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 발간
우리나라는 광복 직후부터 ‘국어 정화(淨化)’라 하여 대대적으로 일본어 투 용어를 우리말로 순화해 왔다. 그 결과 우리의 언어생활에 깊숙하게 침투해 있던 일본어 투 용어가 상당수 사라졌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일상적으로 쓰였던 ‘벤또(→도시락)’, ‘쓰봉(→양복바지)’, ‘와리바시(→나무젓가락)’, ‘요지(→이쑤시개)’ 등의 일본어 투 용어가 종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비공식적인 자리, 즉 일상 언어생활에서는 아직도 적지 않은 일본어 투 용어가 그대로 쓰이고 있다. ‘뽀록나다(→드러나다)’, ‘삐끼[→(손님) 끌기]’, ‘소데나시(→민소매)’, ‘와쿠(→틀)’, ‘지라시(→선전지)’ 등의 순 일본어와 ‘노견(路肩, →갓길)’, ‘대금(代金, →값)’, ‘망년회(忘年會, →송년 모임)’, ‘사양(仕樣, →설명)’ 등의 일본식 한자어를 일상 언어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 기술 분야에서도 일본어가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는 ‘나라시(→고루 펴기)’ , ‘노가다[→(공사판) 노동자]’ 등이, 자동차 정비 현장에서는 ‘기스(→흠)’, ‘마후라(→소음기)’, ‘쇼바(→완충기)’ 등이 널리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봉제, 인쇄, 방송 분야에서도 일본어 투 용어가 득세하고 있다. 그 밖에 법률, 의학 등의 학술 분야에서도 일본식 한자어가 많이 쓰이고 있다.
이러한 일본어 투 용어는 대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일상 언어생활에서 쓰이는 순 일본어는 점점 속어화해서 일반인은 거의 이해할 수 없게 되었고, 자동차 정비, 건축, 봉제, 인쇄 등 전문 기술 분야에서 쓰이는 용어는 해당 기술자가 아닌 한 전혀 이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밖에 법률, 의학 등의 학술 분야의 일본식 한자어도 관련된 분야의 학자가 아닌 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듯 일본어 투 용어는 일반 국민의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사회 전체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도 일본어 투 용어를 순화해서 쓸 필요가 있다. 원활한 의사소통은 사회 통합의 밑바탕이 되므로 이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자료집은 일반 국민의 의사소통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올바른 언어생활에도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자료집에 수록된 일본어 투 용어는 총 1,171개이다. 일본어 투 용어는 순 일본어, 일본식 한자어, 일본식 발음의 서구 외래어, 일본식 영어, 이들 각각의 혼합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가운데 순 일본어와 일본식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77,7%를 차지한다. 지금까지 일본어 투 용어라 하여 순 일본어와 일본식 한자어를 주오 순화의 대상으로 삼은 것도 다 이런 결과에서도 비롯된다. 그러나 일본식 발음의 서구 외래어, 일본식 영어, 혼합형 등도 순 일본어, 일본식 한자어 등보단 덜하지만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일상 언어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대표적인 순 일본어로는 ‘가라(→가짜)’, ‘가오(→체면)’, ‘가타(→불량배)’, ‘구사리(→핀잔)’, ‘기스(→흠)’, ‘나가리(→유찰)’, ‘나라시(→고루 펴기)’, ‘나리비(→줄 서기)’, ‘노가다[→(공사판) 노동자]’, ‘모치(→찹쌀떡)’, ‘삐끼[→(손님) 끌기]’, ‘사라(→접시)’, ‘소데나시(→민소매)’, ‘시다바리(→보조원)’, ‘아타라시(→새것)’, ‘야미(→뒷거래)’, ‘에리(→깃)’, ‘엔꼬[→바닥(남)]’, ‘와쿠(→틀)’, ‘우와기(→윗도리)’, ‘유도리(→융통)’, ‘이지메[→(집단) 괴롭힘]’, ‘지라시(→선전지)’, ‘헤라[→(구둣)주걱]’, ‘호로(→덮개)’, ‘후카시(→품재기)’, ‘히마리(→맥)’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우리에게 크게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일본어 투 용어의 하나로서 대부분 대응하는 적절한 우리말이 있어 그것으로 다듬어 쓸 수 있다. 그런데도 이들이 일상 언어생활에서 아직까지도 널리 쓰이는 것은 일본어 투 용어란 사실이 널리 홍보되지 못한 데 연유한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적절하고도 꾸준한 홍보가 필요하다.
