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와 연말 임시국회 모니터 보고서
① 정기국회 파행, 임시국회 보이콧 등 구태정치 재연 - 민생·개혁법안 처리 미흡
대화와 타협, 상생의 정치를 약속했던 17대 국회가 2004년에 이어 2005년에도 정기국회를 파행으로 끝내고, 연말 임시국회마저 해답 없는 공방으로 몰고 가는 구태정치를 재연했다. 우선, 사립학교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수차례 상임위 활동을 중단시키고, 표결 이후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를 외면한 채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의 태도는 구태행태로 비판받을 일이다. 하지만 임시국회를 소집해놓고 예산안과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 등 정부안건만 처리한 후 국회를 방치한 열린우리당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여야가 합의를 보지 못한 법안이라고 하여 극단으로 대치하고 국회가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안건을 처리해도 승복하지 못하는 문화는 권위주의 시대에나 통했던 구시대적이고 낡은 관행이다. 이렇듯 반복되는 국회의 파탄은 우리 정치가 여전히 국회를 통해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수렴하고, 책임 있는 논의와 조정을 거쳐 해결방안을 하나씩 합의, 결정해 가는 ‘의회민주주의’를 정착시키지 못했음을 나타낸다고 하겠다.
정기국회에 임하면서 각 정당은 한결같이 ‘경제, 민생 문제 해결’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정기국회 기간동안 양극화 문제의 핵심인 비정규법안은 결국 처리하지 못했고, 빈부격차와 사회적 차별 등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대안을 모색하는 시도 또한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한편, X파일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특검법 제정 요구를 끝내 무시했고, 17대 국회 개원 초기부터 비중 있게 논의돼 온 국가보안법, 금산법 등 핵심적인 개혁법안도 처리가 연기되었다.
② 국감, 예산안 심사 등 정기국회 운영 혁신, 진전 없어.. 국회운영의 합리적 절차 존중되어야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국정감사, 예산심사 등 국회 운영에 있어 혁신을 이루지 못했다. 정쟁 및 색깔시비, 폭로 등 구시대적 행태는 현저히 줄었지만, ‘벼락국감’이 필연적으로 부실 국감을 불러온다는 국민들의 지적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국회 활동의 본령이자 정기국회 고유의 역할인 예산심사 과정에서도 여야 강경 대응 사태가 벌어지면서 예산안 처리가 연말까지 늘어지는 등 법정 시한(12월 2일)을 지키지 못했고, 헌정 사상 최초로 제1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처리되어 두고두고 불명예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선진국회로 나아가기 위해 더 이상 정쟁꺼리가 있을 때마다 예산안 처리를 볼모로 잡는 반유권자적인 행동이 시도되어선 안 될 것이다.
국회에서 합리적 절차에 따라 심사하고 표결한 법안이 자신의 입장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를 부정하고, 원외에서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려는 것은 민주주의가 진전된 현 상황에서는 부적절한 행태이다. 한나라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안 처리에 대해 정기국회와 연말 임시국회에서 보인 모습은 가까스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의회정상화 노력에 스스로 재를 뿌리는 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17대 국회 들어 겨우 싹을 틔우기 시작한 ‘의회운영의 합리성과 책임성 제고’의 노력들이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전혀 그 명맥을 잇지 못했다.
③ 피감기관과 술자리 파동, 인신공격, 욕설, 막말, 색깔발언 등 의원 윤리의식 추락
법사위 위원들이 국감 첫날, 대구지검 국감을 마치고 자신들이 감사한 피감기관 관계자들과 술자리와 향응을 나눈 사건은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넘어갔다. 국민들의 분노와 질타가 쏟아지자 열린우리당 소속 윤리특위 위원들이 대구 술자리에 참석한 법사위 위원들의 윤리심사안을 윤리특위에 제출했지만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정세균 의원은 자당 소속 윤리특위 위원들에게 이 안을 철회하라는 압력을 행사하여 국회 공식기구인 윤리특위의 권위를 훼손하고, 국회 자체의 자정 능력을 침해했다.
박희태 국회부의장 등 여야 의원이 재산 형성과정에서 ‘탈세 혹은 불법 행위를 했다'는 KBS보도에 대해서도 당사자를 비롯, 각 정당, 국회 윤리특위 그 누구도 이를 바로잡거나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은 해양수산부 국감에서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이 말을 더듬자, “뭐 우물우물 말이야. 이것 (질의)시간 빼줘야 됩니다”라는 등 인신공격을 하고 모욕을 주어 국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고, 결국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립학교법 개정안 처리 이후 김원기 국회의장실 점거농성 중에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은 자신의 비서를 국회의장실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는 이유로 의장실 여비서들에게 “너희들 뭐하는 ×들이야”, “싸가지 없는 ×들”, “버르장머리 없는 ×들”이라는 등 욕설을 퍼부었다. 임 의원은 이날 자신의 발언에 대해 ‘폭언이라기보다는 혼을 낸 것’이라며, ‘싸가지 없는 X들이라는 표현도 개인적으로는 욕설이 아니라고 생각 한다‘고 언론에 해명했다.
사학법무효화 및 우리아이 지키기 투쟁본부장인 한나라당 이규택 의원은 12월 16일 서울시청 앞 촛불집회에서 ‘사립학교법이 통과되던 날 북한의 김정일은 너무 기뻐서 밤새도록 기쁨조와 함께 폭탄주를 마셨다’는 등 색깔론을 부추기기 위해 책임질 수 없는 말들을 쏟아냈다.
④ 부동산 관련법, 사립학교법 개정안,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처리.. 평가할 만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던 ‘8.31부동산 종합대책’의 핵심 법안인 종합부동산세법이 12월 30일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불참한 상태로 통과되었다. 무엇보다 한나라당과 첨예하게 대립하던 세대별 합산 문제나 종부세 부과 기준 6억원 등이 원안대로 통과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종부세법의 처리는 부동산 가격 안정과 공평과세를 바라는 시민들의 염원을 해결하기 위한 일보 전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16, 17대에 걸쳐 논의해 온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정기국회 막바지에 처리되었다. 애초 시민사회에서 제시했던 ‘7명의 이사 중 1/3 이상을 개방형 이사로 선임하자’는 원안에서 다소 후퇴했지만 이번 개정(7명 중 1/4이상 선임)으로 사학 내에 최소한의 자정 장치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양의무자 범위를 ‘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로 축소하고, 차상위계층을 명문화 하는 내용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처리되었다.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의 처리는 기초보장의 사각지대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중략)
웹사이트: http://peoplepower21.org
연락처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02-725-7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