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원산지 표시 10곳 중 4곳 미흡… 규제 완화보다 이행 점검이 먼저
소비자공익네트워크, 배달앱 축산물 원산지 표시 조사 결과 토대로 신중 검토 촉구
소비자 알 권리 보장 없는 포장재·영수증 표시 완화는 시기상조
농식품부는 배달앱 등을 통해 주문 시점에 원산지 확인이 가능한 경우 조리음식 판매·제공 시 포장재·영수증 등에 원산지를 중복 표시하지 않도록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이는 불필요한 중복 규제를 줄이고 영업 현장의 부담을 완화하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다만 해당 제도 개선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약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배달앱에서 소비자가 주문 전 원산지를 충분하고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2024년 실시한 배달앱 축산물·우유 원산지 표시 실태조사 결과, 오리고기 판매 업체와 카페·디저트 전문점 모두에서 원산지 미표시율이 약 40%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배달앱 내 원산지 표시 제도의 이행 수준이 아직 충분하지 않으며, 포장재·영수증 표시 완화에 앞서 플랫폼 내 원산지 표시 이행 점검과 소비자 접근성 개선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 ‘주문 시점 확인 가능’이라는 전제, 현실에서 충족 여부 점검 필요
현행 배달앱에서 소비자가 원산지를 확인하려면 업체 검색, 별도 원산지 정보 페이지 접속, 화면 하단 스크롤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원산지 정보가 메뉴 선택과 주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제공되는 방식이라기보다, 소비자가 별도로 찾아 들어가야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일부 업체들은 상품명이나 메뉴 설명란에 ‘서울우유 사용’, ‘국내산 오리고기 사용’ 등의 문구를 직접 기재하고 있었다. 이는 배달앱 내 원산지 표시 체계만으로는 소비자에게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 조사 결과: 오리고기·우유 모두 10곳 중 약 4곳 원산지 미표시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2024년 8월부터 10월까지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에 입점한 오리고기 판매 업체 900곳을 대상으로 원산지 표시 실태를 조사했다. 또한 2024년 9월에는 동일 플랫폼의 카페·디저트 전문점 600곳을 대상으로 우유 원산지 표시 실태를 별도로 조사했다.
조사 결과, 오리고기 원산지 표시율은 63.0%, 미표시율은 37.0%로 나타났다. 플랫폼 3사 모두에서 미표시율이 30%를 상회했으며, 특히 중식 업종의 표시율은 14.3%에 불과했다. 원산지를 표시한 업체 중 중국산 비율은 51.5%로 국내산 42.9%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수입산 사용 가능성이 높은 업종일수록 표시율이 낮은 경향이 확인됐다.
또한 원산지 표시 업체의 메뉴 평균 가격은 2만1854원인 반면, 미표시 업체는 1만6500원으로 약 5354원 낮았다. 이는 소비자가 원산지를 알지 못한 채 상대적으로 저렴한 메뉴를 선택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유 원산지 표시 실태도 유사했다. 카페·디저트 전문점 600곳의 전체 원산지 표시율은 62.7%, 미표시율은 37.3%였으며, 커피전문점·카페만 별도로 보면 표시율은 57.1%로 더 낮았다.
특히 원산지를 표시한 업체의 국내산 냉장우유 활용 비율은 98.4%에 달한 반면, 수입산 멸균우유 활용 비율은 14.7%로 확인됐음에도 이를 원산지로 표시한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이는 수입산 우유를 사용하는 업체일수록 원산지 표시를 소극적으로 이행하거나 회피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 원산지 표시 완화, 국산 사용 업체에 대한 역차별 우려도 고려해야
국내산 식재료를 사용하는 업체들은 원산지를 적극적으로 표시하고 이를 소비자 신뢰 확보와 차별화 요소로 활용해 왔다. 반면 수입산 식재료를 사용하는 일부 업체는 현행 표시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장재·영수증 표시 의무까지 완화될 경우, 원산지 표시를 성실하게 이행해 온 국내산 사용 업체에는 상대적 불이익이 발생하고, 원산지 표시를 소극적으로 이행해 온 업체에는 오히려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 규제 완화에 앞서 이행 점검과 소비자 접근성 개선이 선행되어야
원산지 표시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소비자가 가격, 품질, 안전성, 국내산 선호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정보다. 따라서 배달앱 원산지 표시 제도 개선은 영업 부담 완화뿐 아니라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 보장을 함께 고려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배달앱 원산지 표시 규제 완화에 앞서 주요 플랫폼의 원산지 표시 이행 실태를 면밀히 점검하고, 수입산 식재료 사용 업체의 표시 회피 가능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소비자가 메뉴 선택과 주문 과정에서 원산지를 보다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배달앱 내 원산지 정보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소개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소비자 전문 단체로서 1994년 창립해 지금까지 소비자 주권 확보와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해 열정과 도전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시장 환경과 역량 있는 소비자 양성을 위한 소비자 교육 및 정보 제공, 소비자 정책 개발 및 모니터링과 제도 개선 건의, 물가 안정을 위한 시장 감시, 1372 소비자 상담, 의류 장신구 소비자 분쟁 조정 위원회 운영, 건강 식품 표시 광고 자율 심의 위원회 운영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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