한편 순 일본어로 볼 수 있는 것 가운데에는 ‘겐세이(牽制, →견제)’, ‘다이(臺, →대)’, ‘뎃빵(→철판)’, ‘만가(漫畵→만화)’: ‘단카(擔架, →들것/담가)’, ‘쇼부(勝負→결판/승부)’, ‘신삥(新品→새것/신품)’, ‘와이로(賄賂, →뇌물/회뢰)’ 등처럼 한자어를 일본 한자음으로 읽은 것이 적지 않다. 엄밀하게 봤을 때 이들은 순 일본어는 아니다. 그러나 외형상 특히, 발음상 우리에게 크게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순 일본어와 같은 성격을 띠기 때문에 함께 다룰 필요가 있다. 이들은 대개 우리나라에서도 통용되는 한자어라 우리 한자음으로 바꾸어 읽기만 해도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받아들여진다.
일본어 투 용어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일본식 한자어이다. 이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쓰였고 우리 한자음으로 바꾸어 읽어 온 터라 순 일본어에 비하여 거부감이 덜하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일본어에서만 통용되는 용법으로 쓰여서 우리의 일반적인 한자 지식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가봉(假縫, →시침질)’, ‘거래선(去來先, →거래처)’, ‘견양[見樣, →본(보기)]’, ‘견출지(見出紙, →찾음표)’, ‘고참[古參, →선임(자)]’, ‘과물(果物, →과일)’, ‘구보(驅步, →달리기)’, ‘급사(給仕, →사환)’, ‘기라성(綺羅星, →빛나는 별)’, ‘기중(忌中, →상중)’, ‘노견(路肩, →갓길)’, ‘대금(代金, →값)’, ‘대절(貸切, →전세)’, ‘망년회(忘年會, →송년 모임)’, ‘매점(買占, →사재기)’, ‘보합세(保合勢, →주춤세)’, ‘복지(服地, →양복감)’, ‘사양(仕樣, →설명)’, ‘소사(小使, →사환)’, ‘수순(手順, →차례)’, ‘수입고(輸入高, →수입량)’, ‘수입(手入, →손질)’, ‘수출고(輸出高, →수출량)’, ‘십팔번(十八番, →단골 노래)’, ‘양생(養生, →굳히기)’, ‘용달(用達, →심부름)’, ‘익일(翌日, →이튿날)’, ‘제전(祭典, →잔치)’, ‘지입(持込, →갖고 들기)’, ‘지참(持參, →지니고 옴)’, ‘취조(取調, →문초)’, ‘택배(宅配, →집 배달)’, ‘하구언(河口堰, →강어귀 둑)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따라서 이러한 일본식 한자어는 적절히 선별하여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다듬어 쓸 필요가 있다.
일본어 투 용어 가운데에는 일본식 발음의 서구 외래어도 적지 않다. 초기에는 ‘고뿌(kop, →잔)’, ‘란도셀(ransel, →멜빵 가방)’, ‘렛테루(letter, →상표)’, ‘뼁끼(pek, →페이트)’, ‘엑키스(extract, →진액)’ 등이나 ‘자몽(zamboa, →그레이프프루트)’, ‘조로(jorro, →물뿌리개)’ 등처럼 네덜란드어나 포르투갈어에서 유래한 일본식 발음의 서구 외래어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 들어선 영어에서 유래한 일본식 발음의 서구 외래어가 크게 압도하고 있다. ‘공구리(concrete, →양회 반죽)’, ‘다스(dozen, →열두 개)’, ‘다시(dash, →줄표)’, ‘도랏쿠(truck, →화물차)’, ‘마후라(muffler, →소음기)’, ‘바케쓰(bucket, →들통)’, ‘반도(band, →띠)’, ‘밤바(bumper, →완충기)’, ‘밧테리(battery, →건전지)’, ‘빠꾸(back, →후진)’, ‘빠찌(badge, →휘장)’, ‘샷시(sash, →창틀)’, ‘셔터(shutter, →덧닫이)’, ‘쓰레빠(slipper, →실내화)’, ‘조끼(jug, →잔)’, ‘카타로구(catalogue, →일람표)’, ‘화이바(fiber, →안전모)’, ‘후롯쿠(fluke, →엉터리/어중치기)’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이들은 외래어 표기법과 관련하여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공구리’, ‘다시’, ‘도랏쿠’, ‘마후라’ ‘반도’, ‘밤바’, ‘빠찌’, ‘샷다’, ‘샷시’ 등은 외래어 ‘콘크리트’, ‘대시’, ‘트럭’, ‘머플러’, ‘밴드’, ‘범퍼’, ‘배지’, ‘셔터’, ‘새시’ 등의 올바른 표기와 함께 널리 쓰이고 있어 표기상의 혼란을 초래하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표기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일본식 