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울 림_Beyond Repetition展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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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2005-12-27 12:02
서울--(뉴스와이어)--<울림_Beyond Repetition>은 다양한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장르와는 상관없이 소재 또는 이미지가 반복되는 작품들을 선보이는 전시다.

출품 작가는 전광영, 김호득, 도윤희, 김홍주, 김유선, 김순례, 김주현, 이재효, 이지은, 노상균, 황인기 등 11명이다. 이들의 작품은 물감이나 먹과 같은 근본적인 작품 재료부터 일상적인 생활용품, 자연에서 취해진 물질, 그리고 공업용 재료 등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매체로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일관된 논리, 노동력 그리고 절대적인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작업을 하는 의미’에 대한 끊임없는 되새김, 철저한 사전준비,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루 8시간을 꼬박 투자해도 수개월의 시간이 걸리는 치열한 작업과정을 거쳐 수많은 개체들은 하나의 집약적인 화면을 구성한다. 그러나 화면은 신체적 흔적이나 물성을 드러내고 과시하지 않는다. 대신 수없이 걸러져 어떤 불순물도 섞이지 않은 맑은 물처럼 사유와 명상의 장으로 기능한다. 물질의 반복을 눈으로 좇다보면 그 너머 내면의 울림으로 공간은 채워지고 가슴은 충만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본 전시는 한편으로 난무하는 개념적 유희와 가벼움으로 치장한 현대 미술과 달리 시간이 지나도 예술 작품 안에서 우리가 기대하게 되는 근원적인 진지함과 깊이에 관해 성찰해보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12.28~2.12 남서울분관에서 작가11명 참여
□ 전시개요
· 전 시 명 : 울림_Beyond Repetition
· 개 막 일 : 2005. 12. 27(화) 17:00
· 전시기간 : 2005. 12. 28(수) - 2006. 2. 12(일)
· 전시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전관
· 전시부문 : 평면, 입체 등 총 24점
· 참여작가 : 총 11명
김순례, 김유선, 김주현, 김호득, 김홍주, 노상균, 도윤희, 이재효, 이지은, 전광영, 황인기

[전시서문]
울림_Beyond Repetition
한 희 진(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울림_Beyond Repetition>은 다양한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장르와는 상관없이 연속적이거나 반복적인 소재 또는 이미지의 집합이나 집적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을 선보이는 전시다.

출품작가는 전광영, 김호득, 도윤희, 김홍주, 김유선, 김순례, 김주현, 이재효, 이지은, 노상균, 황인기 등 11명이다. 이들의 작품은 물감이나 먹과 같은 근본적인 작품 재료, 일상적인 생활용품, 자연에서 취해진 물질 그리고 공업용 재료 등과 같이 각기 다른 매체들로 다양한 주제들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재 또는 이미지가 반복되는 이 작품들은 완성되기까지 일관된 논리, 노동력 그리고 절대적인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각 작품들은 충분한 사전 작업과 함께 방법적인 측면에서 필연적으로 긴 시간 물리적, 신체적 노고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화면은 층층이 배어있는 의미와 시간의 축적으로 관객에게 사유의 장을 펼쳐 보이게 된다.

전광영은 연작에서 크고 작은 스티로폼을 한지로 하나하나 싸고 이를 다시 한지로 꼬아 만든 끈으로 묶어 캔버스에 촘촘히 붙임으로써 추상적인 이미지를 표현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작업하면 보통 100호 크기 작품의 경우 7천여 개의 한지조각이 소요되고 최소 2만 번 이상의 반복된 손길을 거쳐야만 완성될 수 있다. 치밀한 계산과 고된 노동을 바탕으로 수천, 수만 개의 개체들은 탄탄한 구조를 가진 하나의 유기체로 거듭난다. 이제 한지 고유의 은은함과 차분함은 입체적 구조로 인해 역동적 에너지로 분출된다. 논어, 맹자, 법전, 의전, 소설, 시문 등의 다양한 내용과 그것을 읽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숨결과 손길이 담긴 한지는 장인 정신과 정성으로 화면에 빼곡히 들어차 우리에게 내밀하면서도 강렬한 정신적 울림을 선사한다.

