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한 민언련 논평

서울--(뉴스와이어)--일방적인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 수용할 수 없다.

정부는 26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해 미국 측 요구를 전면수용하고, 한국 영화 의무상영일수를 현행 146일에서 73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원회(영화계 대책위)는 설 연휴 직전 기습적으로 발표된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 철회를 요구하며 장외투쟁을 불사하겠다는 강경의지를 밝히고 있다. 영화계 대책위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스크린 쿼터 축소는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세계적인 흐름을 거스르는 반문화적 쿠테타’로 규정하고 이날을 “문화 국치일”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우리는 정부가 미국과의 FTA의 선결조건으로 스크린 쿼터 축소를 섣불리 약속한 것은 불행한 일이며, 한국문화의 정체성과 영화산업을 후퇴시킬 뿐만 아니라 여론을 수렴하는 민주적 절차마저도 무시한 행위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가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을 즉각 중단하고 영화계는 물론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우선, 우리는 한국영화 산업의 발전에서 ‘국익’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부의 관점을 이해하기 어렵다. 한덕수 재경부 총리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및 각국과의 FTA 협상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추진하는 게 국익에 부합 된다‘고 밝혔다. 국익이란 논리에서 한미투자협정(BIT)과 FTA 협정의 최대걸림돌로 스크린쿼터 문제를 바라보아 ‘국익’을 일반 산업의 경제적 효과만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제조 및 다른 산업과 달리 영화산업은 단순히 물질적이고 경제적인 효과만으로 ‘국익’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산업은 경제적 효과 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역사적 기억과 정신이 담긴 당대 사회문화의 정체성을 전세계적으로 공유하는 문화적· 정신적 효과가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오늘날 영화는 자국문화의 정신을 전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21세기에 접어들어 전세계가 중점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영화산업의 국익은 단순히 경제적 매출액 수치로 환산될 수 없는 그 나라의 문화적· 정신적 파급효과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둘째, 스크린 쿼터 축소는 문화적 자존심과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을 파기하는 행위이다. 지난해 세계 각국은 미국의 문화적 일방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문화다양성 협약’을 채택한 바 있다. 이러한 국제적 상황에서 우리나라 스크린쿼터 사수는 문화적 자존심을 지켜나가고 자국문화를 보호· 육성하고 있다는 세계적인 평가와 주목을 받아왔다. 그에 반해 이번 정부의 일방적인 스크린 쿼터 축소는 우리의 문화적 자존심과 국제사회에 대한 신뢰까지도 저버린 결정이다. 또한 세계적인 문화다양성 실현과 자국문화를 지켜나가고자 하는 최소한의 보호 장치마저도 무너뜨리고 문화시장을 완전· 개방하라는 미국 패권주의의 요구는 정당하지 않다,

셋째, 정부가 축소 이유로 ‘국익에 긴요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맺어야 하고 한국영화는 이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주장하는 점에 우리는 동의할 수 없다.

영화계 대책위의 양기환 사무처장은 ‘스크린 쿼터 때문에 한국 영화의 경쟁력이 갖춰지고 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그 결과를 낳은 원인을 없애는 게 옳은 처사인가’라고 반박했다. 우리는 이에 동의하며 스크린쿼터라는 보호막이 있기에 한국영화의 제작자들이 의욕을 가지고 한국적 정서를 담은 영화를 생산할 수 있었다고 판단한다. 그러므로 스크린쿼터는 단순수치상의 50% 점유율이라는 것만 강조해서 축소니 개방이니 혹은 자생력을 갖추었다고 현상적으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현재 한국영화산업구조가 세계적인 영화산업구조와의 역학관계에서 다양한 소재와 형식실험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구조(제작-배급 및 유통-제도적 지원정책 등)가 안정적으로 정착되었는가라는 냉철한 현실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한국 영화산업구조가 소수 독점! 자본에 의해 재편되고 거기다가 미국영화의 거대독점자본이 물밀듯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만약 스크린 쿼터가 축소된다면 50% 점유율은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고 매출과 배급구조에도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또한 우리는 새로운 실험정신으로 다양한 영화를 제작하는 소수 독립영화나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소재로 한 질 좋은 영화는 소외되고, 흥행코드에 강박적인 저질영화가 난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거듭 주장한다. 점율율이라는 수치상의 이유를 근거로 스크린 쿼터를 축소해야 한다는 논리는 무책임한 판단이다. 중요한 것은 스크린 쿼터 제도의 경우 우리 영화가 문화적· 정신적 가치를 지켜가면서 국제적인 문화 다양성을 실현하는 가치차원에서 이해돼야 한다.

셋째, 우리는 정부가 스크린 쿼터축소라는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영화계와 긴밀한 협의 없이 민주적인 여론수렴 절차를 무시한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판단한다. 영화계 대책위는 정부의 발표에 대해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통보’로 마치 ‘뒤통수를 맞아’ ‘몸이 반쪽나는 듯한 기분’이라고 심한 분노감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계는 그들의 집단이기주의 차원에서 스크린 쿼터 사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 스스로가 ‘한국영화의 발전과 진흥’을 위해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행위주체이다. 스크린쿼터 축소·폐지는 전세계적인 문화산업에서 한국영화 산업의 생존과 관련된 사안이며 전국민적 관심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관련주체나 기관과 사전협의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민주적 절차조차도 무시하고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은 납득? 歐?어렵다.

우리는 정부가 영화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방안이나 우리 문화의 자생력을 제고하는 어떠한 비젼 제시도 없이 미국의 경제논리에 몰려 스크린 쿼터 축소를 결정한 방침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정부가 영화계는 물론 여러 계층과의 상호적인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스크린쿼터를 축소한 것 또한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정부는 일방적인 스크린 쿼터 축소 방침을 중단하고 좀 더 여론을 모아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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