발음의 서구 외래어는 적어도 올바른 한글 표기로 바꾸어서 써야 한다. ‘사라다(←salad)’, ‘주부(←tube)’ 등을 ‘샐러드’, ‘튜브’ 등으로 다듬어 쓰기로 한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일본어 투 용어 가운데 일본식 영어도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어 투 용어 가운데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니지만 이들은 가짜 영어로서 일반적인 영어 지식으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 일반 국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쓰고 있는 가짜 영어의 대부분은 일본식 영어에서 기원한다. 이러한 일본식 영어로는 ‘난닝구(←running shirt, →러닝셔츠)’, ‘도란스(←transformer, →변압기)’, ‘레지[←register, →(다방) 종업원], 멜로(←melodrama, →통속극), 빵꾸(←puncture, →구멍), 스뎅(←stainless, →안녹쇠), 에로[←erotic, →선정(적)], 오바(←overcoat, →외투) 등처럼 영어 단어나 구의 앞부분을 잘라서 새로이 만들어 낸 것도 있고 미숀(←transmission, →트랜스미션)’, ‘뻬빠(←sandpaper, →사포)’, ‘홈(←platform, →플랫폼)’ 등처럼 영어 단어의 뒷부분을 잘라서 만들어 낸 것도 있다. 그리고 ‘레미콘[←ready-mixed concrete, →회 반죽 (차)]’, ‘리모콘(←remote control, →원격 조정기)’, ‘퍼스컴[←personal computer, →개인(용) 컴퓨터]’ 등처럼 영어의 구 구성에서 각 단어의 앞부분을 잘라 이들 조합하여 새로이 만들어 낸 것도 있고 ‘쇼바(←shock absorber, →완충기)’처럼 영어의 구 구성에서 앞 단어의 앞부분과 뒤 단어의 뒷부분을 잘라 이를 조합하여 새로이 만들어 낸 것도 있다.
심지어 ‘리야카(rear car, →손수레)’, ‘백미라(back mirror, →뒷거울)’, ‘올드미스(←old miss, →노처녀)’ 등처럼 영어 단어를 인위적으로 조합하여 새로이 만들어 낸 것도 있고 ‘워카(walker, →군화)’처럼 영어 본래의 뜻을 바꾸어 쓰는 것도 있다. 그런데 이들은 일반적으로 일본어식 발음이 아닌 영어 본래의 발음에 가깝게 소리 내거나 적는다. 그리하여 일반 국민 상당수는 이들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 진짜 영어로 인식한다.
일본어 투 용어에는 순 일본어, 일본식 한자어, 일본식 발음의 서구 외래어, 일본식 영어 등이 서로 뒤섞인 형태도 드물지 않다. 특히, 일본어 투 용어가 우리말(순 우리말, 한자어)과 뒤섞인 경우에는 우리말로 잘못 인식되기도 한다. ‘닭도리탕[-鳥(とり)湯, →닭볶음탕]’, ‘모치떡[餠(もち)-, →찹쌀떡]’, ‘비까번쩍하다(←ぴか----, →번쩍번쩍하다)’, ‘뽀록나다[←襤褸(ぼろ)--, 드러나다]’, ‘세무가죽(chamois--, →섀미 가죽)’, ‘수타국수(手打--, →손국수)’, ‘왔다리 갔다리(←-たり -たり, →왔다 갔다)’ 등처럼 일본어 투 용어가 순 우리말과 뒤섞이거나 ‘가케표[かけ(×)標, →가새표]’, ‘곤색[紺(こん)色, →감색]’, ‘만땅(←滿tank, →가득)’, ‘세라복(←sailor suit服, →해군복)’, ‘소라색[空(そら)色, →하늘색]’, ‘야키만두[燒き(やき)饅頭, →군만두]’, ‘전기다마[電氣球(だま), →전구]’ 등처럼 일본어 투 용어가 우리의 한자(어)와 뒤섞인 경우에는 우리말로 잘못 인식되는 것이다. 이 밖에 뒤섞인 형태의 일본어 투 용어에는 ‘가라오케[←空(から)orchestra, →녹음 반주]’, ‘가라쿠[←空(から)cushion, →민쿠션 치기]’, ‘가오 마담[顔(かお)madam, →얼굴 마담]’, ‘한쓰봉[←半(はん)jupon, →반바지]’ 등처럼 일본어와 서구 외래어가 뒤섞인 형태도 있다.
국립국어원 개요
국립국어원은 우리나라의 올바른 어문 정책을 연구·수행하고자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이다. 역사적으로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도운 ‘집현전’의 전통을 잇고자 1984년에 설립한 ‘국어연구소’가 1991년 ‘국립국어연구원’으로 승격되고, 2004년에 어문 정책 종합 기관인 ‘국립국어원’으로 거듭났다.
웹사이트: http://www.korean.go.kr
연락처
국립국어원 박용찬 학예연구관 02-2669-9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