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처리가 12월 2일인 헌법시한과 정기국회 기한 12월 9일을 넘겼다. 이어 열린 임시국회에서도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여당 단독 처리에 반발한 한나라당이 예결위에 불참하는 등 예산심의가 파행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내년 초까지 장외집회를 계속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이대로 가면 올해 안 예산안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근 예산안 의결이 2003년 12월 30일, 2004년 04년 12월 31일 등 연말 막바지에 처리되는 잘못된 관행이 고착화되는 경향이다.
준예산, 실체 없고 1960년 도입이후 한번도 운용된 적이 없어
일부에서는 예산안이 올해 안에 의결되지 못할 경우 헌법 규정을 근거로 준예산을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으나, 준예산 제도는 집행대상·절차규정 등 구체적인 입법 미비로 실체가 없는 제도이다.
준예산 제도는 1960년 3차 개헌 때 의원내각제로 전환되면서 내각 총사퇴 또는 의회해산을 전제로 도입되었다. 도입 당시의 취지가 의회해산이라는 비상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도입 이후 45년 동안 준예산을 집행한 사례가 없다.
준예산 제도 도입 이후 예산안이 연도 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사례는 단 한차례도 없었으며, 특히 1988년까지는 예산안 의결이 헌법시한인 12월 2일을 넘긴 경우도 없었다. 이번에 연내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해 준예산이 집행될 경우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셈이다.
집행하더라도 정상적 국가기능 수행 곤란
설사 준예산을 집행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정상적인 국가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준예산이 의회 해산으로 귀결되는 도입당시의 제도취지를 감안할 때 헌법규정에 대한 엄격한 해석이 불가피 하며 이 경우 준예산은 ‘최소한의 국가기능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집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설치된 기관이나 시설유지 이외의 대부분의 사업은 신규·계속 여부를 불문하고 추진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회적 일자리 지원(’06년안 48만명, 1.6조원), 275개 아동시설·366개 노인시설·238개 장애인시설 등 각종 사회복지 시설에 대한 지원사업(’06년안 0.9조원), 보육비 등 육아지원(‘06년안 1.0조원), 임대주택건설·영세민 주거지원 등 무주택 서민지원 사업(’06년국민주택기금 사업 7.5조원) 등이 대표적이다.
나아가 250개 지자체에 대한 국고보조사업도 지원이 불가능하여 주민생활과 밀접한 자치단체 사업도 차질을 빚게 되며, R&D·SOC·농어민 지원·중소기업 지원 등 대부분의 주요 국가투자사업도 추진이 불가능하게 된다.
특히, 최근 호남 지역 등의 대규모 폭설 피해에 대한 복구비를 지원할 수 없게 되어, 피해주민의 조속한 생활안정에 차질을 초래하게 된다.
회복조짐 경제에 찬물, 경기회복 장기지연 우려
재정조기집행, 종합투자계획 실시, 민간투자 활성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운용에 힘입어 국내경기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회복세가 이어져야만 내년에 안정적인 경제운용이 가능해지고,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확충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민생활과 국민경제에 직결되는 예산안이 연내에 통과되지 못할 경우 회복세를 보이는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올 하반기의 경기 회복세를 이어가지 못할 경우 경기회복이 장기 지연되는 최악의 경우도 배제하지 못할 것이다.
늦었지만 그래도 연내에는 통과돼야
예산안 처리 지연의 궁극적인 피해자는 국민이다.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 △집행준비 부실로 인한 졸속 집행 △사업추진 지연 △예산불용 및 행정력 낭비 등 정확한 비용추계는 어렵지만 막대한 유·무형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국가예산은 국회에서 최종 의결해 주는 그 다음날부터 집행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국회가 확정해 준 예산을 기초로 각 부처 예산을 분기별로 배정하고 자금(資金)도 배정하는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또한 이러한 ‘예산배정 및 자금배정계획안’은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와 같이 정부가 휴일을 포함하여 최소한 몇 일간의 밤샘 작업을 거쳐 집행준비를 해야 그나마 내년 1월 초부터 급한 예산부터 집행이 가능한 것이다. 특히 최근의 호남·충청지역 등의 폭설피해 복구비를 내년 1월 초부터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여야 한다.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세금을 낭비 없이 정상적이고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국회가 예산안을 통과시켜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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