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농부는 보호받고, 진짜 농부는 내쫓긴다
임차농 대책 지연·소극 대응 농식품부 규탄 기자회견 열려
3개월 만에 다시 국회 앞에 선 ‘유령농부’들… 임차농 대책 무관심한 농식품부 규탄
농해수위 임미애·이원택·김선교 의원, “임차농 대책·입법 개선에 나서겠다” 약속
이들은 정부가 가짜 농부를 방치한 채 진짜 농부를 단속 대상으로 삼는 현실을 강하게 비판하며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한국친환경농업협회 김상기 회장은 “임차농 보호 없이 친환경·유기농업 확대를 말할 수 없다”며 “전체 농민의 절반 이상이 임차농인 현실에서, 실제로 농사를 짓는 사람이 제도 밖으로 밀려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친환경농업 두 배 확대’ 공약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의 피해가 일상화되고 있어 하루빨리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이번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고 밝혔다.
‘유령농부’가 전달한 1만3935명 시민의 서명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친환경 임차농 보호를 위한 1만인 시민 서명운동’의 서명부를 국회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서명부는 이날 현장을 방문한 임미애 국회의원, 이원택 국회의원, 김선교 국회의원에게 전달됐다. 임미애 국회의원은 “직불금 부정 수급을 이유로 한 단속이 오히려 친환경 임차농을 농지에서 내모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현상만 쫓는 행정이 아니라 농정의 철학과 일관성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종합감사에서 이 문제를 다시 제기해 제도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택 국회의원은 “친환경 임차농이 겪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핵심은 실경작자 개념을 법체계 안에 어떻게 포함시키고 직불금 제도와 연계할 것인가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방안을 마련해 실제 농민이 정당하게 보호받는 농업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선교 국회의원은 “양평군수 시절부터 친환경농업 특구를 추진하며 지속가능한 농업의 중요성을 실천해 왔다”며 “국회 농해수위 간사로서 친환경 임차농을 보호하고 농지 임대차를 우대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해온 만큼, 앞으로도 친환경농업이 확산되고 농민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오늘 종합감사에서 송미령 장관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해달라고 당부했다.
실경작자는 단속 대상, 가짜 농부는 보호 대상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 지주들이 세제 혜택과 직불금 수령을 위해 허위로 경영체에 등록하는 동안, 농지를 빌려 농사짓는 친환경 임차농은 직불금과 정부 지원을 포기한 채 모든 부담을 떠안고 있다. 최근에는 경영체 등록자와 인증자가 다르다는 이유로 ‘인증을 정리하라’는 농관원 시군지소의 통보가 인증자들에게 전달되면서 인증 자진 취소를 고민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주의 허위등록 가능성을 알고도 농식품부는 실경작자를 보호할 장치 없이 단속만 강화해 현장에서 친환경인증 임차농 피해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익명을 요청한 한 친환경 임차농은 불법을 바로잡자는 원칙에는 누구보다 동의하지만, 정직한 농민을 희생시키는 단속은 결코 정의가 아니라며, 단속이 시작되면 지주는 계약을 끊고 빠져나가지만 친환경 농민은 몇 년간 쌓아온 신뢰와 인증을 한순간에 잃으며, 이런 잘못된 행정은 불법 임대차를 해결하지 못한 채 피해만 낳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영이 회장은 “농식품부는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제 농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근본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농민 없는 농정과 농민 없는 농지 정책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고, 자경농 중심의 정책과 무분별한 농촌형 태양광 사업은 임차농을 농지에서 내모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와 송미령 장관은 지금이라도 임차농 대책 마련에 즉각 나서 농정개혁의 실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소비자 단체도 함께 했다.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박인숙 공동대표는 “이제 시민들은 단순히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만을 먹거리로 보지 않고, 누가 어떻게 농사짓고 어떤 과정을 거쳐 내 식탁에 오르는지를 묻고 있다”며 “먹거리 시민으로서 우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친환경 농업을 지켜가는 농민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그들이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한살림북서울생협 부호영 이사장은 “임차농의 생존은 곧 우리의 밥상과 직결된 문제이며, 기후위기 시대에 진짜 농민을 지키는 일이 지속가능한 먹거리의 출발점이자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나서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친환경·유기농업 면적 10% 확대, 송미령 장관 약속은 어디로 갔나
참여 단체들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송미령 장관이 ‘지주 단속 강화와 친환경농업 10% 확대’를 약속했으나, 결과적으로 ‘지주 단속’이 아닌 ‘임차농 단속’만 강화됐다며, 허위등록 지주가 아닌 실제 농민이 행정의 피해자가 됐고,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임차가 거절되는 악순환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농업인의 절반 이상이 임차농이며, 친환경 농가의 약 70%가 임차농이다. 농업인 고령화로 자경농지는 빠르게 비농민 소유로 이동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정부가 내세운 국정과제 ‘친환경·유기농업 인증면적 2배 확대’는 공허한 구호로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생산자·소비자가 함께 요구한 대책
참여 단체들은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진짜 농민이 내쫓기고 가짜 농부가 비호 받는 단속과 행정을 즉각 중단하고, 실경작자 중심의 농업경영체 등록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선할 것을 송미령 장관에게 직접 촉구했다. 또한 농지법 개정을 통해 친환경 농지 임대를 활성화하고 임차농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전국적인 농지 실태조사를 실시해 실경작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송미령 장관은 더 이상 농민을 행정 편의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땀 흘려 농사짓는 진짜 농부가 농지를 지킬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제도개선에 즉시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단체들은 무책임, 무대책,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농식품부의 태도를 강력히 규탄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농지에서 쫓겨나는 친환경 임차농을 구제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의 정책이 불법 지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농민의 삶을 지켜내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기후위기 시대의 지속가능한 농업은 농민의 생존권 보호에서 출발한다고 덧붙였다.
한살림연합 소개
한살림은 ‘밥상살림·농업살림·지역살림·생명살림’ 가치를 내걸고 도시와 농촌이 더불어 사는 생명 세상을 지향하는 생활협동조합이다. 1986년 한살림농산으로 출발한 이후 꾸준히 생명살림운동을 실천해왔다. 전국 95만여 세대의 소비자 조합원과 2300여 세대의 생산자가 친환경 먹을거리를 직거래하고, 유기농지를 확대하며, 지구 생태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온라인 장보기와 전국 234개 매장에서 유기농 쌀과 친환경 물품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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