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2005 부산 APEC 정상회의(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가 11월 12일부터 19일에 열렸다. APEC의 목적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상호 협력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며 회원국 간에 무역·투자 장벽을 없애고 경제·기술 협력이 긴밀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데 있다. 하지만 APEC이 소수 특정 국가와 기업인들의 이익만 극대화시키는 등 신자유주의를 가속화해 사회양극화를 부추기고, 미국의 대테러전쟁을 지지하는 등 미국의 패권을 강화하는데 ‘들러리’ 역할을 한다는 이유로 APEC을 반대하는 목소리 또한 거세다. 특히 이번 부산 APEC 정상회의의 경우 12월 홍콩 WTO 각료회의에서 다뤄질 ‘DDA(Doha Development Agenda, 도하개발의제) 협상’ 타결을 압박하는 성명까지 채택하는 등 우리 농업의 장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우려까지 있어 농민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부산 APEC에 대한 지상파 3사의 메인뉴스를 모니터한 결과 대부분의 보도가 부산 APEC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국제행사라는 점에 집중해 국가이미지 제고,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일방적으로 홍보하거나 흥밋거리 위주의 연성보도에 치중했다. 반면 APEC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전하는 데는 소홀히 했다. 특히 KBS와 SBS의 거의 모든 보도가 APEC에 대한 단순정보전달에 치우쳤고, 그나마 MBC가 몇 건의 보도에서 APEC이 다루는 의제와 APEC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1. 행사 홍보 일색

이번 부산 APEC 관련 방송보도를 분석할 결과 단순정보 제공보도가 전체의 80%를 넘었다.

■ KBS, SBS : 단순정보 전달에 치중

APEC 관련 보도량은 KBS가 가장 많았는데, 그중 91.4%가 ‘단순정보제공’이었다.

‘연속기획’ 보도를 11월 7일부터 시작했지만, 대부분 행사 진행과정에 대한 단순한 내용을 다룰 뿐, APEC의 의미를 깊이 있게 살펴보거나 APEC을 반대하는 목소리에 귀기울인 보도는 찾기 어려웠다. 특히 KBS는 APEC의 경제효과를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내용의 보도가 타사에 비해 2배(MBC 6꼭지, KBS 13꼭지, SBS 7꼭지) 가까이 많았다.

KBS는 APEC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대해 주로 시위 현장에서 단순한 주장을 짧게 보도하는데 그쳤다. 결국 KBS에서 APEC의 문제점을 지적한 보도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기껏해야 11월 19일 <가르침도 남겼다>에서 “APEC에서 가장 화려했던 축하행사는…해상 불꽃쇼…하지만 최악의 교통 대란이 빚어지면서 이번 행사에 오점을 남겼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며 행사 진행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 전부였다.

SBS도 APEC 행사를 일방적으로 홍보하거나 ‘DDA협상 진전 촉구 특별성명’에 대해 “APEC 회원국이 세계 무역의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이번 특별성명은 DDA협상 타결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는 식으로 APEC의 자유무역을 무비판적으로 접근한 보도가 대부분이었다. APEC을 반대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이들의 슬로건은 APEC과 부시 반대, 그리고 전쟁과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로 요약”된다며 “APEC이 추구하는 국제질서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인데, 이는 가난한 나라의 전쟁과 빈곤을 확대시킨다는 주장” 정도로 다뤘고 그 외 보도들도 주로 APEC 반대 시위 모습을 단순보도하는데 그쳤다.

■ MBC : APEC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평가 돋보여

MBC는 3사중 APEC에 대한 여러 시각과 APEC의 의제 등 상대적으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비판적 접근을 시도했다. 또한 APEC의 목표와 의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단순한 용어 나열에 그치지 않고 그 의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전달해주려고 노력하는 보도도 있었다.

11월 12일 보도된 <경제현안 논의>에서는 “APEC 정상들은 이번에 무역자유화를 위한 특별성명을 채택할 예정”이라며 “APEC 회원국의 비중을 고려할 때 다음 달 개최될 홍콩 WTO각료회의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DDA 특별성명’의 의미를 전했다. 특히 “문제는 이 성명에 대표적인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의 입김이 어느 만큼 작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농산물 수출국들은 모든 농산물 관세율이 75~100%를 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두자는 입장인 반면 한국과 일본 등 수입국은 상한제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해 나라마다 농산물 개방에 관한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마늘과 참깨 등에 30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는 우리로서는 상한제 도입은 치명적”이라며 DDA협상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짚기도 했다.

