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포럼 ‘한일특별세션’ 첫 개최… 기시다 전 총리∙김진표 전 의장 등 양국 리더 300여 명 참석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이 한국과 일본이 급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두 나라의 경제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9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닛케이포럼 ‘한일특별세션’에 참석해 양국 정·재계 인사들과 한일경제연대 실현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행사는 일본 유력 경제 일간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주최하고 SK와 최종현학술원이 기획했다. ‘견고한 한일 관계를 뒷받침하는 다각적 경제 협력’을 주제로 양국 정·재계 인사 30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열렸다. 닛케이포럼은 닛케이가 아시아 공동체의 공존·발전을 모색하고자 ‘아시아의 미래’를 주제로 내걸며 1995년 시작한 행사다. 올해는 최 회장의 한일경제연대 구상에 뜻을 같이하며 처음 한일특별세션을 마련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와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기조연설로 한일 우호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시다 전 총리는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인 두 나라 관계를 위해 공급망, 에너지, AI 등의 분야에서 경제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며 “양국이 함께 겪고 있는 수도권 집중, 고령화 등의 사회문제를 푸는데도 양국 협력은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시장 경제,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은 세계적 격변기에 서로의 손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며 화답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영상 축사에서 “정부는 양국 국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며 한일특별세션을 계기로 양국 협력 발전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최 회장은 도쿠라 마사카즈 스미토모화학 고문(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 가토 마사히코 미즈호은행 행장과 ‘복잡해지는 국제정세 속 한일의 지향점’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최 회장은 2024년 한일경제연대를 처음 제시할 때 들었던 당위성이 더욱 분명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가 구조적 저성장을 이끌고 △1995년 이후 쌓아온 자유무역 질서는 관세장벽과 수출 통제로 도전을 받고 있으며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호르무즈해협 사태로 에너지 공급망 불안정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한일경제연대에 대해 “한일이 새로운 국제질서를 창출하는 ‘룰 메이커(Rule Maker)’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해줄 것”이라며 이러한 현안들의 해법임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에너지 △AI △고령화 대응을 예로 들며 “두 나라가 여러 사회문제를 마주하며 큰 비용을 치러야 하는 가운데 한일경제연대는 성장과 저비용 구조로의 전환을 이끌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에너지 분야에 대해서는 “에너지 산업 구조가 유사한 두 나라가 구매, 도입, 비축 등 전 영역에서 협력하면 사회의 기초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며 에너지 협력의 당위성으로 ‘에너지는 안보’라고 말했다. AI 전환 속 전기 에너지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에너지 비용이 줄어들면 국가 경쟁력으로 돌아온다는 설명이다.
AI를 두고는 “미국, 중국의 기술 패권 속에서 한일이 규모의 경제와 협상력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며 ‘AI 팩토리’를 두 나라가 함께 추진해 규모를 키우고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헬스케어 영역 또한 양국 간 의료 장벽을 낮춰 서로의 헬스케어 역량을 공유해 이에 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성장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한 두 나라의 핵심 전략으로 ‘반도체’와 ‘AI’를 꼽았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메모리반도체, 일본이 강한 산업 생태계를 ‘누구도 건드리기 힘든 전략적 무기’로 들었다. 최 회장은 “한일 협력 대상을 AI 인프라로 넓히고 이를 AI 상품화해 수출해야 한다”며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저비용 구조를 만들어가는 경제 협력은 지정학적 위협을 극복하는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사회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한일 협력이 규제와 표준의 차이, 단기적인 정치 상황이나 불확실성 등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두 나라 정부가 한일 협력 의제를 한데 모으는 ‘빅 텐트(Big Tent)’ 형태의 상설 플랫폼 구축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두 나라 정부가 기업, 학계, 청년 등 다방면의 협력 의제를 하나로 모으는 상설 플랫폼을 만들고 여기서 한일 협력 추진의 어려운 점을 선제적으로 논의하자”며 “한일경제연대로 두 나라 경제 규모가 단순 합계인 6조달러를 넘어 1조달러 상당의 시너지 효과까지 내면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세대에게 희망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한일경제연대 청사진에 도쿠라 고문은 “두 나라 공통 과제인 에너지 자급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MR 등 차세대 혁신 원전 개발에서 협력해야 한다”며 호응했다. 가토 행장도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액화천연가스(LNG) 등에서의 양국 기업 협력을 예로 들며 “실무적 협력을 발전시켜 한일경제연대를 구체화하자”고 최 회장 제안에 힘을 실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가와이 도시키 도쿄일렉트론 최고경영자(CEO)가 한일 연대를 통한 경제 공동 번영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유혁 노무라종합연구소(NRI) 서울 대표는 한일이 함께 주도하는 ‘AI 경제권 클러스터’를 양국 협력 아젠다로 제안했다.
김완종 SK AX CEO와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고니시 요코 일본 경제산업연구소(RIETI) 수석연구원, 야나세 다다오 NTT 부사장은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 속 한일 협력 필요성 및 과제’를 주제로 토론했다. 특히 김 CEO와 야나세 부사장은 SK그룹, NTT의 AI 전환(AX) 경험을 소개하며 AI 데이터센터, 제조 AI 등 최 회장이 강조한 한일 간의 AI 협력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모색해 주목받았다.
박상규 SK그룹 일본총괄(사장)은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 한일경제연대가 두 나라 생존을 위해 가야 할 길이라는 공감대가 넓혀지고 있다”며 “올해 첫 한일특별세션 개최를 계기로 AI, 에너지, 저출산 등의 과제를 안고 있는 두 나라 미래세대가 공존·발전하기 위한 한일경제연대를 구체화하는 데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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