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법, 그림 앞에서 ‘내 마음’을 읽다
카라바조부터 고야까지, 아홉 가지 빛깔로 만나는 예술과 인간의 내면
유명한 그림을 마주하면 작품의 의미부터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은 감상자에게 먼저 자신의 느낌을 들여다보라고 권한다. 같은 빨간색도 누군가에게는 생명력으로, 다른 사람에게는 두려움이나 오래된 기억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색채를 하나의 의미로 규정하는 대신 개인의 경험과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 언어로 바라보며, 명화와 만나는 시간을 자기 마음을 발견하는 경험으로 확장한다.
그러한 감상에는 작품을 만든 사람의 삶도 함께 들어온다. 책에는 카라바조와 루벤스, 파울 클레, 미켈란젤로, 뒤러, 세잔, 마네, 프리드리히, 고야가 등장하며 각각 빨간색부터 검은색까지 아홉 가지 색과 연결된다. 저자는 이들을 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거장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두려움과 고뇌, 욕망과 고독을 경험했던 인간으로 만난다. 작품이 탄생한 배경과 예술가의 생애를 알아 가는 과정에서 그림 속 인물과 풍경은 과거의 미술품에 머물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의 고민과 맞닿기 시작한다.
책이 말하는 색채치유 역시 특정 색을 보고 기분을 바꾸는 단순한 방식과는 다르다. 죽음의 공포를 떠올리게 하는 카라바조의 ‘메두사’, 창조하는 인간의 고뇌를 담은 뒤러의 ‘멜랑콜리아 Ⅰ’,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과 마주하게 하는 고야의 작품처럼 편안하지만은 않은 그림도 중요한 감상의 대상이 된다. 백소향 저자는 미술을 통해 불안이나 슬픔, 두려움 같은 감정을 밀어내기보다 그것이 자신의 마음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 주목한다. 그림이 감정을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셈이다.
‘예술가의 빛깔, 색채치유 미술관’은 미술사를 배우는 독자와 그림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가 함께 읽을 수 있는 미술 교양서다. 뉴턴과 괴테의 색채에 관한 관점부터 융의 상징과 무의식에 대한 시각까지 아우르면서도, 최종적인 감상의 자리는 독자에게 남겨 둔다. 작품 앞에서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를 알려 주기보다 자신은 무엇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질문하게 하는 것이다. 아홉 명의 예술가가 남긴 색과 이미지 사이를 거닐며 미술관에서 작품을 바라보듯 천천히 자신만의 감상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이끈다.
‘예술가의 빛깔, 색채치유 미술관’은 교보문고, 영풍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11번가 등에서 주문·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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