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돌아왔을 때 앉을 자리를 남겨 두는 사람들

서울--(뉴스와이어)--현대시문학이 양태철의 가족소설 ‘평상’을 펴냈다.

‘평상’은 한 가족이 가난한 시절을 지나 흩어지고, 늙고, 떠나보내면서도 끝내 서로의 자리를 지워 버리지 않는 과정을 그린 가족소설이다.

기찻길 아래 개천보다 낮은 판잣집. 비가 많이 내리면 흙탕물이 마당을 넘어 방 안까지 들어오고, 겨울이면 연탄 몇 장을 걱정해야 했던 집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다섯 남매가 살아간다.

물난리와 연탄가스, 닭장과 화재, 가난과 노동 속에서도 가족의 하루는 계속된다. 날이 좋은 저녁이면 마당에 놓인 평상이 밥상이 됐고, 일곱 식구가 하나둘 둘러앉았다. 자리가 좁으면 서로 조금씩 비켜 앉았다. 어린 화자에게 그 평상은 한 번도 좁은 적이 없었다. 식구가 앉으면 어떻게든 자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은 한 평상에 앉아 있던 사람들을 각자의 삶으로 흩어 놓는다. 형제들은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사랑하면서도 때로는 서운해하고 부딪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늙어 가고, 자식들은 어느 순간 자신들을 키운 부모의 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나이가 된다. 그리고 죽음은 가족의 자리를 하나씩 비워 간다.

그 과정에서 화자는 오래전 마당에 놓여 있던 평상을 다시 바라본다.

평상은 누구에게 더 많이 가져갔느냐고 묻지 않았다.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도 따지지 않았다. 한 사람이 오면 조금씩 비켜 앉았고, 또 한 사람이 오면 다시 자리를 만들었다.

그래서 ‘평상’에서 평상은 단순한 옛집의 사물이 아니다. 가난했던 한 시대의 밥상이면서 부모의 자리고, 다섯 남매의 어린 시절이며, 흩어진 가족이 다시 돌아와 앉을 수 있도록 남겨둔 마음의 자리다.

돌아오는 것은 떠난 사람의 몫일지 모른다. 그러나 돌아왔을 때 앉을 자리를 없애지 않는 것은 남아 있는 사람의 몫이다. ‘평상’은 결국 묻는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늘 함께 사는 사람들이 가족인지, 아니면 멀리 떠나고, 오래 만나지 못하고,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그 사람이 돌아올 자리를 끝내 치우지 않는 사람들이 가족인지 묻는다.

세월이 많은 것을 가져간 뒤에도 평상에는 자리가 남는다. 아버지의 자리, 어머니의 자리, 먼저 떠난 형제의 자리, 그리고 언젠가 다시 돌아올 사람의 자리.

‘평상’은 그 빈자리를 오래 바라보며, 우리가 잊고 살았던 가족의 의미를 조용히 되묻는 소설이다.

양태철의 가족소설 ‘평상’은 교보문고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저자 양태철은 1958년생으로 시집 ‘바람의 말’, 소설 ‘파랑새’, ‘무궁화’, ‘내 안의 법정’, ‘바다가 온다’ 등을 집필했으며, ‘셰익스피어 5대비극 5대희극’, ‘파우스트’ 등을 번역했다. 화가들의 그림에 시를 쓴 작품 ‘아틀리에서의 충고’, ‘남산은 저녁마다 사슴이 된다’, ‘등대의 기도’도 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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