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지난 9일 국회본회의에서 공익이사제도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사립학교법이 통과된 후 온 나라가 시끄럽다. 사학단체와 종교계 등에서는 개정된 사립학교법을 공포한다면 2006학년도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고 법률불복종 운동과 함께 헌법소원 등을 제기하겠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자 정부는 시행령에 그들의 일부 의견을 반영하겠다며 반발을 무마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처방이라기보다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이번 개정된 사립학교법의 중요한 논점 중 하나는 사학법인의 재산권 침해 여부이다. 사립학교는 설립자가 자신이 추구하는 교육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개인의 재산을 출연해 만든 학교다. 설립자는 자신이 추구하는 교육이념에 따라 학교 교장을 임명하고 교직원을 채용하거나 해임하는 등 학교를 운영한다. 따라서 학교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것은 설립자 고유의 권한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 그리고 사회 일각에서는 사립학교는 사회에 공여된 공공의 재산이며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사학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사학재단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상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공공성이라는 이유로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한다면 국가와 사회에 이익이 되는 모든 것의 재산권을 제한해야 한다. 이를 테면 기업도 국가와 사회에 이익이 되기 때문에 주주들의 재산권을 제한해야 하고, 또 개인 소유의 땅이더라도 이것이 국가와 사회에 이익이 된다면 그 재산권을 제한해야 한다. 공공성이라는 이유로 개인의 재산권을 제약한다면 이는 우리사회의 근간인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

또 하나 공익이사제도 도입이 과연 바람직한가? 혹자들은 비리문제로 얼룩진 사학재단을 감시하기 위해 공익이사를 임명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윤추구기관인 사기업도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사외이사라는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데 사학에 공익이사를 도입하는 게 무엇이 잘못이냐는 식이다.

그러나 사외이사와 공익이사는 분명히 다른 제도다. 사외이사는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이 임명하지만, 공익이사는 사학구성원단체(교수회, 교사회, 학부모회, 학생회 등)가 이사 중 1/4이상을 임명할 수 있다. 주식회사로 치자면 이해관계자들이 이사를 임명하는 셈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교사들이 이사를 임명한다고 봐야한다. 이미 학부모는 학생들을 볼모로 교사들에게 맡기고 있어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발 더 나아가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교사들에게 인사권과 징계권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즉, 근로자들이 학교 경영에까지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근로자들이 경영에 참여할 경우 그들은 회사의 이윤극대화 추구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례를 자주 보아왔다. 교사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전교조 운동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초창기 ‘참교육 실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출발했던 전교조는 이제는 전교조 자신들의 이념 교육과 자신들의 이권을 추구하는 조직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사립학교는 설립자가 자신이 추구하는 교육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재산을 출연해 만든 학교다. 이해관계자들이 이사회에 참여하게 될 경우 설립자는 자신이 원하는 건학이념에 따라 더 이상 학교를 운영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공익이사를 도입해 학교 운영에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혹자들은 그러면 비리 사학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자는 소리냐며 반문할 수 있다. 물론 사학 비리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전체 사학재단 중 비리재단은 많지 않다. 알려진 바에 비리사학은 전체의 2%정도에 불과하며, 이는 사학 전체를 비리집단으로 매도할 정도는 아니다. 이처럼 몇몇 사학들의 비리를 방지하기 위해 잘하고 있는 사학들까지 규제하자는 것은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자는 소리와 다름없다.

현재 우리 교육은 특목고 등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 고교평준화로 인해 학생들은 소위 ‘무작위’ 추첨에 의해 학교를 배정받는다. 학부모나 학생들은 가고자 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없다. 사학재단은 다른 재단과 열심히 경쟁하지 않아도 학생을 배정받기 때문에 서로 경쟁하려는 인센티브가 작다. 또한 원하는 학생들을 마음대로 선발하지 못한다. 따라서 사학재단은 건학이념에 따라 충실히 자신의 교육이념을 구현하기 어렵다.

우리는 1년 전 강의석 군 사건을 잘 알고 있다. 당시 강의석 군은 학교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종교 예배를 강요받았고, 학교는 건학이념을 구현한다며 종교 예배를 강요했다.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종교 예배의 강요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강의석 군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학교와 강의석 군 양자 모두 고교평준화라는 현행 교육제도의 피해자들이다. 고교평준화로 인해 학생은 가고자 하는 학교를 마음대로 갈 수 없었고, 또 학교는 건학이념에 동의하는 학생들을 자신의 마음대로 선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에 경쟁제도의 도입과 학교 선택권에 대한 논의 없이 사립학교법을 논하는 것은 우리 교육제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다. 정말로 비리 사학을 없애기 위해서는 공익이사 도입이라는 규제를 통한 방법보다는 치열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교육제도 자체를 바꿔야 해결할 수 있다. 바로 이 문제는 찬·반 양측 모두 간과하고 있는 너무도 중요한 문제이다.

교육시장에 경쟁이 도입되어 사립학교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학생이나 학부모가 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되고 사학재단이 학생들을 자유롭게 선발할 수 있도록 하자. 이렇게 되면 비리 사학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고 사학 또한 설립 교육이념을 구현하게 될 것이며 나아가 우리의 고질적인 교육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이제는 敎育百年之計를 위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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