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유엔 ‘국제 돌봄과 지원의 날’ 맞아 국회의원 8명과 돌봄·노동단체 공동주최

18년차 요양보호사 “12년 동안 어르신 부축하다 척추측만증… 산재가 될 수 있는지조차 몰랐다”

방문요양보호사 위험성평가 모델과 341명 시범적용 결과 첫 공개… 업무상질병 산재 인정은 만 명당 0.8명

서울--(뉴스와이어)--유엔이 정한 ‘국제 돌봄과 지원의 날’인 10월 29일(목)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재가 방문요양보호사의 안전, 누구의 책임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남인순·조배숙·안호영·김남희·백선희·이용우·전진숙·정춘생 국회의원과 노인장기요양공공성강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 전국요양보호사협회 등이 공동주최하고 보건복지자원연구원이 주관했다.

보건복지자원연구원은 올해 개발한 ‘방문요양보호사 위험성평가 모델’을 전국 19차례 모임에서 요양보호사 365명에게 적용한 결과를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발표했다.

어르신의 집에서 홀로 일하는 방문요양보호사는 부축과 목욕에 따른 근골격계 부담, 폭언과 성희롱, 간접흡연, 업무 범위를 벗어난 요구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 위험을 요양보호사 개인이 감당하는 현실을 짚고, 기관·지자체·국가가 나눠 맡아야 할 책임을 논의했다.

◇ 기조강연: 돌봄의 공공성, 돌봄노동자의 안전에서 출발해야

백도명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이사장은 ‘공공재로서의 돌봄노동 톺아보기’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백 이사장은 수급자가 안고 있는 건강·주거·가족·빈곤의 어려움이 제도적 지원 없이 돌봄노동자에게 넘어가면서, 도리어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자체가 통합돌봄의 개인별 지원계획에 요양보호사의 안전까지 담아 위험을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위험 대응에 드는 비용을 장기요양 수가에 반영하고, 위험한 방문을 멈추더라도 어르신의 돌봄이 끊기지 않도록 대체 인력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현장 증언: ‘어르신의 몸을 지켜드리려다 제 몸이 아프게 되었습니다’

기조강연에 이어 재가 방문요양보호사 두 명이 현장에서 겪은 위험을 직접 증언했다.

오귀자 요양보호사, “12년 동안 어르신을 부축하다 척추측만증… 산재가 될 수 있는지조차 몰랐다”

18년차 재가 방문요양보호사인 오귀자 요양보호사는 키가 150cm 정도 되는 어르신을 12년 동안 돌본 경험을 이야기했다. 세월이 흐르며 어르신의 허리가 점점 구부러지자, 오귀자 요양보호사도 더 낮게 몸을 숙여 어르신을 부축해야 했다. 어르신은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왼손으로 오귀자 요양보호사를 의지해 걸었고, 오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이 넘어지지 않도록 옆에서 몸을 지탱했다.

오귀자 요양보호사는 어느 날부터 주변에서 ‘왜 이렇게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걸어?’라는 말을 듣기 시작했고, 허리 통증이 심해져 찾은 병원에서 척추측만증 진단을 받았다. 오 요양보호사는 “그때 저는 이게 산재가 될 수 있는지조차 몰랐다. 아파도 참고 일하는 것이 요양보호사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르신의 사적인 주거공간이 일터이기 때문에 생기는 위험도 전했다. 동의 없이 설치된 CCTV에 그대로 노출되거나, 어르신의 실내 흡연을 견뎌야 하거나, 분변으로 인한 위협을 받는 등 다른 사업장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위험요인이 방문요양 현장에 있다.

아파도 쉬기 어려운 현실도 전했다. 방문요양은 이용자별로 서비스 시간이 정해져 있어 요양보호사가 쉬면 어르신의 식사와 위생에 공백이 생기고, 대체인력을 구하기도 어렵다. 일을 쉬면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까지 더해져 결국 통증을 참고 일하게 된다.

