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분명한 것은, 거래 규모를 축소하고 일부 조건을 바꾸는 것으로는 부당내부거래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 망정, 근본적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사실상 최태원 회장 개인 소유 기업인 SK C&C가 SK텔레콤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급속히 성장하고 그 결과 애초 SK텔레콤의 주주에게 귀속되어야 할 이익을 최태원 회장이 편취하는 것이 문제의 근원이며, 최태원 → SK C&C → SK(주) → SK텔레콤 → SK C&C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가 존재하는 한 내부거래의 부당성에 대한 의혹은 결코 해소될 수 없음을 분명히 강조한다.
지난 1998년 SK텔레콤과 SK C&C는 계약금액 1조원 범위 내에서 10년 기간으로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지난 해 4월 불과 5년만에 계약금액 1조원이 넘어 재계약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어제 이사회 결의는 이후 무려 2년에 가까운 논의 끝에 확정된 것이다.
그러나 고심 끝에 내린 결정치고는 매우 실망스럽다. 거래 금액을 축소하거나 IT 자산을 회수하는 것만으로는 우량 계열사가 SK C&C라는 비상장 기업을 통해 총수를 간접 지원한다는 의혹을 완전히 떨칠 수 없다. 운영 및 유지보수 서비스 수수료만 지급함으로써 거래 금액을 줄인다 하더라도 차후에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은 언제든지 존재한다.
SK텔레콤 이사회가 극히 실망스러운 방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SK C&C를 정점으로 계열사 순환출자를 통해 총수의 경영권을 유지하는 그룹 지배구조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전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제 하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소유한 SK C&C 지분 44%를 계열사나 제3자에게 매각할 수도, SK텔레콤이 SK C&C와의 거래관계를 끊을 수도 없다. 결국 차포 떼고 고민하다보니 단기적인 미봉책 외에는 방법을 찾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시작부터 SK텔레콤과 SK C&C간 거래는 부당거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SK텔레콤의 사외이사들은 1998년 아웃소싱 계약 당시 조인트 벤처 회사 설립 등을 조건부로 승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이 이행되지 않은 채 SK C&C는 주로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성장을 거듭하며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권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1994년 28억원에 불과하던 SK C&C의 매출액은 10년 후인 2004년 9,388억원에 달하게 되었으며, 그 중 SK텔레콤에 대한 매출 비중은 45.72%에 이른다. 이는 비상장 기업을 지배주주가 소유하고, 계열사가 내부거래를 통해 지원함으로써 미래의 기대 이익을 지배주주에게 넘겨주는 전형적인 ‘회사기회의 편취’ (Usurpation of Corporate Opportunity) 사례이다.
설사 SK텔레콤과 SK C&S간의 거래가 공정거래법상의 부당내부거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회사기회의 편취는 명백히 회사법상 충실의무 위반이며 부당이득은 반환해야 한다. 더욱이 SK C&C는 SK텔레콤으로부터 벌어들인 자금으로 SK㈜의 지분을 매입하여, 사실상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권 강화에 직접적으로 동원되기도 하였다.
지난 해 SK텔레콤은 역시 최회장이 소유한 와이더댄닷컴 지분을 매입하여 최 회장의 지배권 강화를 지원하려다 시장의 반발에 부딪쳐 취소한 바 있다. SK텔레콤이 지배주주 소유의 회사에 대한 독점적인 거래 관계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여주거나, 지배주주가 소유한 지분을 인수하는 등 전적으로 최태원 회장에게 부당이득을 안기기 위한 거래를 계속한다면, 거래 규모와 관계없이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간 참여연대는 SK텔레콤 이사회에 SK C&C 등 지배주주가 소유한 비상장사와의 거래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근본적 해결방법을 모색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어제 확정한 새로운 계약은 외부의 비판을 의식하여 거래 방식만 일부 손질한 채, 거래 자체는 지속한다는 점에서 또다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SK C&C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컨대 SK텔레콤이 현재 최태원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SK C&C 지분을 매입하여 SK C&C를 100%로 자회사로 두어 회사기회의 편취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등의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계열사를 이용하여 그룹 지배권을 유지하는 방식으로는 지배구조 위험(corporate governance risk)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이것이 오히려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근원적 문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는 SK텔레콤과 최태원 회장이 SK C&C와의 거래로 촉발된 지배구조의 문제점에 대해 단기적인 처방 대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웹사이트: http://peoplepower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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