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세계 철강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곳에서 용광로 또는 고로(高爐)가 필요 없는 최첨단 제철 설비인 파이넥스(FINEX)가 시험가동 중에 있기 때문. 자동차로 말하자면 종전의 엔진 시스템을 확 바꾸는 것이다. 포스코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내세우는 포스코 고유의 저원가, 친환경 혁신 제철 공법이다. 세계 철강업계에서 혁신적인 이 공법을 개척한 사람이 바로 강창오 사장이다.
“기존의 용광로 공법은 지난 100년 동안 가장 경쟁력 있는 제철공법으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이것은 철광석과 유연탄을 가공한 다음, 용광로에 넣어 환원과 용융이란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죠. 이 방법은 당연히 투자비가 많이 들어갑니다. 유연탄이 현재 세계 석탄 매장량의 15%에 불과하고, 오염 방지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수이기 때문이죠. 반면 파이넥스 공법은 가루형태의 철광석과 일반 유연탄을 사전에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혁신공법이라는 게 특징입니다.”
강 사장은 파이넥스 공법으로 세계 철강 역사를 새롭게 쓴다. 소결공장과 코크스공장이 필요 없는 세계 철강의 꿈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이 공법을 통해 설비투자비는 92%로 절감하고, 쇳물 제조원가도 83% 수준으로 낮출 수 있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다. 제철소의 골칫거리였던 환경오염물질의 배출량을 크게 줄여 연간 수십억 원의 환경시설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 종합적으로 포스코가 전체 생산을 용광로 공법이 아닌 파이넥스 공법으로 한다면 1조원 정도의 원가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강 사장은 내다보고 있다.
“일본 유럽 호주 등 비슷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는 철강기술 선진국이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사이 포스코가 과감하게 세계 최초로 상용화 설비를 착공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봐요. 지난 73년 조업을 개시한 이래 30여 년간 선진기업의 기술을 따라가는데 주력했다면, 파이넥스 공법은 포스코가 만천하에 철강지존을 알리는 것이죠.”
다만 파이넥스는 워낙 어려운 첨단 기술인 탓에 일단 설비가 가동되더라도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상당기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사장은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파이넥스의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기술적으로 전 세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강창오 사장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제37회 과학의 날에 과학기술훈장 최고등급인 창조장을 받았다. 이 상은 과학기술인이라면 누구나 받고 싶어하는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다.
투명경영으로 올바른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포항제철소는 박정희대통령이 미국 피츠버그 철강단지를 둘러보고 나서 구상, 영일만의 모래바닥에서 건설됐다. 힘겨운 공사 끝에 73년 처음으로 용광로에서 쇳물을 뽑아내면서 한국경제 발전에 큰 획을 그은 곳이다.
당시 공장장을 맡았던 강 사장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 일화가 있다.
“갑자기 용광로가 작동을 멈추면서 내부가 굳어 버렸어요. 용광로가 고장 나면 모든 공정이 중단되기 때문에 비상사태가 일어난 셈이죠. 원료로 쓰던 코크스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만 들었을 뿐 그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정확히 21일 동안 집에도 가지 않고 용광로에만 매달려 겨우 작동 시켰습니다. 소중한 경험 이었죠.”
강사장은 일본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철강기술을 세계일류로 부상시킨 것이 평생의 가장 큰 보람이라고 한다.
‘자원(資源)은 유한(有限), 창의(創意)는 무한(無限)’. 포항제철소 정문에 나붙은 구호다. 박태준 명예회장이 정했다는 이 슬로건은 미국 코넬대학 교과서의 첫 장에 수록돼 화제가 되었으며, 아직도 포스코의 정신적 기둥이 되고 있다.
포스코 기술개발의 총사령관 강창오 사장.
