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연구팀, 식물의 가뭄 적응 후성유전 메커니즘 밝혀
윤대진 교수, BRIC의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에 선정… 연구 성과 저명 국제학술지 게재
이번 연구 결과는 식물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Plant Communications’(IF=11.6, 식물과학 분야 상위 3% Q1)에 지난 4월 6일 온라인 게재됐으며, 한국생물정보센터(BRIC)의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에도 선정됐다.
최근 기후변화로 전 세계적으로 가뭄 발생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면서 식물 생산성과 생태계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동이 불가능한 식물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적응 전략을 발전시켜 왔으며,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 반응을 얼마나 정교하게 조절하느냐가 생존과 생산성을 좌우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식물 호르몬 ABA다. ABA는 수분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공을 닫아 수분 손실을 줄이고 스트레스 대응 유전자 발현을 유도하지만, 신호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식물 생장이 억제되고 에너지 소비가 증가할 수 있어 정밀한 제어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이러한 조절 과정에 후성유전적 유전자 조절 시스템이 관여할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후성유전적 조절이란 DNA 염기 서열의 변화 없이 히스톤 변형이나 염색질 구조 변화 등을 통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으로, 최근 식물 스트레스 생물학 분야의 주요 연구 주제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모델 식물로 설정한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를 이용해 GPS2-like 단백질의 기능을 분석했다. 그 결과 GPS2-like 유전자가 결손된 식물에서는 ABA 반응 유전자 발현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가뭄 스트레스 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GPS2-like 단백질이 ABA 신호전달의 활성 수준을 조절하는 핵심 조절 인자임을 보여준다.
이어 단백질 상호작용 분석을 통해 GPS2-like가 식물에서 전사 억제 기능을 수행하는 단백질인 HOS15와 직접 결합하고, 여기에 HDA6가 추가로 결합해 하나의 전사 억제 복합체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HDA6는 DNA를 감싸는 히스톤 단백질의 구조를 변화시켜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효소로, GPS2-like는 HOS15, HDA6과 함께 염색질 수준에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핵심 구성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이 나타났다.
추가 분석 결과 이 복합체는 ABA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스트레스 반응 유전자들의 프로모터(promoter) 영역에 직접 결합해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GPS2-like 단백질이 결손된 식물에서는 이러한 억제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ABA 반응 유전자들의 발현이 크게 증가했다. 이는 GPS2-like-HOS15-HDA6 복합체가 ABA 신호 반응을 억제적으로 조절하는 핵심 후성유전 시스템임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러한 조절 메커니즘을 통해 식물이 가뭄 스트레스 상황에서 필요한 수준만큼만 반응하도록 조절함으로써, 과도한 스트레스 반응에 따른 성장 억제를 방지하고 환경 변화에 보다 효율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식물의 환경 스트레스 반응이 단순한 신호전달이 아니라 후성유전 조절 시스템과 통합적으로 작동해 제어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성과로 평가된다.
한편 윤대진 교수가 이끄는 건국대학교 글로벌식물스트레스연구센터는 한국연구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식물의 다양한 환경 스트레스 반응을 분자·유전체 수준에서 연구하고, 이를 실제 식물의 환경 적응 연구로 확장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해당 연구는 대학 내 우수 연구자들이 장기간 집단 연구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성과를 창출하고 차세대 연구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연구재단 SRC(Science Research Center) 사업’의 지원을 받아 추진되고 있다.
윤대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식물의 가뭄 적응 반응이 후성유전적 전사 조절 시스템에 의해 정교하게 제어된다는 사실을 보여준 의미 있는 성과”라며 “향후 식물의 환경 스트레스 적응 연구를 더욱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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