MBC는 APEC 반대 집회에 대해 시위 모습만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왜 반대하는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11월 17일에는 “세상의 물결은 도도하게 세계화,국제화로 흘러가지만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며 “반대 목소리 본질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로 ‘집중취재’ <세계화의 그늘>을 보도했다. 이 보도는 APEC이 기업들의 “거대한 국제로비무대”라는 점을 강조하고, “APEC식 세계화와 자유화에는 그늘도 있다”며 ‘양극화’ 문제를 지적했다. 양극화 현상으로 “농산물시장 개방은 농민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고 규제완화와 무한경쟁은 복지축소와 근로조건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40년간 20개 부자나라의 국민소득은 3배가 늘었지만 20개 가난한 나라는 제자리 걸음을 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상위 20%의 소득은 3.1% 증가한 반면 하위 20%의 소득은 34%나 줄었다”는 등의 사실을 들며 “세계경제는 잘 살게 된다는데 삶은 더 팍팍해지는” 부작용을 상세히 지적했다.

더 나아가 “부자 나라들은 개발도상국에게 시장을 열라고만 할 뿐 돕는 데는 인색하다”고 지적하는 한편, “APEC 회의장에서 정부와 기업인들의 목소리는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와 소수의 목소리는 없다”며 이것이 바로 “반APEC의 존재 이유”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약 3분에 걸쳐 APEC이 추구하는 세계화의 부작용과 반세계화 논리를 상세하게 설명한 이 보도는 APEC 기간 동안의 190건 보도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보도로 평가할만 했다.

MBC는 또 부산 APEC 행사 자체의 ‘그늘’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11월 15일 보도한 는 “노점을 못 하게 된 할머니들은 하는 수 없이 폐지를 주워 팔며 근근이 버티고 있다”며 APEC 때문에 노점을 금지당한 노점상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APEC은 노숙자들에게도 칼바람이었다…테러 예방을 위해 물품보관함이 폐쇄되면서 짐을 끌어내야 했고 수용시설에 반강제로 들어가야 했다”, “건축공사가 중단돼 열흘 넘게 일자리를 잃게 된 일용직 노동자들에게도 겨울 추위가 일찍 찾아왔다”, “공항에서 회의장에 이르는 고가도로에는 정상들이 빈민촌을 볼 수 없도록 가림판이 설치되기도 했다”며 APEC 기간 동안 노숙인, 일용직 건설노동자, 도시빈민들이 입게 된 피해에 대해 관심을 갖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의미있는 보도가 몇 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MBC 역시 APEC의 긍정성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보도가 중심을 이뤘다.

흥미위주의 가십성 보도 많아

이번 부산 APEC 정상회의 보도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진 경향은 ‘가십’성 연성기사가 많았다는 점이다. 또한 특정 기업과 상품에 대한 노골적인 홍보성 보도도 눈에 띠게 많았으며, 군과 경찰의 지나친 대테러활동으로 인권침해나 시민피해가 발생하는데도 무비판적으로 군경의 활동을 소개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 수준 낮은 가십보도

수준 낮은 가십보도는 대체로 APEC 회의에 참석할 정상들이 어떤 숙소에서 묵고, 어떤 음식과 술을 먹으며, 어떤 옷을 입는지 등의 내용들이었다. 각국 정상들이 개최국의 고유의상을 입는 것이 APEC의 전통이 되다시피 한 점을 감안해 이번 APEC에서 정상들이 한복 두루마기를 입는 것과 관련한 보도를 가십성 기사에서 제외했음에도 MBC의 경우 가십성 보도가 6개에 이르렀다. 특히 APEC이 양극화의 부추기고 빈곤을 양산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고, 부산 APEC 행사 자체와 관련해서도 앞서 살펴본 것처럼 분명 ‘그늘’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이 ‘가십’에 집착하는 것은 대다수 서민들의 삶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이들 보도가 얼마나 수준 낮은 보도들이었는지는 보도 내용을 조금만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MBC

“부산 APEC 정상회담에 참가하는 국빈들에게 선물로 전달할 고려청자가 오늘 강진 가마에서 꺼내졌습니다. 역시 명품 중의 명품입니다”(<천년신비 선물>, 11/10)

“세계의 눈길을 끄는 이런 대형 모임에서는 각 나라 정상부부들이 먹고 자고 입고 보는 것들이 모두 뉴스거리”, 여간해서는 공개되지 않는 정상들의 숙소를 가봤습니다", "정상이 묵을 호텔방. 무려 100평으로 침실에는 한 세트에 800만원이 넘는 침대…커튼은 전자동으로 열리고 닫힙니다…욕실에는 개인용 사우나시설까지 완비…하루 숙박비만 400만원", "일반객실 4개를 터서 만든 이 방은 공사비만 2억원이 넘게 들었습니다. 42인치 PDP TV에 특별 주문한 소파, 그리고 사무기기 일체까지 가구와 전자제품만 6000만원어치가 넘습니다"(<하루 숙박비 400만원>(11/13))

