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서울대 이공대신문사(편집장 김종윤)의 전현직 기자들은 2005년 12월 12일 성명서를 내어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대한 서울대의 조사를 환영하며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로 과학의 희망을 찾고” 희생양보다 진실을 찾을 수 있는 조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윤리 논란에 이어 중복되고 중첩된 사진, DNA Fingerprinting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극심한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동안 젊은 과학기술자들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서 논문에 대해서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과학기술인연합과 시민참여연구센터가 성명을 발표한 것에 비해 “관련 학회는 묵묵부답이었고, 원로 과학자들은 적극적으로 나서는 듯하다 더욱 움츠러 들었”음을 비판했다.

이공대신문사의 전현직 기자들은 지난 7일 발표된 소장 생명과학 교수들의 성명에 지지를 표명하고 “황우석 교수의 요청에 의해서” 뒤늦게 조사가 이뤄진 것을 아쉬워하며 “제 살을 깎아내는 각오”로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조사위원의 구성과 다른 조사와의 관계, 검증의 방법과 조사 방식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또 이들은 그동안 의혹이 제기되다가 최근 사실로 밝혀진 연구원의 난자제공에 대한 문제점과 사진과 데이터 조작에 대한 논란을 지적했다. 이들은 “논문에 오류가 있었고 그것이 의도적인 목적에 의한 것이었다면, 혹은 연구결과에 문제가 없더라도 그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다른 사람이 아닌 연구 책임자가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들은 그동안의 문제점이 생긴 원인으로 “안전한 연구환경에서 연구자로서의 윤리와 양심을 지키면서 연구할 수 없었던” 이공계열 대학원 실험실의 분위기를 지적했다.

이공계열 대학생을 중심으로 구성된 서울대 이공대신문사는 1993년 4월 『공대저널』을 발간하기 시작한 이래 이공계열 교육과 대학원 연구환경, 정보인권, 생태주의와 관련된 문제를 보도해왔다. 이와 함께 이공계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문학제, 과학기술을 주제로 한 영화제와 과학상점운동, 실험실 안전운동 등을 펼쳐 왔다. (http://www.snusts.org)

이하 성명서 원문

책임질 사람보다 정확한 사실이 필요합니다.

서울대 조사에 부치는 서울대 이공계 학생들의 목소리

1. '혼란'

- 의혹을 끊을 수 있는 서울대의 조사를 환영합니다.

"참된 과학은 의혹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황우석 교수님은 그동안 난자의 취득과정과 연구원의 난자제공 여부에 대해서 거짓말을 해오셨습니다. 저희는 무척 놀랐습니다. 강의와 연구를 통해 후학들이 따라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셨고 세계적인 과학자로 자리매김한 황우석 교수님이셨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습니다. 윤리 논란에 이어 중복되고 중첩된 사진, DNA Fingerprinting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극심한 혼란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교수님의 진실된 사과만으로 충분하지 않냐고 얘기합니다. 또 "한국 사람들은 잘되는 사람을 두고 보지 못한다"던가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 뒤에는 더 큰 집단이 있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저희는 황우석 교수님의 연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 어떤 이유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혹을 끊을 수 있는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작성하는 도중 서울대에서 자체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다행입니다. 다만 황우석 교수님이 자체 조사를 부탁하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조사를 결정한 서울대 총장님의 늦은 결단이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이제 충격에 빠진 국민들과 의심의 눈초리를 던지는 외신, 그리고 Science는 서울대의 조사 과정과 결과를 주시하게 될 것입니다.

2. '검증'

-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가 있어야 과학의 희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저희는 지난 7일 건의문을 발표하신 여러 교수님들의 의견에 동의하고 그분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과학진실성위원회'의 구성 혹은 그에 상응하는 독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하여 연구 결과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벌여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언론의 역할은 그것이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매우 컸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과학자 사회의 목소리는 너무 적었습니다. 관련 학회는 묵묵부답이었고, 원로 과학자들은 적극적으로 나서는 듯하다 더욱 움츠러 들었습니다. 인터넷 게시판을 중심으로 한 젊은 과학기술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문제제기와 과학기술인연합, 시민참여연구센터의 성명에서 우리는 희망을 찾고 싶습니다.

