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4천9백여매장을 통해 세계 최고의 매출 규모를 자랑하는 포춘500의 선두 기업 월마트의 공세를 견뎌내기는 쉽지 않았나 보다. 지난해 시장 점유율 25%를 차지하던 토이저러스는 최근 15%로 추락하고 얼마가지 않아 월마트가 25%로 미국 최대의 장난감 유통 기업으로 등극했다. 가격 파괴는 최근 시장 재편의 화두 최근의 시장 질서를 바꾸고 있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 가격 파괴를 빼 놓을 수 없다. 뒤짚어 보면 세계적인 경기 침체 상황에서 일단의 성공 기업들이 갖는 공통 분모이기도 하다.
최근 우리 나라에 진출한 100엔샵 다이소(大創)는 극심한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성공한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이다. 우리의 경우 보아, 원빈 등 대형 스타를 모델로 기용한 3천3백원 화장품 기업‘미샤’의 돌풍도 계속되고 있다. 델(Dell) 컴퓨터가 그토록 빠른 시간에 세계 최대의 PC 공급자가 된 것도 기존 시장을 뒤 흔드는 가격 인하 전략에 성공한 탓이다. 델은 지난 해부터 프린터 시장에도 뛰어들어 선두 주자인 HP에 비해 최고 75% 저렴한 기종을 무기로 시장 침범에 돌입했다. 대책 없이 가격만 낮춘 것도 아니다. 이미 사전에 프린터의 핵심 기술이자 상용자들에게 가장 큰 비용 부담을 주고 있는 잉크와 토너 비용을 초대 64%까지 절감할 수 있는 새로운 레이저 프린터를 개발하였다.
개별 기업의 사례를 넘어 보다 큰 그림에서도 가격 파괴를 볼 수 있다. 유통 시장에서는 대형 할인점의 성장으로 소규모 동네 슈퍼 마켓이 살아남을 틈이 없어지고 있다. 또한 직거래 방식의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홈쇼핑 채널은 완벽한 고객 서비스로 백화점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턱 없이 저렴한가격의 제품들도 기존의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난감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최근 가격 경쟁의 차별된 동기들
시장 경쟁의 수단으로 가격 경쟁을 활용하는 일은 별로 새로운 일은 아니다. 한정된 시장 수요 가운데 자사 제품의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가격 인하만큼 수월한 방법도 없다. 통상적인 경우 가격파괴는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산업, 시장 규제가 사라지는 단계에서 제한적으로 행해져 왔다. 가격 인하가 주는 시장 점유율 증가라는 달콤한 이면에는 수익 저하, 브랜드 가치의 하락이라는마이너스 효과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격 파괴 전략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할 비장의 무기로 취급된다.하지만 최근의 가격 파괴 사례들은 이전과는 다른 동기에서 보다 폭 넓게 전개되고 있다.
첫 번째 동기로는 중국의 저가격공세를 들 수 있다. 2002년 기준으로 시간당 임금을 비교해보면 중국이 100원일 때 우리가 842원이다. 동일한 게임의 룰로는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번째로는 정보화의 영향에 따른 것이다. 소비자들이 다수 공급 기업 가운데 가장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곳으로 몰린다. 다양한 가격 비교 사이트의 등장, 소비자 정보 커뮤니티 등의 덕택으로 가격의 투명화가 이루어졌다. 가전 제품의 비교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에누리 닷컴의 경우 제휴 쇼핑몰이 850개에 달한다고 한다. 방대한 제품 가격 정보를 소비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여 차선의제품이선택될여지를없애고있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가치 사슬을 재구성하면서 등장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격 파괴기업들을 들 수 있다. 가장 보편화되고 위협적인 형태는 중간상이 배제된 공급자-소비자 직거래 방식이다. 빠른 기간 성장한 홈쇼핑 산업이나 온라인 서점 등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더불어 공급자 관계 개선, 불필요한 비용 요인을 제거하는 등의 경로로 상식을 벗어난 낮은 가격을 제시하기도 한다.가격 경쟁은 이제 대부분의 기업들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선진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가격 경쟁 시대의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알아보기로 한다.
하나, 새로운 경기장으로 눈을 돌려라
최근 들어 가격 경쟁이 심화된 원인의 하나로 제품간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들 수있다. 전반적인 제품 제조 기술이 상향 평준화 되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수준 이하의 제품에 더 이상 동정심을 베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제품의 품질 뿐 아니라 기본 사양,디자인에 있어 경쟁사간 큰 차이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낮은 가격으로 성공하는 일 자체가 기타의 조건에서는 차별화 포인트가 적다는 의미이기도 한 탓이다.
