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2005년 신어 보고서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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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2006-01-24 15:14
서울--(뉴스와이어)--국립국어원은 2005년 한 해 동안 주요 중앙 일간지와 방송 뉴스에서 사용된 신어를 조사하여 “2005년 신어” 보고서를 내놓았다. 새로 만들어진 말과 최근에 조사된 신어를 중심으로 2005년의 신어 사용 양상을 분석한 결과를 수록했다. 2005년 신어의 경우 어떤 유형의 신어가 생성되었는지를 주로 분석했고, 이미 조사된 신어의 경우에는 2005년에 얼마나 많이 쓰였는지 양적인 측면을 살펴보았다. 2005년 신어 408개, 2004년 신어 344개, 2003년 신어 341개, 2002년 신어 187개, 1995년 신어 1,339개 등 총 2,619개의 어휘에 대한 정보를 실었다.

2005년에 가장 화제가 된 신어는 ‘스쿨 폴리스’, ‘개똥녀’

2005년에 언론에 가장 많이 나타난 신어는 8개 매체에서 200번 이상 나타난 ‘스쿨 폴리스(school police)’였다. 최근 ‘배움터 지킴이’로 명칭을 바꾼 ‘스쿨 폴리스’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심각한 학교 폭력 문제의 해결을 위해 마련한 제도로 퇴직교원 및 경찰관 등으로 구성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교내·외 학교 폭력을 예방하고 교외 지도를 하는 제도이다. 다음으로 많이 쓰인 신어는 ‘개똥녀’이다. 역시 빈도가 높았던 ‘떨녀’, ‘덮녀’와 함께 인터넷 문화의 영향력을 대변하는 단어이다. ‘떨녀’와 같이 좋은 의미로든 ‘개똥녀’와 같이 나쁜 의미로든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평범한 일반인이 빠른 시간 내에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신어의 생성은 사회 현상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어떤 말이 새로 만들어지는가, 만들어진 말이 얼마나 많이 쓰이는가를 살펴봄으로써 우리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생리통으로 인한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해 주는 ‘생리 공결제(生理公缺制)’나 임신을 위해 일정 기간 직무를 쉴 수 있게 하는 ‘불임 휴직(不妊休職)’, 어린 자녀를 가진 직장인이 정시에 퇴근하는 날을 가리키는 ‘육아데이(育兒day)’ 등의 단어를 통해 여성의 권리가 신장되었음을 알 수 있다. ‘기생충김치(寄生蟲--)’, ‘납김치’ 등의 빈도가 높은 신어로 최근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중국산 식품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각심을 엿볼 수 있으며, ‘공시족(公試族)’, ‘공시촌(公試村)’, ‘금융 고시(金融考試)’ 등의 신어를 통해 젊은이들이 어떤 직장을 선호하는지를 알 수 있다.

사회, 경제, 통신 분야의 신어가 많이 만들어져

‘금융 고시(金融考試)’, ‘관고민저(官高民低)’ 등 사회 영역의 신어가 38.5%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경제 분야 신어가 7.4%로 많이 나타났다. 세다이어트(稅diet), 안방 펀드(-房fund), 김치 지수(--指數) 등 30개의 경제 관련 신어가 조사되었다. 에고서핑(egosurfing), 모맹(←mobile+盲) 등의 통신 분야 신어가 5.9%, 국가 자폐증(國家自閉症), 사과 피로 증후군(謝過疲勞症候群) 등의 정치 분야 신어가 4.2%로 조사되었으며, 운동/오락(3.7%), 의학(2.5%), 법률(2.2%), 지리(2.0%), 교육(1.5%), 연영(1.5%), 교통(1.2%) 등의 분야가 그 뒤를 이었다.

외래어의 경우 일본어의 유입은 줄어들고 영어가 강세

외래어 구성 요소의 원어 분포를 살펴보면 영어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어가 89%를 차지했고, 이탈리아어가 4.8%를 차지해 뒤를 이었다. 이탈리아어의 경우 조사된 7개의 신어가 모두 ‘신파라치(←新聞+paparazzi)’와 같은 신종 파파라치를 나타내는 말이었다. 한편 과거에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일본어는 게임머니깡(←game money+わりかん), 쿠폰깡(←coupon+わりかん)의 두 가지만 나타났다. 이외에도 알파메일(alpha male)과 같은 그리스어, 오브로모프병(Oblomov病)과 같은 러시아어가 포함된 신어들이 조사되었다.

