는 뜸한 편이다. 가장 많이 찾는 평형은 43평형이지만 타입과 위치에 따라 가격 차이가 심하다. 터널 옆에 위치해 소음이 우려되는 43평형 B타입의 경우 최하 13억 5,000만 원에 매물이 나오지만 A타입은 15억 5,000만 원 이하의 물건은 찾아볼 수 없다.

매매 계약은 뜸하지만 전세 계약은 총 가구수의 50% 이상이 매물로 나오며 26평형을 제외한 모든 평형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평형별로 차이가 있지만 보통 평당 1,000만~1,500만 원 선에 전세를 구할 수 있다. W공인 양 실장은 “워낙 단지가 넓다 보니 매물도 많고 그만큼 찾는 사람도 많아 모처럼 활발한 모습을 띠고 있다”고 전했다.

지하철 분당선 한티역을 중심으로 마주하는 한티역 역세권의 네 아파트이지만 렉슬과 래미안, e-편한세상, 푸르지오지 간 가격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보통 20평대는 7,000~8,000만 원 정도, 30평대는 1억 원 이상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역삼동과 도곡동이라는 생활 권역이 다른데다 통학하는 학교가 다르기 때문이란 게 중개업자들의 입장이다. 렉슬의 경우 보통 대도초, 숙명여중, 단대부중을 가는 반면 역삼동은 도곡초, 역삼중, 진선여중을 통학하게 된다. 학교 간 차이는 없지만 도곡동의 경우 타워팰리스와 학교가 같아 수요가 더 많다는 것.

비록 생활권이 다르고 아파트 가격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해도 네 아파트의 입주로 이 일대가 강남을 대표하는 새로운 주거 중심축으로 떠오를 전망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래미안의 한 입주민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낡은 아파트로 인해 주변이 지저분한 면이 있었지만 새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며 주변 환경도 쾌적해진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인근 공인중개사들도 “강남 요지에 5,600가구가 넘는 대규모의 아파트가 한번에 들어서는 일이 거의 없다”며 “이번 입주 외에도 개나리 및 진달래 아파트의 재건축이 모두 완료되면 명실상부한 강남 대표단지로 떠오를 것이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분당선 도곡역으로 대표되던 ‘도곡밸리’에서 ‘新도곡밸리’로의 주거 이동은 이제 시간 문제라는 것.

하지만 아파트만 빽빽이 들어서는 상황에서 쾌적한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겠느냐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실제 네 아파트의 평균 용적률은 270%에 이르는데다 마땅히 조경할만한 산이나 천도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W공인 관계자는 “용적률이 높은 대신 녹지율을 최대로 높여 주거 쾌적성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겉에서 보면 단지만 빽빽하게 세워져 있지만 실제 단지 안으로 들어가면 동간 거리도 넓고 조경에도 신경을 썼기 때문에 이로 인한 입주민들의 불만은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新도곡밸리’에는 이번 5,630가구 입주 외에도 2007년 8월까지 도곡2차, 신도곡, 개나리 1~3차를 재건축한 2,507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개나리4~6차, 진달래1~3차 등도 재건축을 진행 중에 있어 2010년 이후에는 총 1만 여 가구의 주거 단지가 형성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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