가격 경쟁에서 성공하는 기업들의 첫번째 조건은 경쟁자가 발붙일 수 없는 새로운 경기장으로 고객들을 유인하는 것이다.일본 제1의 생활용품 기업 카오(花王)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카오는 꾸준히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여 일본의 10년 장기 불황기를 포함한 과거 13년간 꾸준한 이익 성장을 보이고 있다. 다이어트 식용유, 마루청소용 종이, 건강 녹차 등의 혁신적인 제품들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들이다. 지난 해에는본업인 화장품 시장에서 부쩍 외모에 관심이 높아진 일본 남성을 대상으로 8000억엔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차별화 된 제품 개발을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생각을 앞서 읽는 일이 중요하다. 카오의 경우도 본사 직원의 3분의 1이 연구개발 인력이라고 한다. 또한 실시간 소비자 니즈 대응 목적으로 자사 시장 환경 분석 도구인 ECHO 네트워크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월마트의 공습을 받은 토이저러스의 대응도 주목할만하다. 얼마 전 토이저러스는 주력 사업 영역을 장난감에서 유아용품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하였다. 불의의 일격을 받은 후에 뒤늦게 수습하는 성격이 아니다. 이미 1996년부터 베이비저러스(Babies”R”Us)라는 신생아 용품 전문몰을 출범하여 위기에 대비해 왔다. 이 밖에도 교육용 장난감과 놀이기구 전문몰인 이미지내리엄(Imaginarium),장난감에서 의류, 먹거리 등 어린이 전용상품을 한 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키저러스(Kids”R”Us)등으로 새로운 경기장을 꾸준히 개척해 왔다. 그 결과 월마트의 저가 공격에도 큰 흔들림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둘, 기존의 가치 사슬을 재점검하라
가격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내부 체질을 개선은 기본 요건이다. 최근의 저가격 선제공세를 퍼붓는 기업들은 바로 이점에서 우위를 선점한 셈이다. 기존의 사업 관행이나 자사의가치사슬을새롭게구성한것이다. 직접 판매 방식의 델 컴퓨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델은 중간상을 거치지 않는 유통 방식과 그로 인한 부수 효과인 낮은 재고부담 등으로 경쟁사 대비 2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그렇다고 직접 판매라는 혁신적인 생산 방식에 안주하고만 있지 않다. 부품, 운영, 제조, 물류등 가치 사슬 전반에서 끊임없는 자기 혁신으로 고객에게 최저의 가격 제공을 목표로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조립 공장에 대한 통합 작업을 통해 2001년 이후에만 공장 단위 면적당 생산 대수를 76%나 끌어올린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해 포춘에 소개된 GM의 사례도 마찬가지이다. 2000년대 들어 GM은 매년 자동차 가격이 1~2%씩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을 감지한다. 급기야 2003년 1분기에는 북미시장의 판매 가격이 3.2% 급락하게 된다. 이에 앞서 GM은 공급자 관계(SCM)의 혁신을 통한 원가 절감 작업에 착수했다. 전체 6개 엔지니어링 팀으로 분리되어 구매하는 부품을 단일 창구화 했다. 부품의 표준화, 조직 개편 등의 작업을 필요로하였지만 이 과정에서 2002년에만 3%이상의 구매 원가를 줄일 수 있었다.
최근 장기 불황을 뚫고 재기를 노리는일본 우량 기업들의 공통점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일본의 제조 기업들은 저가격의 중국 제품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 생산 효율성을 자랑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물살을 타고 있는 해외 생산 거점의 일본으로의‘U’턴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여기에는 기존의 가치 사슬 접점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달성한 생산성 혁신의 결과가 뒷받침하고 있다. 도요다, 닛산, 캐논,카오 등의 기업들에서는 부단한 생산 혁신을 통한 효율 경영이 체질화 되어있다.
셋, 직접 마케팅 기법도 중요한 수단이다
가격 경쟁 상황에서는 광고 대행사를거치지 않고 자사의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는 마케팅 기법도 각광을 받는다. 비용상의 잇점은 물론이려니와 광고 효과에서도 그 성과를 인정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광고 대행사들의 가장 큰 고객 가운데 하나인 코카콜라는 2003년 TV 광고비를 전년대비 30% 이상 삭감했다고 한다. 자사 광고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이 인지도가 1980년대의 40% 수준으로 급락한 최근의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조치였다고 한다. 대신 북미 청소년들의 출입이 빈번한 쇼핑몰이나 인기 TV 프로그램을 통해직접 마케팅 방식에 지출하는 비용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면도기 시장의 강자인 질레트는 18세 생일을 맞이한 남자들에게 자사의 신제품‘마하3 터보’를 보냈다고 한다. 허공으로 날라가는 TV 광고비 지출에 비하면 정확한 타겟 고객을 공략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되고 있다.