그는 20년 이상 용광로 곁을 지키며 포스코의 요직을 두루 거친 엔지니어다. 그는 세계 철강시장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포스코의 경쟁우위를 지켜내기 위한 확실한 카드는 ‘기술개발’ 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포스코의 미래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당면과제로 고급 자동차강재, 고급 석유송유관용(API)강재, 고급 전기강판 등을 전략제품으로 설정하여 강 사장이 기술개발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기술개발 현안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통해서 기술개발 방향을 제시하고, 연구원 개개인의 창의가 철저히 성과에 반영되도록 노력한다. 이것이 강 사장이 추구하는 리더십이다.
정도와 책임, 투명은 글로벌 기업경영의 기본이다. 투명한 책임경영체제 강화도 강 사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일 가운데 하나다.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투명성이 떨어지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사외이사 비중도 확대하였다.
강 사장은 기업 이윤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윤리경영을 펼친다. 다름 아닌 ‘지속가능경영’이다. 이는 기업의 모든 경영활동이 경제적 수익성, 환경적 건전성, 사회적 책임성의 관점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회사 이윤과 기업윤리가 상충될 때는 주저없이 기업윤리를 선택한다는 의지다.
지난해 전 세계에 불어 닥친 철강업계의 원자재 부족현상에도 불구하고 포스코는 국제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철강제품을 국내 산업계에 공급했다. 또한 중소협력업체들에 거래대금을 전액 현금 결제하는 상생경영을 펼친다. 국내 기업과 동반성장 하면서 국가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고 높이 평가받는다.
강창오 사장은 사회공헌 활동에도 관심이 많다. 사회공헌을 잘 하는 게 핵심경쟁력이라 생각한다.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으로 다양한 형태의 사회복지 활동을 한다. ‘03년 5월 발족한 『포스코 봉사단』의 단장을 맡아 이웃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나눔경영을 펼치고 있다. 우리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철강제품처럼 사회 구석구석에 나눔의 정신을 퍼뜨리고 있다.
이처럼 올바른 기업문화를 정착시킨 포스코는 경실련이 주는 2004 경제정의기업상 대상, 전경련이 주는 2005 존경받는 기업대상을 받았다. 투명경영과 책임경영을 향한 포스코의 행군은 존경받는 기업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엔지니어 출신의 균형감각을 갖춘 최고경영자
강 사장은 사내에서 공부하는 CEO로 소문 나 있다. 한 경영전문지가 100대 기업 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가장 책을 많이 읽는 경영자다. 전공 분야 뿐 아니라 경영, 외국어(영어 일어)을 습득한 것이 글로벌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조직 내에 혁신적인 문화를 조성하고, 그에 걸맞은 혁신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가 먼저 혁신 자세를 강화하고, 이를 주도할 혁신적인 팀을 창설하는 것이다.’
21세기는 기술주도형 사회 또는 혁신주도형 사회로 불린다. 때문에 대기업들은 생존전략으로 ‘인재와 기술’ 확보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 보고 핵심인재 확보와 육성에 온 힘을 쏟는다. 강창오 사장이 남긴 메시지는 CEO를 꿈꾸는 이공계 출신 젊은이들에게 청량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21세기는 기술이 경영을 지배합니다. 국내외에서 테크노 파워의 활약상은 두드러집니다.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만이 반드시 최고경영자로서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공계를 전공하여 해당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고, 경영을 추가로 공부한다면 더욱 경쟁력을 갖춘 경영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강창오 사장 PROFILE
대구 출신인 강창오 사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테크노 CEO.
대학을 졸업한 71년 포철 공채3기로 입사. 그 뒤 광양제철소 부장, 광양제철소 부소장을 거쳐 91년 포철 이사로 승진한다. 94년 포철 상무이사/포철 도쿄연구소장, 98년 포철 전무이사(포항제철소장), 2001년 포스코 기술연구소장(부사장), 2003년 3월부터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다수의 해외 논문이 있다.
상훈으로는 78년 건설유공자로 국무총리 표창, 88년 산업포장을 받았다. 2004년 4월, 제 37회 과학의 날에 기술인 최고의 영예인 ‘과학기술훈장 창조장’을 받았다. 그리고 2004년 12월, 제14회 경제정의 기업상 대상을 수상했다.
웹사이트: http://www.pos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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