오 요양보호사는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어르신 댁의 위험요인과 보조기구를 점검하고, 혼자 하기 어려운 신체 돌봄에는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일하다 다치지 않을 권리, 아프면 치료받을 권리, 위험을 말할 수 있는 권리, 안전하게 일하고 건강하게 퇴직할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귀자 요양보호사는 마지막으로 이제 방문요양 현장에도 위험성평가가 의무화된다는 소식을 반기며, 어르신의 집이라는 다양한 현장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평가 기준을 만드는 이번 연구를 크게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가 이를 적극 검토해 형식적이지 않은 제도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성자 요양보호사, “‘조금 더 참으라’가 아니라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를 물어 달라”

이성자 재가 방문요양보호사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감정 노동과 고립의 위험을 증언했다. 방문요양보호사는 서비스 시간 내내 어르신 댁에 홀로 있어 폭언을 듣거나 위협적인 상황이 생겨도 바로 도움을 청할 사람이 가까이 없다. 이성자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이 거친 말을 하시면 치매나 질병 때문이라고 이해하려 하지만, 이해한다는 것이 모든 행동을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요양보호사는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이유도 밝혔다. “내가 조금 더 참았으면 됐을까?”, “기관에 이야기했다가 이용자가 서비스를 중단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 때문에 성적인 농담,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 위협적인 말, 서비스 범위를 벗어난 요구를 겪어도 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요양보호사는 문제가 생기면 기관이 요양보호사의 안전을 먼저 챙겨 서비스 일시 중단, 업무 조정, 다른 인력 지원, 전문기관 연계 등을 검토해야 하고, 문제를 제기한 노동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가 협업해 장기요양요원에 대한 부당한 업무 요구와 성희롱·폭언 문제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성자 요양보호사는 마지막으로 “사회가 우리에게 ‘조금 더 참으라’고 말하는 대신, ‘무엇이 위험했고, 무엇을 바꾸어야 하며,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를 함께 물어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 발제: 방문요양보호사 위험성평가 모델과 시범적용 결과 첫 공개

조승규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정책위원(노무사사무소 씨앗)은 연구진이 고용노동부 지원사업으로 개발한 방문요양보호사 위험성평가 모델과 시범적용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연구진은 근로복지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5년 업무상질병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요양보호사는 전체 요양보호사 65만4000여 명 가운데 50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만 명당 0.8명으로, 전체 산업 평균(1만 명당 15명)의 20분의 1, 서비스업이 속한 ‘기타의 사업’(1만 명당 4.5명)의 6분의 1 수준이다. 연구진은 이를 요양보호사의 산재보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뜻으로 해석했으며, 상시근로자 30명 미만의 소규모 기관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일수록 산재를 신청하는 비율이 더 낮다는 점도 짚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모델은 부적절한 환경, 신체부담, 감염, 폭력, 부적절한 업무부담 등 5개 영역 29개 문항으로 구성돼 있으며, 냉난방기나 목욕도구가 ‘있는지’보다 ‘실제로 쓸 수 있는지’를 묻는 방식으로 방문요양 현장의 특성을 반영했다.

연구진은 올해 서울·경기·강원·충북·전북·경남에서 요양보호사 모임을 총 21차례 개최하고 모델을 시범 적용했다. 이 가운데 19차례에 걸쳐 요양보호사 365명이 참여해 제출한 평가지 341부를 분석한 결과, 응답자의 54.3%가 어르신 부축을, 52.5%가 목욕을 위험으로 꼽았다. 어르신의 병이나 복용 약 정보를 공유받지 못한다는 응답도 51.3%에 달했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위험을 고르게 했을 때는 청소나 조리를 과하게 요구하는 ‘과한 지시’가 1위, 인지장애·난청 등으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2위였고, 부축과 외출, 목욕, 적대적 태도가 뒤를 이었다. 물건을 가져갔다는 의심을 받거나, 가족을 위한 김치·반찬을 만들거나, 밭일을 요구받는 사례도 확인됐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위험성평가를 하지 않은 사업장에는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상시근로자 50명 이상 사업장은 2027년부터, 그 외 사업장은 2028년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어르신마다 일터가 다른 방문요양에 맞는 평가 방식은 아직 없어, 이대로라면 위험성평가가 또 하나의 서류 작업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문제 의식이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네 가지를 제안했다. 현장에 맞는 구체적인 관리 방안을 발굴하고, 어르신의 체중을 지탱하는 작업을 최소화하고, 수급자·보호자에 대한 제도적 관리를 도입하고, 장기요양보험 제도 안에서 요양보호사의 건강권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 토론: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 함께 참석