최근 미국 기업들이 직접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데에는 방송 광고를임의로 건너뛸 수 있는 개인 비디오 녹화기(PVR)의 등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업 입장에서 비용절감 효과가 상당하다고 한다. 새로운 광고매체로서 인터넷, 이메일 등을 활용하는 직접 광고 방식은 비용 측면에서 상당한 매력이 있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보다 저렴하고광고 매체를 통해 자사의 관심 고객에 집중된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넷, 저(低)가격에도 고(高)감성 가치를 놓치지 마라
최근 전개되는 가격 경쟁 현상들은 이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딜레마를 안고 있다. 통상 저가품들은 저렴한 비용을 무기로 하는 탓에 고가품에서 볼 수 있는 프리미엄 가치들을 끌어안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의 가격 파괴 제품들은 브랜드 가치, 디자인 등 감성적인 측면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국내 화장품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있는 3천3백원 컨셉트의 미샤(MISSHA)가 수 억원대 모델을 연이어 기용한 일이 대표적이다. 저가품에서도 고가품에 뒤지지 않는 브랜드 가치를 구축하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하나마루 우동의 사례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돈으로 1000원에 불과한 100엔 우동으로 2001년 창업 이후 현재까지 180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하나마루 우동의 타겟 고객은 젊은 여성층이었다. 이에 따라 매장을 최신 감각의 세련된 감각으로 인테리어 하는 등 고급화 노력을 빼 놓지 않고있다. 이전에는 낮은 가격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높은 감성 품질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 밖에 PC 시장에 저가 바람을 몰고온 델 컴퓨터를 저가 브랜드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실제로 2004년 델의 브랜드 가치는 115억 달러로 전세계 100대 브랜드 가운데 25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가전사인 하이얼(Haier)도 마찬가지다. 경쟁사에 비해 30~60% 저렴한 가격이지만 브랜드 가치, 품질 관리 등에서 벌써부터 상당한 수준의 역량을 갖추어 왔다. 사업 초기부터 OEM이 아닌 자체 브랜드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사용하였다. 그 결과 1995년 43억 위안에 불과한 브랜드 가치는 현재 510억 위안으로 성장하며 중국 기업 가운데 2년 연속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낮은 가격만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가격 뿐 아니라 감성 가치 역시 쉽사리 포기하지 않는다. 이곳도 해주고 저것도해주지 않으면 시장에서 경쟁에서 승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가격 경쟁의 차별성에 주목해야
최근의 가격 경쟁이 이전과 구분되는 부분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가격 경쟁의 동기가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몇몇 기업의 가격 정책의 변화라기보다는 정보화에 기반하는 거대한 시장 인프라의 변화 결과이다.
두 번째로는 낮은 가격만을 공격무기로 삼는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최근 마케팅 일각에서 중저가 명품의 대중화라는‘트레이딩 업(Trading-Up)’개념이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낮은 가격에 높은 품질과 브랜드 가치도 무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격 경쟁에서 성공하는 기업들은 이러한 점을 이미 간파하고 있다. 앞서 예로든 카오의 경우 소비자의 생각을 따라잡는 신제품 개발 능력만 뛰어난 것이 아니다. 이미 1986년부터 TCR(Total Cost Reduction)운동이 생활화 되어 생산성 효율화가 체질화 되어있다.
중국의 하이얼 역시 저렴한 노무비에만 의존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앞서 살펴본 브랜드 가치 제고 노력 이외에도 민영화 초기부터 엄격한품질 검사 기준을 운영하고있다. 이미 1984년부터 자사 품질관리 기준 및 ISO기준에 기초한 자기 검사,상호 검사, 특별 검사로 이어지는‘품질 3검사’제도를 적용하고 있다.새로운 시장 환경의 가격 경쟁은 기업에게 다양한 영역에서의 노력을 동시에 요구한다. 시장의 변화 흐름을 읽고 한 발 앞서 대응하는 통찰력 있는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하이얼은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가치 제고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 LG경제연구원 추일성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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