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사장 이동식)에서는 12월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 동안 전통예술의 악·가·무 명인들의 공연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명인들의 무대는 늘 신나고 재미있고 흡족하다. 명인이란 우리가 다 아는 전통의 음악어법으로 현재성 있는 음악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전통은 끊임없이 현대와 대화할 수 있을 때에라야 전통일 수 있다. 이번 우리 명인들의 공연을 보면서 이 점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명무 역시 전통의 춤사위를 가지고 관객들과 수준 높은 대화를 시도한다. 그들의 예술작품은 어느 시점에 정체되어있을 수 없고 항상 열려 있는 것이기에 그들은 연주 때마다 새로운 작품에 도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는 12월 14일부터 사흘간 올려지는 ‘2005 우리시대의 명인전’은 안숙선, 유지숙, 유창 등의 소리명인전, 이생강, 백인영, 최경만 등의 산조명인전, 정재만, 임이조, 진유림 등의 명무전으로 꾸며졌다. 또한 첫째날과 셋째날에는 장덕화, 이철주, 김무경, 김찬섭 등이 반주단으로 출연한다. 이러한 출연진에서도 드러나듯 각기 개성이 뚜렷한 당대 최고의 명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한국문화의집 공연장은 아담한 장소에 공연장 전체에 나무결 무늬가 우러나오는 포근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이런 장소야 말로 진짜 명인들과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자리이다. 이날의 공연을 위해 출연자들은 마이크도 쓰지 않을 예정이다. 진짜 명인들이 자신들의 소리 그대로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귀 밝고 눈 맑은 관객들은 참으로 오랜만에 우리의 참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행사내용 ◀

날 짜 : 2005년 12월 14일 - 12월 16일
장 소 : 한국문화의집 코우스(KOUS)
입 장 료 : A석 20,000원 / S석 30,000원
주 최 :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제1일 가인(歌人)열전

우리나라는 다양한 풍토와 다양한 인문(人文) 때문에 다양한 노래문화가 발달했다. 어느 누구도 한국노래 전체를 다 잘 부를 수 없다. 서로 전공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경기명창 서도명창 남도명창을 초청하여 특징 있는 노래들을 듣기로 했다. 경기명창으로는 남자명창으로 선소리 계통의 소리와 좌창뿐만 아니라 송서까지 두루 이수한 경기소리 전수조교 유창이 무대에 선다. 그는 기존의 경기소리에 만족하지 않고 경기소리의 소리 극 ‘장님타령’을 재구성하기도 하고 ‘봉이 김선달’을 무대에 올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소리꾼이다. 선소리 ‘산타령’을 제자들과 함께 부르고 ‘정선아리랑’, ‘한 오백년’, ‘강원도아리랑’을 구성지게 불러 줄 것이다.

서도소리는 귀한 소리다. 옛날에도 서울의 귀명창들이 서도소리를 좋아했다는데 지금도 소리를 아는 사람이어야 ‘서도소리의 맛’을 안다. 무엇보다 서도소리의 본고장인 북한 땅에는 그 소리가 전승되지 않기 때문에 이 곳에서 전승하고 있는 서도소리는 그 가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귀한 것이다. 통일을 대비한 문화운동의 일환으로 서도소리는 잘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이런 서도소리가 근래 활발하게 전수되고 자주 공연되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지금 국립국악원 소속으로 활동하는 유지숙은 오복녀선생의 제자로 서도소리 전반을 이수한 서도소리의 전수조교이다. 많은 제자를 길러냈고 지도력도 있어서 서도소리 발표회도 꾸준히 하고 있는 부지런한 명창이다. 서도소리는 독특한 창법 때문에 ‘목’을 어느 정도 타고 나야하는 법인데 유지숙은 어머니가 북한 출신이어서 서도소리의 좋은 목을 타고 났다. 그녀의 목이 힘 있고 구성지기 때문에 좌창으로 ‘공명가’을 듣고 민요로 ‘난봉가’를 한 바탕 들었으면 한다.

경·서도의 소리가 종류도 많고 명창도 많지만 지금 민속악의 주류는 남도음악에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남도창에는 판소리나 가야금병창이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가인열전의 남도소리는 슈-퍼 스타- 안숙선이 출연하게 된다. 인간문화재로 교수 타이틀까지 가지고 있지만 그냥 스타-라는 것이 더 어울리는 명창이다. 안숙선 명창은 첫 무대에서 가야금병창으로 ‘호남가’를 부르고 이어서 중앙가야금병창단과 함께 대중적인 신민요들을 들려준다. 경·서도창을 한판 듣고 다시 국립창극단의 후배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와 남도 잡가명창들이 잘 불렀던 ‘육자백이’, ‘자진육자백이’, ‘삼산은 반락’, ‘개고리타령’, ‘흥타령’을 신나게 불러준다. 그리고 맨 나중에는 안숙선의 장기인 판소리 ‘흥보가’ 중의 한 대목을 듣게 된다.
이날 반주는 최고의 반주자로 정평이 있는 장덕화, 이철주, 김무경, 김찬섭 등이 맡는다.