“APEC 정상들은 두 끼니 식사를 함께 합니다. 이 식사에 어떤 전통음식을 내놓느냐는 우리로서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그래서 이 메뉴는 초특급 비밀이기도 합니다. XXX 기자가 살짝 미리 맛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주요리는 너비아니와 광어전 등이 들어간 궁중신선로, 밥에는 팥과 흑미 등이 들어가는 등 영양식단으로 꾸며졌습니다. 식사 전에는 인삼샐러드가 제공되고 후식으로는 유자화채가 나옵니다"(<정상들 먹는 음식은>(11/14))

"미국이 부시의 경호에 막대한 물량을 쏟아붓자 러시아도 뒤지지 않을세라 경호대결에 들어갔습니다“, ” 한때 세계 패권을 다퉜던 라이벌 미국과 러시아의 자존심 대결이 대통령에 대한 경호전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경호 전쟁>(11/17))

“건배주로는 국제적 국내적 경쟁을 뚫고 부산지역 술이 뽑혔고 식탁에는 우리나라, 칠레, 미국술이 모두 올라갔습니다. XXX 기자가 술들의 전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번 만찬에 쓰인 공식 건배주는 부산에서 만들어진 상황버섯발효주, 천년약속…만찬을 마무리하는 술은 이미 국제회의에 선보여 좋은 평가를 받았던 보해의 복분자주", ”또 만찬에서는 칠레산 적포도주, 몬테스알파M와 백포도주인 미국산 소비뇽 블랑 캐넌 로드가 함께 올랐습니다“(<와인전쟁>(11/18))

“정상들이 쓴 호텔방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묵었는지 모두 궁금합니다”, “해운대의 푸른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응접실과 웬만한 호텔방 하나 크기의 욕실. 화려한 야경이 펼쳐지는 아늑한 침실에는 로라 부시 여사가 좋아한다는 흰꽃들이 아름답게 장식돼 있습니다”(<정상들의 숙소 생활은>(11/19))

KBS

"부산의 특급호텔도 21개국 정상을 맞이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부산바다에 항공 모함을 띄우고 항공 모함에 묵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만큼 경호가 철저하기로 소문난 미국의 부시 대통령의 숙소는 어딜까. 관계자들이 철저히 함구하고 있지만 정상회담장 누리마루와 가까운 해운대쪽 호텔 가운데 한 곳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21개국 정상이 온다>(10/19))

"21개국 정상의 신변안전을 위해 우리나라는 특급 경호 작전을 펼칩니다", "부시 대통령의 숙소는 해운대의 한 특급호텔로 정해졌지만 테러 위협 등을 이유로 돌연 항공 모함이나 미군부대, 가까운 일본 등으로 숙소를 변경할 것이란 관측도 무성"(<정상특급 경호작전 가동>(11/11))

"APEC에서 또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외교사절, 특히 정상들의 식탁입니다. 어떤 식기에 어떤 식사를 준비하고 있을까요?", "오늘 준비된 음식은 대추맛을 가미한 한우 안심 스테이크. 인삼의 맛과 모양을 그대로 살린 후식도 뒤따릅니다", "이 음식들은 장수를 기원하는 전통 문양이 새겨져 순금으로 도금 처리된 도자기에 담겨 제공"((11/15))

"참가국 정상들이 남긴 얘깃거리도 가지가지", "세계적 부호인 브루나이 볼키아 국왕은 호텔 총지배인과 와인을 곁들어 정담을 나눌 정도로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한국 라면을 좋아하는 쩐득렁 베트남 주석은 호텔 룸서비스로 라면을 먹었고, 필리핀 아로요 대통령은 호텔을 떠나며 직원들에게 향수를 선물하는 세심함을 보였다고 합니다"(<옆에서 본 각국 정상들의 사생활> (11/19))

SBS

"APEC에는 화제거리도 많습니다. 정상들에게 대접할 술도 그 중 하난데요, 이번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는 경북 청도의 '감'와인이 오른다고 합니다", "'감그린'이 부산의 '천년 약속'과 함께 APEC 정상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환영 만찬주로 오르게 됐습니다. 12도의 알콜도수에 특이한 탄닌 맛이 가득한 데다 뒤끝이 깨끗하고, 한국의 전통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는 것입니다"(<'감 와인‘ 드셔보이소>(11/12))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중 부시 미국대통령이 어디에 묵었을까? 관심이 많았는데요. 극도로 보안이 유지된 가운데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던 부시 대통령 부부의 숙소가 오늘 언론에 공개됐습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 부부가 사흘동안 사용했던 방…10층에 위치한 91평 규모의 방은 한달여 동안 14억원을 들여 새로 단장…하룻밤 숙박료는 540만원”, “실내장식은 영부인 부시 여사의 취향”, “부시 여사는 라이스 국무장관과 호텔 내부를 돌아다니며 쇼핑도 즐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부시 대통령 숙소 공개>(11/19))