김호득의 <흔들림, 문득.>이나 <흔들림, 문득.-사이> 연작은 수백, 수천, 수만 개의 점들이 반복적으로 찍혀 완성된다. 마음 가는 대로 그린 듯하나 점의 방향, 붓질의 강약, 그리고 먹의 농담에 따라 화면은 제각기 다른 표정을 갖는다. 무심하게 찍은 듯하나 사실 점 하나하나는 고도의 집중, 극도의 긴장 그리고 규칙적인 호흡 속에서만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면에서 세워지거나 눕혀진 점들은 모나지 않은 긴장으로 관계를 형성하며 여백을 채우고 지우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리는 행위의 가장 최소 단위인 점찍기, 그러나 결코 녹록치 않은 이 행위의 반복을 통해 화면은 미세하게 변화하는 마음의 결로 흔들린다. 그 결을 눈으로 좇다보면 어느새 화면은 너와 내가 교감하는 장으로 기능한다.

도윤희는 자연의 주기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을 통해 내적인 이야기를 드러내는데 이에 다소 시적이면서 긴 제목을 더하여 작가의 주관적 경험과 느낌을 관객과 공유하고자 한다. <눈을 감으니 눈꺼풀 안으로 연두색 모래알들이 반짝인다>는 태양을 바라본 후 눈을 감았을 때 남겨진 빛의 잔상을 표현한 것으로 어떤 사물 이면에 담긴, 사람들마다 각기 다르게 떠올릴 수 있는 기억과 의미를 나타낸다. <실체 없는 그림자>는 현존하는 물체나 형태가 아닌 작가 자신의 마음의 여행에서 비롯된 작품으로 실제로 구체적인 형태를 취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마음속에서 분명 어떤 존재감을 느끼는 것들에 대한 표상이다. 섬세한 드로잉(drawing)과 바니쉬(varnish) 작업이 최소한 20여회 이상 반복되면서 화면은 물질 사이 켜켜이 담긴 시간과 깊이로 사물과 존재에 내재한 불변의 진리를 담아낸다.

김홍주는 세필로 미세한 붓질을 무수하게 반복하여 이미지를 구현해낸다. 꽃, 배춧잎, 나뭇잎, 열매 등이 화면에 가득 찬 작품 그리고 모노톤의 해체된 풍경이 등장하는 작품 는 가까이서 바라보면 눈이 아릴 정도로 가늘고 촘촘한 붓질로 이루어졌다. 세밀한 붓의 흔적은 하나하나 그려진 것이라기보다 마치 자가 증식하는 세포분열의 결과처럼 보인다. 그런데 사실 붓질은 대상 안에서의 미세한 변화를 그려내기 위해 철저한 계획과 숙련된 기술에 따라 움직였음을 알 수 있다. 오랜 시간 힘겨운 노동을 바탕으로 하는 작업인데 붓질의 반복적 터치, 즉 촉각적인 신체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화면은 섬세한 감수성이 지배하는 시적인 풍경으로 펼쳐진다.

김유선은 사각형 또는 원형 등의 패널 위에 자개(Mother of Pearl)를 하나하나 끊고 이어붙이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작품을 제작한다. 작가는 보잘것없는 조개가 깊은 바닷속에서 오랜 시간과 자신의 사라짐을 통해 빛나는 자개로 변신한다는 점에서 존재의 이치와 의미를 발견하였고 이를 개인적인 종교적 체험과 함께 지속적으로 작품에 반영하고 있다. 육체적 고통을 수반하는 고행과 같은 작업과정 끝에 만들어진 작품은 영롱한 자개가 뿜어내는 빛으로 화려하면서도 집약된 힘을 보여준다. <창문의 그림자>는 미술관 내부의 공간에 맞춰 진주 빛 자개로 제작된 작품으로 창문 너머 풍경과 마주한다. 이는 구체적이고 일상적으로 보이는 풍경 안에 내재하는 삶의 진리를 추상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그 주위를 은은한 빛과 일종의 종교적 숭고함으로 물들인다.