서울대가 조사에 나서는 것은 황우석 교수님이 서울대의 교수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논문의 저자 중에 서울대에 속한, 속했던 사람들이 있고, 그 연구에 서울대의 자금이 지원되었으며, 연구결과물인 특허가 서울대의 산학협력단의 명의로 등록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의 조사가 철저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더 큰 의혹과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24일 발표된 서울대 수의대 IRB의 "팔이 안으로 굽는" 조사결과가 더 큰 사회적 논쟁을 가져온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번 조사는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을 배제하고, "제 살을 깎아내는" 각오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조사위원의 구성에서부터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검증의 주체가 서울대라고 해서 조사위원들이 모두 서울대 내부의 인사로 구성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내외 제 3의 기관과 조사를 함께 진행하거나 이미 진행되고 있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피츠버그 대학의 조사와 협조하는 것도 공신력을 얻는 방법일 것입니다. 검증의 방법은 철저할 수록 좋을 것입니다. 실험과 관련된 문서, 데이터, 일지 뿐 아니라 유전자 검사 결과와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에 대한 확인이 있어야 그동안의 의혹이 풀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연구에 관여한 모든 인사들이 압력이 없는 환경에서 자유롭게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기회를 서면, 면담 조사를 통해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책임'

- 책임질 사람을 만들기보다는 정확한 사실을 밝혀내고 문제가 생긴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권리와 그에 따르는 책임이 있다고 배웠습니다. 이는 논문을 작성하고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할 것입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혜택과 명성이, 그 결과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에 대한 질책과 오명이 따르는 것입니다. 논문에 오류가 있었고 그것이 의도적인 목적에 의한 것이었다면, 혹은 연구결과에 문제가 없더라도 그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에 응당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걱정되는 것은 함께 져야 할 책임이 힘이 없고 지위가 낮은 일부 사람에게 전가되는 일입니다.

강압에 의해서건 자발적으로건 혹은 또다른 어떤 이유에서건 두 명의 여성 연구원은 연구에 필요한 난자를 제공했습니다. 이들이 겪어야 했던 과배란 유도제 투입, 호르몬제 투여, 난자 적출은 그 자체로 큰 위험이었습니다. 또 취약한 위치에 있던 연구원의 난자 제공은 난자가 부족한 상황 속에서 빨리 연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 거부할 수 없는 동의에 의한 것이므로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제공에 의한 연구성과로 인해 주변의 연구원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고 추가로 난자를 기증해야할 압박을 받았을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황우석 교수님은 "내가 만약 여성이었다면 내 난자를 뽑아 실험하고 싶었다."고 했는데 정말로 그랬다면 연구원들이 받았을 압박은 더 심했을 것입니다.

의혹으로 제기되고 있는 사진과 데이터 조작도 비슷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은 사람이 누구인지, 자료를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은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였건 간에, 명시적으로 명령을 받았건 분위기상 알아서 했건 간에, 이들이 독자적으로 행동했다고 판단하기는 힘듭니다. 특히 이번 연구처럼 연구의 규모가 크고 영역이 나눠져 있는 경우에는 연구의 큰 줄기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책임은 연구의 총괄 책임자에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시각각 쏟아져 나오는 의혹 속에서 이제 사람들은 지쳐가고 있습니다. '진실'을 찾고 싶다던 사람들도 이제는 지쳐 그만 누군가 '책임'질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분명한 것은 문제가 있었다면 그 문제는 한두 명의 개인이 책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누구나 그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면 그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공계열 대학원 실험실의 분위기를 이해하는 분들이라면 더욱 더 공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안전한 연구환경에서 연구자로서의 윤리와 양심을 지키면서 연구할 수 없었던 분위기가 이러한 문제점을 낳은 중요한 한 원인이라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생긴 문제였다면 쉽게 대학의 '과학진실성위원회'나 관련 학회, 한림원을 찾았을 공익제보자가 한국에서 두드린 곳은 한 언론이었습니다. 최고의 업적을 자랑하는 실험실에서 정직함을 자랑하던 과학자 사회에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4. '고민'

- 논란이 해결된 후에도 저희가 배워야 할 것은 많습니다.

네티즌의 애국주의적 반응, MBC와 PD수첩에 대한 분노 표현, 신원을 노출시키는 악의적 스토킹, 난자 채취와 여성인권, 줄기세포 연구 성과의 특허출원과 가난한 사람들의 질병치료,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대한 윤리문제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려 합니다. 다만 최근의 논쟁이 연구의 진위, 줄기세포의 개수에 집중되어 그동안 제기된 여러가지 문제점이 묻혀버리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부디 이번 논란과 조사를 통해 그동안 부족했던 과학기술과 관련된 여러가지 고민들이 차분히 진행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05년 12월 12일
서울대학교 이공대신문사 전현직사원들


웹사이트: http://www.snust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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