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와 그리움, 역사의 아픔을 시로 기록하다

여순사건과 제주 4·3 희생자를 기리는 헌시부터 평범한 이웃들의 삶까지, 침묵 속에 묻힌 슬픔과 인간의 존엄을 되새기는 시편들

서울--(뉴스와이어)--출판사 북랩이 삶의 상처와 상실, 그리움과 사랑,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시적 언어로 풀어낸 서춘성 시집 ‘꽃은 지는 쪽으로 더 붉어진다’를 출간했다.

이 시집은 고통과 이별,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섬세하게 그려 낸 작품들을 담고 있다. 시인은 꽃과 바람, 강물과 별빛 등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한편, 평범한 사람들의 고단한 일상과 역사 속 희생자들의 아픔까지 시선을 넓힌다.

표제작 ‘꽃은 지는 쪽으로 더 붉어진다’는 저물어 가는 순간에 더욱 선명해지는 존재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지는 꽃을 통해 지나온 삶의 무게와 떠나간 사람의 빈자리를 돌아보며, 사라지는 것들이 오히려 더 깊은 흔적을 남긴다는 역설을 전한다.

시집은 모두 5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2부에서는 고향과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그린다. 3부는 상실과 사랑의 의미를 되짚으며, 5부는 관계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를 성찰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4부 ‘지워지지 않은 이름들’이다. 이 장에는 10·19 여순사건 희생자를 기리는 9편의 연작시와 제주 4·3 희생자를 추모하는 6편의 헌시가 수록돼 있다. 시인은 역사적 비극 속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고통과 침묵, 남겨진 이들의 기억을 되살리며 개인의 슬픔을 공동체의 역사적 상처로 확장한다.

일상의 풍경을 포착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지하 주차장의 밤’은 가족 앞에서 고단함을 감춰야 하는 가장의 모습을, ‘같은 집, 다른 저녁’은 오랜 세월을 함께한 부부 사이의 정서적 거리를 그린다.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은 되돌릴 수 없는 시간과 사람들에 대한 상실감을 드러낸다.

서춘성 시인은 작가의 말에서 이 시들이 오랜 침묵 속에서 태어났다고 밝힌다. 차마 꺼내지 못한 슬픔을 시로 옮기며, 인간은 왜 무너지고도 다시 일어서고 끝내 사랑과 그리움을 놓지 못하는지 묻는다.

해설을 맡은 권갑하 시인은 서춘성의 시가 개인의 서정을 공동체의 역사적 기억으로 확장한다는 점에 주목하며, 일상의 풍경에서 한 생이 견뎌 온 시간을 읽어 내는 시적 성취를 높이 평가한다.

‘꽃은 지는 쪽으로 더 붉어진다’는 삶의 아픔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온기와 희망을 발견한다. 개인의 기억과 공동체의 역사를 함께 품은 이 시집은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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