김순례는 면봉, 종이테이프, 잣 껍데기, 말린 이끼, 한지, 빨대 등과 같이 일상적인 재료들로 신체를 표현하거나 오브제를 제작하여 내면의 이야기를 드러낸다. 특히 작가는 여성의 정체성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다산을 상징하는 마늘형태의 , 화려한 색색의 는 여성성을 긍정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또한 <초영이의 친구들>은 작가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여성인 어머니의 입장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여기서 딸 초영이의 친구들은 얼굴 없는 익명의 모습으로 전체 어린 아이들을 대표한다. 닥지로 만든 형상 위에 색색의 빨대 수천 개를 이어 붙이는 과정은 마치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데 그 끝에 탄생된 어린 아이들의 모습은 밝은 미래에 대한 염원이자 희망의 표상이다.

김주현의 종이 ‘쌓기’ 작업은 계획된 설계도에 따라 수백, 수천 장의 종이를 반복하여 쌓아올림으로써 완성된다. 특히 작가는 종이를 쌓는 방식, 즉 재료의 구조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형태를 중시한다. 예컨대 는 폭 10㎝, 길이 110㎝의 얇은 종이를 가운데 부분만 겹치도록 90도씩 회전하며 쌓되 흘러내림으로 인해 더 이상 쌓을 수 없을 때까지 쌓는다는 법칙을 설정하여 만든 작품이다. 이제 다루기 쉽고 흐트러지기 쉬운 종이들은 반복적 쌓기로 확실한 덩어리를 갖게 되고 겹쳐지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높이는 네 배 정도 차이진다. 이는 우리가 무시하기 쉬운 예민한 감각, 사소한 감정 또는 미세한 차이들이 모여 만들어낼 수 있는 의미의 중요성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다. 는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되 한쪽을 가늘게 잘라 선반 위에 올림으로써 마치 회화 작품처럼 보인다. 작품은 물리적 부피와 무게와는 상관없이 여전히 부드러운 물성을 간직한 채 반복된 종이 틈 사이로 나지막한 몸짓과 음성을 자아낸다.

이재효는 나무, 못 그리고 불을 이용하여 작업을 한다. 먼저 나무를 깎아 달걀 또는 사각의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간격을 정교하게 조절하여 못이나 볼트나사를 박는데 이것들을 다시 망치로 두드려 반쯤 구부린 후 전체를 불로 구워낸다. 그런 뒤에 새까맣게 그을린 못들을 그라인더로 갈아내고 이를 다시 문질러 광을 내는 고된 과정을 통해 작품을 완성한다. 여기서 나무는 ‘불’이라는 자연적인 요소를 통해 살아온 궤적이라 할 수 있는 나이테나 송진의 두께를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강렬한 느낌을 갖게 된다. 거친 숯 덩어리로 변한 나무와는 대조적으로 힘겨운 노동을 통해 본디보다 더 매끄러운 살갗을 드러낸 못들은 마치 밤하늘의 성운처럼, 은하수처럼 빛을 발한다. 이제 작품은 자연과 인공의 요소가 적절히 어우러져 내면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이지은은 ‘버리기’와 ‘쌓기’라는 일련의 행위들을 반복하여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게 되는 존재를 기록한다. <물고기>와 <정물> 연작에서 작가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상을 선택하고 그 형태의 가로 단면들을 같은 크기의 투명한 비닐판에 그린 뒤 이들을 오려낸다. 이렇게 각기 다른 형태를 오려낸 비닐들을 쌓아올리면 하나의 입방체가 되는데 이 때 관객은 사방에서 입방체 내부의 빈 공간들이 합쳐져 만들어내는 원래의 대상 형태를 볼 수 있다. 때로는 존재 그 자체보다 그것의 흔적에서 존재의 의미를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기에 작가는 시공에 따라 변화하는 존재의 순간순간을 텅 빈 공간으로 붙잡아두고자 한다. 이로써 작품은 관객이 어떤 대상 이면에 존재하는 각자의 추억과 의미를 떠올릴 수 있는 자유로운 장으로 펼쳐진다.