‘물벨트’, ‘캡처꾼’처럼 기원이 다른 말들이 섞여 만들어진 말도 많아

외래어의 비율은 2002년 64%로 정점에 올라섰다가 2003년 56.1%, 2004년 55.1%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 왔다. 단일 원어에서는 7.6%에 불과한 고유어가 복합 원어를 합하면 23.8%로 외래어보다도 많이 나타난 원인은 조어 방식의 다양화에서 찾을 수 있다. 고유어인 ‘물’이 ‘그린벨트(green belt)’, ‘블루벨트(blue belt)’ 등의 말을 만드는 ‘보호지구’라는 뜻의 ‘벨트(belt)’와 결합하여 ‘물벨트(-belt)’라는 말이 생긴다거나 영어에서 온 외래어 ‘캡처(capture)’에 고유어 접사 ‘-꾼’이 붙어 ‘캡처꾼(capture-)’이 되는 것이 그 예이다.

새로운 말을 가장 활발하게 만들어 내는 ‘-족(族)’과 ‘-제(制)’

만드는 방식을 기준으로 단일어, 복합어, 약어의 세 가지로 신어의 유형을 나누어 보면 복합어가 71.8%를 차지하여 가장 일반적인 신어의 조어 방식임을 알 수 있다.

단일어 중에는 ‘신토불이(身土不二)’에서 온 ‘모협불이(母協不二)’나 ‘오월동주(吳越同舟)’에서 온 ‘한일동주(韓日同舟)’와 같이 유추에 의한 신어가 많이 조사되었다. 사람들의 눈과 귀에 익숙한 사자성어를 이용해 사회 현상을 효과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유추로 만들어진 말 중에는 ‘노풍당당(老風堂堂)’, ‘곡학아통(曲學阿統)’ 등 풍자적인 말들도 다수 눈에 띈다.

합성어 중에는 기원이 다른 말들이 합쳐져서 이루어지는 단어들도 있다. ‘물벨트’는 고유어(물)와 외래어(belt)의 합성이고, ‘먹토’는 고유어(먹-)와 한자어(土)의 합성이며, ‘애국베팅’처럼 한자어(愛國)와 외래어(betting)를 합쳐서 만든 말도 있다.

파생어는 접두 파생어와 접미 파생어로 다시 가를 수 있는데 ‘냉트럭(冷truck)’, ‘댓말(對-)’, ‘무꺼풀(無--)’, ‘신기러기족(新---族)’, ‘신잔혹주의(新殘酷主義)’, ‘온진품(-眞品)’, ‘항한류(抗韓流)’의 7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접미 파생어이다. 특별한 경향을 가진 사람들의 무리를 의미하는 접미사 ‘-족(族)’이 45개의 신어를 만들어 냈다. 접미사 ‘-족(族)’은 2002년에 49개, 2003년에 54개, 2004년에 39개의 신어를 만들어 낸 데에 이어 2005년에도 가장 많은 파생어를 양산했다.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로 생긴 제도의 명칭을 나타내기 위해 쓰인 ‘-제(制)’가 ‘-족(族)’의 뒤를 이어 ‘생리 공결제, 대리 배달제’ 등 6개의 신어를 만들어 냈다.

