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3.48%까지 떨어졌던 91일물 CD금리는 1월 11일 현재 4.17%까지 올라무려 0.69%p나 상승했다. CD금리 연동 조건으로 1억원을 대출받은 사람이라면 1년 동안 내야 하는 이자가 69만 원이나 늘어난 셈이다. 우려되는 대목은 최근 가계의 금리 리스크가 계속확대된 결과, 금리 상승으로 인한 충격에 가계부문이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경우 가계의 부담이 가중되어 소비회복세가 위축되거나 금융 불안정성이 확대될 수도 있다.
다음에서는 가계의 금리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원인들을 살펴보고 금리 상승 부담이 소득 계층별로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대해 살펴본다.
원인1 : 시장금리연동형대출의 비중 상승
시장금리연동형대출이 늘어날수록 시중금리 상승은 가계 이자 부담의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증가를 유발하게된다. 신규 가계대출 중 시장금리연동형대출의 비중은2001년까지만 해도 20%대에 불과했지만 2005년 11월74.2%까지 높아졌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2005년 중반 이후 시중금리가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연동형대출의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오랜기간 저금리 기조에 익숙해진 가계부문이 여전히 시중금리의 지속적인 상승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며상대적으로 고금리인 고정금리부대출을 쉽게 선택하지못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결과로 보인다.
시장금리연동형대출 비중의 상승은 시장금리 상승시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전체대출 중 시장금리연동형대출의 비중이 높아진 결과, 시중금리 상승은 신규 대출뿐만 아니라 기존 대출의 금리까지도 상승시키는 효과를 지니게 되었다. 반면 예금금리 인상의 효과는 대부분 신규 예금에 국한된다.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CD금리에 연계된 변동금리부예금도 판매되고 있지만 그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로 11월 잔액 기준 순수저축성예금금리는 콜금리가 인상되기 직전인 9월과 비교하여 0.06%p 상승에 그친 반면 잔액 기준 가계대출금리는 0.21%p나 상승했다.
원인2 : 가계의 실적배당형 투자 확대
가계의 실적배당형 금융상품 투자가 늘면서 금리가 오르고 그 여파로 채권 및 주식 가격이 하락할 경우의 손실에 대한 가계의 노출도가 증가했다. 금융상품의 투자수익률 급락이 가계 금융자산 및 가계수지에 미칠 수 있는 충격의 강도가 커지게 된 것이다. 저금리 기조, 간접투자 활성화, 변액보험 도입에 힘입어 가계의 금융자산 중 채권 및 펀드 수익증권이 차지하는 금액은 2003년 말 89조 6천억 원에서 2005년 1분기 114조 7천억 원으로 25조 1천억 원 늘어났다. 이후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채권형펀드로부터 대거 자금이 이탈한 결과, 증가세가 주춤하기는 했지만 금리, 주가 움직임에 보다 민감한 주식형펀드, 변액보험의가입 급증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04년 말 7조 5천억 원이던 주식형펀드 수신고는 2005년 말 26조 2천억원으로 18조 7천억 원이나 급증했다. 2002년 말 2천 2백억 원이던 변액보험 자산은 2005년 10월 말 7조 1천억 원으로 늘어 3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에 33배나 늘어났다. 문제는 금리상승이 채권투자 수익률뿐만 아니라 주식투자 수익률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정책금리 인상으로 시중유동성이 줄어들면서 주식매수세가 위축되고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기업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 2월 금리인상 당시에는 금리 인상 2개월 후에 2002년 5월 금리인상 당시에는 7개월 후에 전년동월대비 종합주가지수상승률이 (+)에서 (-)로 전환되었다. 최근의 주식시장호황이 주식투자자금 증가와 관련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책금리 인상 및 시중금리 상승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은 간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원인3 : 은행의 시장금리연계형 자금조달 증가
은행이 금융채 발행 또는 CD, RP(환매조건부채권), 표지어음 등 시장성수신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이 늘어날수록 시중금리와 은행의 자금조달비용 사이의 연관성이높아진다. 그 결과, 시중금리 상승시 은행이 자금조달비용 상승을 대출금리 인상으로 반영하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진다.
최근 수년간 금융채 및 시장성수신을 통한 은행의자금조달 비중은 꾸준히 높아졌다. 외환위기 이후 시중은행의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허용되었고 시중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자금조달비용을 낮추려는 은행들이 시장금리연계형 자금조달을 늘렸기 때문이다. 2000년 은행의 전체 자금조달액의 3.2%에 불과하던 금융채 발행액은 2005년 9.5%로 약 3배가 되었다. 같은 기간 은행 전체 수신액의 8%이던 시장성수신의 비중도 13.8%로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는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은행들의 자금조달 패턴도 다소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CD발행 등 시장성수신을 통한 자금조달을 줄이면서 한시적으로 1년 이상 만기를 지닌 고금리특판예금상품을 판매함으로써 안정적인 장기자금을 확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9월과 10월 2달 동안에만 은행의 1년 이상 정기예금 수신고는 7조 5천억 원이나 증가했다.