“부산 동백섬의 '누리마루'가 예상대로 부산의 새로운 명소로 등장”, “일반에 처음 공개된 정상 회의장 등 실내의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두 곳의 정상회의 기념관은 APEC 기간 내내 큰 불편을 감수해 온 부산시민들에게 큰 선물”((11/20))

■ 특정기업과 상품 홍보도 노골적

한편, 이러한 흥밋거리 보도와 함께 <표3>에서 보듯 APEC과 관련한 특정기업과 특정상품을 홍보하는 보도도 많았다. “각국 정상 및 고위급 인사들에게 현대기아의 우수한 품질과 고급브랜드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MBC <한국을 알린다>), “‘감그린’이 부산의 ‘천년 약속’과 함께 APEC 정상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환영 만찬주로 오르게 됐다”(SBS <“감 와인 드셔보이소”>)는 식으로 특정 기업이나 상품을 노골적으로 홍보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KBS는 11월 17일 <부산은 DMB시대>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지상파 DMB 방송이 선보이고…특히 KBS의 시범방송이 외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다”며 “지상파 DMB에서 KBS 드라마가 깨끗한 화질…끊김 없이 선명하게 구현되는 화면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고 12월 1일부터 시작될 자사의 지상파DMB 서비스를 홍보하기도 했다.

■ 무비판적인 ‘대테러활동’ 보도

이밖에 방송들은 테러에 대비한 군과 경찰의 대테러경비활동에 대해서도 무비판적으로 다뤘다. MBC는 11월 13일 <고층빌딩 경호비상>에서 APEC 회의장 주변의 고층 건물에 대한 경찰의 경비 상황과 함께 “경찰은 이미 주변 고층아파트에 세 차례에 걸쳐 호구조사까지 했고 아랍계 주민이 사는 3가구에 대해서는 특별 감시활동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전했다. 단지 ‘아랍계’라는 이유로 경찰의 ‘특별 감시활동’이 된 사람들에 대한 ‘인권침해’ 소지를 지적할 수 있음에도 이 보도는 마치 경찰의 조치가 당연하다는 듯이 보도하는데 그쳤다. 또 17일 <테러 꼼짝마라>는 “테러에 대비한 신기한 장비 몇 가지를 직접 보여주겠다”며 대테러장비들을 흥미위주로 소개하기도 했다.

KBS는 7일 <휴가 중단한 채>에서 “경찰이 공개한 테러범 식별요령을 보도한다”며 “마스크나 수염 등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모자나 짙은 색깔의 안경을 쓴 사람이 전형적인 테러범의 모습”, “주변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무거운 짐을 갖고 있거나, 체격에 비해 지나치게 배가 나온 사람도 폭탄 복대를 차지 않았나 의심해 봐야”, “경찰관을 일부러 피하는 사람도 테러범인지 의심해 봐야한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식별요령’은 ‘인권침해’ 논란을 빚고 있는 사안으로, 군사정권 시절 ‘간첩식별요령’과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도 이를 단순히 전달한 것은 문제가 있다.

그 외 테러 관련 보도들도 전시상황을 연상시키는 군경의 경비로 인한 시민들의 불안과 불편, 인권침해 위험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그저 대테러작전을 ‘홍보’하거나 ‘구멍이 뚫렸다’는 식으로 더 강한 대비를 촉구하는 보도로 일관할 뿐이었다.

3. 나가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부산 APEC 관련 방송보도는 MBC를 중심으로 몇몇 긍정적인 보도들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APEC의 경제효과와 행사 내용을 일방적으로 홍보한다든지, 흥미위주로 보도하는 등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APEC이 아무리 국내에서 벌어지는 대형 국제행사라 하더라도 방송들이 홍보 일변도의 보도경향을 보이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행사를 홍보하기에 앞서 그 성격이 무엇인지, APEC의 결정이 우리 삶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 행사를 반대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균형있게 다뤄줄 필요가 있다.

국회에서 ‘쌀협상비준동의안’이 통과되고 12월 홍콩에서 WTO 각료회의가 열리는 등 앞으로도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더욱 국민들의 삶과 밀접해질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방송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고 균형 잡힌 보도를 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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