노상균은 일명 스팽글이라고 하는 조그만 시퀸(sequin)을 평면이나 오브제에 수없이 반복하여 붙여나가는 작업을 한다. 에서 시퀸은 알루미늄 판 위에서 무한히 확장되는 동심원을 형성한다. 에서 시퀸은 캔버스의 틀과 평행한 주사선 형식으로 전개되는데 이는 중심에서 바깥으로 퍼지는 동심원의 일부를 극도로 확대한 것이다. 여기서 시퀸의 확산은 시각적 강렬함과 환상으로 화면 밖 너머까지 이어져 관객에게 일종의 울림을 선사한다. 에서 부처의 손은 시퀸으로 감싸져 그 실체를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지만 도리어 종교적 의미는 약화되면서 새로운 의미의 오브제로 기능한다. 지극히 가볍고 통속적인 시퀸은 엄청난 육체적 노동, 인내, 그리고 시간을 통해 본연의 싸구려 장식기능을 털어내고 응축된 힘으로 동양적 사유와 명상이 가득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황인기는 표현하고자 하는 풍경이나 이미지를 컴퓨터로 처리해 흑백 픽셀화로 만든 후 그 픽셀화의 흑점 위치에 따라 리벳, 실리콘, 레고 블록 등 현대적인 재료를 고정시켜 작품을 완성한다. <봄바다>는 나이테를 물결무늬로 살린 합판 위에 금속판을 연결하는 용도의 리벳을 반복 사용하여 제작했는데 빛을 받거나 바람에 흔들리면 정말 제목 그대로 가슴 설레는 풍경의 봄 바다다. <디지털산수 000-019>는 매끈한 금속 판 위에 실리콘이 점점이 모여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내는데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바라보는 듯 하다. 지극히 현대적이고 인공적인 재료들인데 물리적, 신체적 힘이 결부된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매우 서정적인 풍경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각 작품들은 소재나 이미지가 반복됨으로써 완성된다. 그러나 이는 기계적인 단순 반복과는 거리가 멀다.

‘작업을 하는 의미’에 대한 끊임없는 되새김, 철저한 사전준비,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루 8시간을 꼬박 투자해도 수개월의 시간이 걸리는 치열한 작업과정을 거쳐 수많은 개체들은 하나의 집약적인 화면을 구성한다. 그러나 화면은 신체적 흔적이나 물성을 드러내고 과시하지 않는다. 대신 수없이 걸러져 어떤 불순물도 섞이지 않은 맑은 물처럼 사유와 명상의 장으로 기능한다. 물질의 반복을 눈으로 좇다보면 그 너머 내면의 울림으로 공간은 채워지고 가슴은 충만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본 전시는 한편으로 난무하는 개념적 유희와 가벼움으로 치장한 현대 미술과 달리 시간이 지나도 예술 작품 안에서 우리가 기대하게 되는 근원적인 진지함과 깊이에 관해 성찰해보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관 람 안 내>

1. 관람시간 : 평일 : 10:00-20:00(매주 월요일은 휴관)
주말 및 공휴일 : 10:00-18:00
*입장은 관람종료 1시간 전까지 가능
2. 관람료 : 무료
3. 전시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전관
서울시 관악구 남현동 1059-13번지
Tel-02-589-6247
4. 오시는 길 : 지하철 2, 4호선 사당역 6번출구 - 도보 1분
버스(일반) 사당역 정류장 하차 - 도보 1분
버스(좌석) 사당역 정류장 하차 - 도보 1분
5. 홈페이지 : www.seoulmoa.org

웹사이트: http://www.seoulmoa.org

연락처

서울시립미술관 교육홍보과장 유석윤 02-2124-8912 홍보담당 정유진 2124-8928
담당큐레이터한희진 2124-8936 011-9005-70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