최근에는 고금리특판예금의 출시 경쟁이 주춤한 가운데 중장기 금융채 발행을통한 자금조달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 호황으로 인한 은행예금의 상대적인 메리트 감소, 국고채 및통안채 발행 확대로 인한 금융채 발행비용 상승 등으로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원인4 : 경기회복에 따른 예대금리차 확대
예대금리차는 경기회복시에는 확대되고 경기둔화시에는 축소되는 경기순응성을 지닌다. 경기 부진으로 은행대출 수요가 둔화될 때에는 대출경쟁이 심화되면서 은행들의 금리결정력이 약화되는 반면, 경기 회복으로 자금수요가 늘어날 때에는 은행들의 금리결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과거 경기 회복기에 이루어진 콜금리 인상과 경기둔화기에 이루어진 콜금리 인하 이후의 예대금리차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금리 인상기에는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가12개월 후에 금리 인상 당시보다 평균 0.23%p 확대되었다.
반면, 금리 인하기에는 예대금리차가 12개월 후에 금리 인하 당시보다 평균 0.6%p 축소되었다. 경기 회복에대한 전망을 반영하여 작년 10월과 12월 콜금리 인상이이루어졌고 내수 회복 및 설비투자 확대 등으로 자금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격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소득 중하위 계층의 금리 부담 더욱 가중될 전망
전반적인 가계의 금리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다음과 같은 원인들로 인해 고소득층보다 소득중하위 계층의 이자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은특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첫째, 소득 중하위계층은 순저축액이 적어 예금금리 상승의 혜택이 적고 부채가 저축을 초과하는 경우도많아 금리상승이 곧바로 가계수지 악화로 이어진다. 가구소비실태조사 자료와 자금순환표 자료를 이용하여2005년 3분기말 소득 계층별 가구의 저축액 및 부채액을 추산해 본 결과, 순저축액(=저축액-부채액)이 1천만원에도 못 미치는 가구가 전체의 40%에 달하는 것으로나타났다. 특히 사업자 가구의 하위30%, 근로자 가구의 하위 10%는 저축보다 부채가 많은것으로 추정되었다. 따라서 시중금리가 급등할 경우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저소득층, 특히 상대적으로 부채가 많은 자영업자 등 사업자 가구의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둘째, 신용대출 및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예적금담보대출금리보다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신용대출 및 주택담보대출은 마땅한 담보가 없거나 주택 이외의 담보가 없는 소득 중하위 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반면 예적금담보대출은 금융자산이 많은 계층이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2005년 6월 5.3%와 5.13%이던 신용대출금리와 주택담보대출금리는 11월 5.64%와5.59%로 각각 0.34%p와 0.46%p 높아진 반면, 같은 기간 예적금담보대출금리는 5.48%에서 5.45%로 도리어 낮아졌다. 은행들이 신용평가 시스템 확충에 따라 차주의 신용위험에 따른 대출금리 차등 적용 폭을 확대하고 있으며 부동산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의 위험성을 높게 평가하기 시작한 때문이다.
셋째, 고액예금 가입이 가능한 우수고객과 그렇지 못한 일반고객에 대한 예금금리 차별화가 가속화되고있다. 즉 은행들의 영업전략이 고객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일시에 거액예금이 가능한 소득 상위 계층은 고금리 특판예금상품을 통해 시중금리 상승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반면 거액을 일시에 불입하기 어려운 대다수소액예금 가입자들은 상대적으로 금리상승의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고금리특판예금 상품이집중되었던 만기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금리와 서민들의 목돈 마련에 주로 활용되는 주택부금 및 정기적금금리를 비교한 결과, 정기예금금리와 주택부금금리의격차는 2005년 8월 0.3%p에서 11월 0.56%p로 확대되었고 같은 기간 정기예금금리와 정기적금금리의 격차는 0.19%p에서 0.5%p로 확대되었다.
금리인상이 미치는 효과를 보다 면밀히 살펴야
가계부문 전체로 볼 때 여전히 금융자산이 금융부채를상회하므로 금리인상 또는 시중금리 상승이 가계에 득이된다는 주장은 성급한 결론일 수 있다. 앞서 살펴 본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가계의 금리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시중금리 상승과 예대금리차 확대가 가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의 부채조정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계의 이자비용 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LG주간경제 865호, ‘가계부채 부담 지속’및‘금융시장 불안정성 확대’참조). 2005년 3분기 말 기준 596조 원에 달하는 가계의 금융부채 규모와 87%인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을 감안할 경우 시중금리가 1%p 상승하면 1년동안 가계의 이자부담은 약 5조 2천억 원이나 늘어나게 된다.
더욱이 그 부담이 취약부문인 소득 중하위계층에서 더욱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면 정책금리 인상에 더욱 신중하고 시중금리 상승 속도조절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소득 중하위 계층의 가계수지개선 및 소비 회복세의 보다 광범위한 확산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LG경제연구원 조영무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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