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초, (주)한국호머 이종우(李種佑, 66) 회장은 제16전투비행단(경북 예천)에서 날라 온 편지 한 통을 받고 너무나 기뻤다. 영남대 기계공학부 후배이자 ‘송암(松巖)장학기금’ 수혜자인 윤정기(尹楨淇, 22) 병장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새해문안편지를 보내온 것.
2003년 1월, 이공계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모교인 영남대 기계공학부에 6억원을 기탁한 이 회장의 뜻에 따라 2003학년도 1학기부터 운용되고 있는 송암장학기금은 현재까지 총 3명을 선발해 졸업 때까지 전면장학 혜택을 주고 있는데, 그 두 번째 수혜자가 바로 윤 병장. 2003학년도 2학기에 송암장학생으로 선발된 윤 병장은 1년 동안 전면장학 혜택을 받은 후 지난 2004년 7월 공군에 입대했고, 자대배치를 받은 지난해 9월부터 꼬박꼬박 월급을 모아 마침내 17개월만에 50만원이 넘자 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이에 “세상의 그 어떤 선물보다도 값진 마음을 선물로 줘서 오히려 고맙다”며 친필답장을 보낸 이 회장은 지난 21일에는 아침 일찍 경기도 고양시 일산 집을 출발해 예천으로 향했다. 주말에만 가능한 면회를 통해 직접 윤 병장을 만나고 싶어서였다.
윤 병장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송암장학기금 첫 번째 수혜자인 김양현(金陽賢, 27) 씨도 동행했다. 올 2월 영남대 기계공학부 졸업을 앞두고 지난 1월 초 이미 에너지관리공단에 입사한 김 씨는 현재 경기도 용인의 공단본사에서 연수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이 회장의 연락을 받은 김 씨는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취업에도 상당히 큰 도움이 됐는데 먼저 연락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기꺼이 동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드디어 21일 낮12시, 세 사람의 영남대 기계공학부 선후배가 제16전투비행단 면회소에 모였다. 동문이자 공군 출신이라는 동질감은 곧 40년의 터울을 무색하게 했고, 특히 모방송사의 ‘청춘 신고합니다’라는 TV프로그램에 지난해 윤 병장이 출연했던 이야기는 분위기를 더욱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역시 영남대 전자정보공학부에 다니다 비슷한 시기에 입대한 쌍둥이 형 윤석기 씨와 같은 부대에서 복무하는 특별한 사연 덕분에 방송에 출연했다는 뒷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가족이야기로 이어졌고, 위로 6명의 누나가 있다는 윤 병장과 4명의 누나가 있다는 김 씨의 이야기에 역시 4명의 누나를 둔 이 회장은 “혹시 장학생 선발기준에 누나 많은 막내나 외동아들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예천의 한 시골농가에서 태어나 다복했지만 경제적으로는 그리 윤택하지 못했던 탓에 윤 씨 형제는 대학 입학 후 학비는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대학 입학 때 아버지께서 딱 한 번만 등록금을 대주기로 하셨다. 그래서 사실 2학기부터가 문제였는데 다행히 장학금을 받게 돼 학비걱정을 덜 수 있었다”면서 “아무 상관없는 후배에게 이렇게 큰 선물을 주신 선배님께 보답하는 길은 더욱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군 복무 중에도 한자공부와 영어공부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나 역시 넉넉지 못한 살림형편 때문에 학업을 계속하지 못하고 공군 문관으로 재직하던 1964년에야 비로소 26살의 늦깎이 대학생이 될 수 있었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이 회장은 “학교 성적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바로 자기 분야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 그리고 성실성”이라며 “군대에 있는 시간도 낭비하지 않고 이렇게 자신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을 보니 무척 대견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장학금을 주고받는 것, 그 자체에 그치지 않고 서로 정을 나누고 마음으로 의지하는 선후배관계를 지속적으로 맺어나갈 수 있기를 희망했었는데, 이렇게 훌륭한 후배들이 뜻을 같이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장학생으로 선발된 학생들에게 대학재학 중 최소 1회의 해외단기어학연수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 연말 2억원을 더 출연해 송암장학기금은 총 8억원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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