제2일 산조(散調)열전

지금 산조를 연주하는 사람들은 서양음악의 작품처럼 고정된 가락을 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산조 본래의 모습은 그런 것이 아니다. 산조란 말부터 ‘흩은 가락’, ‘허튼 가락’ 등의 뜻이 있어 무엇에 고착되지 않고 자유스럽게 연주하는 음악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늘 현장에 맞는 현재적인 음악을 연출하는 것이라는 뜻도 있다. 산조의 정체성은 선율의 됨됨이나 장단의 배열 같은 음악구조나 음악언어에 있고 작품을 만드는 것은 늘 가변적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산조음악의 교육부터 그렇게 언어성 중심으로 가르쳤다. 오늘은 이 가락을 가르치고 내일은 저 가락을 가르치며 산조음악의 기본 언어를 가르쳤던 것이다. 그렇게 기본언어를 많이 배운 다음 작품을짜는 방법은 대개 스스로 터득해야 하는 것처럼 되어있었다. 그래서 스스로 일가를 이루면 저절로 스승의 수준으로 올라가게 되고 때로는 더 독창적인 음악가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청출어람이 청어람’이라는 말을 적용하곤 했던 것이다.

기악의 명인들은 모두 창조적인 음악가들이다. 위대한 음악가라 칭하는 관악기의 달인 이생강이 나오고 ‘일고수 이명창’이라 일컫는 고수 중 최고고수인 김청만도 나온다. 가야금과 아쟁을 가지고 무슨 음악이든지 척척 해내는 백인영과 대금곡을 작곡하여 음반으로 돈을 번 원장현도 나온다. 국립국악원 민속반 예술감독으로 피리와 태평소의 명인인 최경만이 나오고 가야금산조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임경주 명인과 판소리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유수정 명창이 나온다. 모두 대단한 음악가들이다. 이들은 어떻게 결합시켜도 현장에 어울리는 멋진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조적인 음악가들이다.

이생강은 현재성이 강한 대금산조와 악기의 한계를 뛰어넘어 무슨 표현도 넉넉하게 하는 피리연주를 들려주도록 부탁했다. 원장현은 대금의 명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거문고실력도 굉장한 수준이다. 그래서 원장현에게 거문고를 가지고 백인영의 아쟁과 함께 김청만의 장단에 맞추어 즉흥연주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산조 선율법을 쓰면서 시나위 합주와 같은 얼개로 음악을 만들어 가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본다. 관심 있는 분들은 스릴 있게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음악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임경주가 연주하는 강태홍류 가야금산조의 전통적인 가락도 들어보고 최경만의 태평소 연주로 전통적인 ‘능계가락’도 들어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백인영이 제자들과 함께 연주하는 새로 짠 음악 ‘시나위 나들이’도 재미있을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 시나위는 백인영이 새로 짠 위의 것과 진짜 명인들이 현장에서 뿜어내는 생명 넘치는 시나위 두 가지를 들어보도록 준비했다. 전통 기악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시기 바란다. 마이크는 일체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제3일 명무(名舞)열전

음악언어의 종류가 많은 만큼이나 춤의 언어 역시 종류가 많다. 살풀이만 해도 한 세대위의 명무인 한영숙류, 김숙자류, 이동안류, 이매방류 등이 큰 흐름으로 전승되고 있다. 나는 이 명무들의 춤을 많이 보고 해설을 자주했던 사람이어서 현재의 명무들이 어떻게 스승의 그 춤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과거의 명무들은 생음악을 반주로 하여 춤을 추었는데 요즘은 녹음에 맞추어 추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타당한 이유가 없지 않겠지만 진짜 명무의 춤은 생음악과 함께 춰야 된다. 그래 서 이번 공연은 최고의 반주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장덕화, 이철주, 김무경, 김찬섭 등이 합주를 하고 명무들이 현장감 있는 춤을 추도록 부탁할 작정이다.

인간문화재로 교수로 많은 춤 관련의 일을 하고 있는 정재만 명무는 그의 스승인 한영숙 선생이 추던 ‘살풀이 춤’을 깨끗하게 한 판 추겠다고 한다. 군더더기나 과장 없이 순수 담백한 춤이 한영숙선생의 춤이었는데 정재만 명무 또한 욕심 없이 도인처럼 그 춤을 추리라 예상한다. 임이조는 누가 뭐래도 춤의 스타-이다. 그가 추는 ‘한량무’는 임이조 아니면 그 효과를 내기 어려운 춤이다. 춤사위나 작품의 큰 틀은 이매방을 답습하고 있지만 무대에서 추는 그의 ‘한량무’는 완전히 임이조의 춤이다. 춤으로 보는 이들을 꼼짝 못하게 하고 동작으로 한없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기량은 임이조를 따를 자가 많지 않다. 그런 무대 위의 임이조를 만날 수 있어야 진짜 임이조와 만나는 것이다. 이정희는 도살풀이의 김숙자선생이 낙원동에서 학원을 할 때 조교를 했던 김숙자의 제자이다. 보통 때는 ‘도살풀이춤’을 잘 추었는데 이번에는 ‘입춤’을 추겠단다. 김숙자의 춤이 온통 ‘도살풀이’만 있는 줄 아니까 좀 다른 ‘입춤’을 소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이정희가 감추어 두었던 ‘입춤’을 통해서 김숙자의 춤사위들을 만나보았으면 한다. 이번 명무전이야말로 4인 4색이라 할 수 있는데 진유림의 ‘승무’는 그로 하여금 서울국악대경연 대상, 전주대사습 장원, 국악경연대회 대통령상 등을 수상하게 한 효자 종목이다. 진유림의 ‘승무’는 춤사위의 뿌리는 사위도 세련되어 있지만 북을 칠 때 북 가락에 파워가 넘친다. 일조일석에 얻을 수 있는 공력이 아니다. 이매방을 사사하고 끊임없이 무대에 서며 연마한 공력이 쌓인 것이다. 이 시대 최고의 춤꾼들이 같은 날 같은 무대에서 생음악에 맞추어 그려내는 최고의 춤을 놓치지 말고 꼭 보시기 바란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 개요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문화재청 산하 전통문화 전승 보급을 담당하는 특수법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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