2004년 신어인 ‘신행정 수도’, ‘누리꾼’ 등은 여전히 많이 쓰여

2004년에 조사된 신어 중에 2005년에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신행정 수도(新行政首都)’이다.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판결부터 2005년 11월 행정도시특별법 합헌 결정에 이르기까지 신행정 수도와 관련된 문제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음을 드러내는 결과이다. 다음으로는 ‘네티즌(netizen)’을 순화하여 이르는 ‘누리꾼’이 많이 쓰였다. 처음에는 ‘네티즌’에 비해 세가 약했으나 언론과 인터넷 사용자들이 실제로 많이 쓰기 시작하면서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순화어이다. 3위는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경제 분야의 ‘종합 부동산세(綜合不動産稅)’였다. 관련 법안이 2006년에 시행 예정인 만큼 당분간 활발하게 쓰일 것이라 전망한다. 더불어 2003년에 유행하기 시작한 ‘블로그’와 함께 개인 미디어를 대표하는 ‘미니홈피(←mini homepage)’, 국립국어원에서 순화하여 널리 쓰이고 있는 감탄사 ‘아자’, 자유로운 통신 환경을 의미하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등이 여전히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2003년 신어 중에는 ‘블로그(blog←web+log)’가 가장 많이 쓰였다. 인터넷 문화가 점점 발달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반영된 결과이다. 2위는 로또(lotto)이다. 수그러들지 않는 로또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3위는 ‘참살이’라는 순화어가 퍼지고 있는 가운데에도 굳건하게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웰빙(well­being)’이 차지했다. 현대인의 건강과 행복에 대한 소망이 깃든 단어라 하겠다. 이밖에도 디지털세대의 필수품인 ‘디카(←digital camera)’, 지역 갈등의 문제를 일으킨 ‘방폐장(放廢場)’, 최근 들어 점점 인기를 끌고 있는 ‘이종 격투기(異種格鬪技)’ 등의 단어들이 2005년에도 활발하게 사용되었다.

10년 전에 조사한 1995년 신어 중 ‘글사랑족’, ‘무세일’ 등은 사라져

1995년에는 신어와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미등재어의 구분 없이 조사를 진행했었다. 미등재어를 포함한 1,339개의 단어를 분석한 결과 1995년 신어 전체의 1.1%에 해당하는 14개의 단어가 2005년 현재에는 쓰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 목록은 아래와 같다.

검프족(Gump族), 글사랑족(-族), 꼭지티(-T), 네오사파리룩(neo safari look), 대족인(大足人), 롤링호텔(rolling hotel), 모터런스(motorlance), 무세일(無sale), 문열개(門-), 서킷걸(circuit girl), 실리콘데저트(Silicon Desert), 실리콘포리스트(Silicon Forest), 안기부맨(安企部man), 틈가구(-家具)

밤에만 조깅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던 ‘검프족(Gump族)’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유행이 지나간 뒤에 사라졌고, 같은 시기에 유행하던 ‘야깅족’은 아직도 살아남아 쓰이고 있다. 자녀에게 메모지에 친필로 사랑을 전하던 ‘글사랑족(-族)’은 전화와 메일, 메신저 등으로 소통하는 요즘 사회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옷차림의 유행은 금방 바뀌게 마련이라 ‘꼭지티(-T)’나 ‘네오사파리룩(neo safari look)’을 입은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안기부’라는 기관의 명칭이 사라지면서 ‘안기부맨’이라는 말도 쓰지 않게 되었다. 1995년에 유행하던 ‘서킷걸(circuit girl)’이라는 말은 함께 쓰이던 ‘레이싱걸(racing girl)’에 밀려 사라졌다. 영어 어휘가 급격하게 밀려 들어오면서 ‘무세일(無sale)’ 브랜드가 아니라 ‘노세일(no sale)’ 브랜드가 고급스러운 브랜드로 자리잡았으며 ‘문열개(門-)’ 대신 ‘도어 핸들(door handle)’을 쓰게 되었다. ‘대족인(大足人)’, ‘롤링호텔(rolling hotel)’, ‘모터런스(motorlance)’, ‘틈가구(-家具)’, ‘실리콘데저트(Silicon Desert)’, ‘실리콘포리스트(Silicon Forest)’ 등 외국의 문물을 소개하면서 잠시 등장했던 단어들도 이제는 쓰이지 않는다. 이렇게 지금은 쓰이지 않게 된 단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변화를 짚어낼 수 있다. 신어의 조사와 분석이 사회언어학적으로 가치가 있음을 알 수 있는 결과이다.

국립국어원 개요
국립국어원은 우리나라의 올바른 어문 정책을 연구·수행하고자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이다. 역사적으로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도운 ‘집현전’의 전통을 잇고자 1984년에 설립한 ‘국어연구소’가 1991년 ‘국립국어연구원’으로 승격되고, 2004년에 어문 정책 종합 기관인 ‘국립국어원’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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