토론은 남현주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정책연구위원장(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이 좌장을 맡았으며, 현장·연구자·정부를 대표하는 인사 5명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정찬미 전국요양보호사협회 회장은 위험을 알린 요양보호사가 일자리와 소득을 잃지 않도록 하는 장치와, 위험을 줄이는 비용을 수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정진주 사회건강연구소 공동소장은 장기요양 인정조사와 이용계획서에 안전 항목을 넣고, 고위험 수급자는 공공 거점기관이 맡는 방안을 내놓았다.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젠더와노동건강권센터 활동가는 성희롱이나 화장실 사용의 어려움처럼 잘 드러나지 않는 위험까지 살피는 젠더관점 위험성평가를 제시했다.

정부에서는 박지혜 보건복지부 요양보험운영과장과 김두진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지원과 사무관이 참석하는 등 장기요양 제도와 산업안전 제도를 각각 맡은 두 부처가 한자리에서 토론에 참여했다. 토론 뒤에는 참가자 전체가 참여하는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 국회·정부 인사들의 축사

토론회는 남인순 국회부의장과 이만희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비롯한 공동주최 의원들과 류현철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의 축사로 시작했다.

이용우 의원은 자료집에 실린 축사에서 “토론회의 질문인 ‘누구의 책임인가’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요양보호사 개인이 아니라 기관과 지자체, 그리고 국가가 함께 져야 할 책임”이라고 밝혔다.

◇ 행사 개요

토론회는 2026년 10월 29일(목)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축사와 단체사진 촬영에 이어 기조강연, 현장 증언, 위험성평가 모델 발제, 지정토론,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공동주최는 남인순·조배숙·안호영·김남희·백선희·이용우·전진숙·정춘생 국회의원, 노인장기요양공공성강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 서울특별시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 전국요양보호사협회이며, 주관은 보건복지자원연구원이다.

토론회를 끝으로 ‘국제 돌봄과 지원의 날’을 기념해 보건복지자원연구원이 10월 28일부터 10월 29일까지 기획한 이틀간의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 기간동안 한국과 일본의 제도 비교를 통해 장기요양 관련 제도의 개선 방향을 살펴본 한일제도 비교 세미나, 돌봄의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 가정에서 어르신을 돌보는 재가 방문요양보호사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위험성평가 제도 모델 시범 결과 토론회는 어르신 돌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책임과 역할을 논의하는 자리가 됐다.

보건복지자원연구원은 올해 행사의 내용과 결과를 토대로 실제 요양현장의 변화를 만들고 요양보호사가 체감하는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소개

보건복지자원연구원은 2008년 설립 이후 보건의료 및 복지, 돌봄 현장에 기반한 조사연구와 정책 활동, 교육 상담, 돌봄노동자(간병사, 요양보호사 등)의 노동 권익 보호를 위한 활동을 해왔다. 무료직업소개소 희망간병(2008~), 전국간호요양센터(2011~)를 부설로 두고 있으며, 서울특별시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전 서울시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센터, 2013~)를 수탁 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자원연구원은 돌봄노동과 우리의 삶이 얽히는 지점들을 고민하며 그 대안을 만들어나가는 둥지가 되고자 한다.

첨부자료:
위험성평가토론회 참고 자료.pdf

웹사이트: https://www.ihwr.or.kr

연락처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차옥경
02-3672-3440
이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