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사회경제고통지수로 본 삶의 고통’
2005년 우리나라의 생활경제고통지수는 11.0(생활물가상승률 4.1%+체감실업률 6.9%)이었다. 지난해 생활경제고통지수는 2004년의 11.5에 비해0.5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우리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이다소줄어들었음을 나타내고있다. 지난해 생활경제고통지수가 다소 개선된 데는 물가안정이 크게 기여했다. 17시간 이하의 단시간 근로자를 실업자로 간주한 체감실업률은 6.9%로 2004년의 6.6%에비해 0.3%p 높아졌다. 공식실업률은 2004년과 같은 3.5%(구직기간 1주 기준)였으나 고용상태가 불안정하고 소득도 낮은 단시간근로자가 크게 증가했기때문이다. 하지만 물가는 체감실업률 상승 폭보다 더 크게 떨어졌다.고유가의 부정적인 영향이 환율하락으로 상당 폭 상쇄되었고, 농수산물을 비롯한 생필품 가격도 안정세를 보여 생활물가 상승률이 2004년의 4.9%에서 작년에는 4.1%로0.8%p나 낮아졌다.
4년 연속 경제적 고통이 가장 컸던 지역은‘서울’
생활경제고통지수는 지역별로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2005년 경제적 고통이 가장 컸던 지역은 서울(12.7)이었으며, 충남(11.4)과 인천(11.3), 대전(11.2)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서울은 2002년부터 4년 연속 전국에서 경제고통이 가장 큰 지역으로 나타났다. 체감실업률(8.4%)이 전국에서 가장 높기 때문이다. 전국 평균 체감실업률6.9%를 크게 상회하고 있으며, 두 번째로 높은 인천(7.5%)보다도 0.9%p나 높은 수준이다. 교육기관이 집중돼 있어 청년실업률이 높은 데다 일자리가 서울보다는 교통, 물류, 주택 등의 여건이 양호한 경기, 충청권을 중심으로 늘어나 서울지역의 고용사정이 악화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경기(6.7%)나 충북(5.6%)의 체감실업률은 전국 평균인 6.9%를 밑돌고 있다. 서울의 생활물가상승률(4.3%)도 대형할인매장이나 농수산물 집하센타 등이 집중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2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한편, 경북(8.8)과 경남(9.3), 전남(9.6) 같은 지역의 생활경제고통지수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생활경제고통지수의 수준뿐 아니라 이 지수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지역별로 생활경제고통지수의 변화를 보면, 광주(-1.8p),대전(-1.2p), 인천(-1.2p)을 비롯한 많은 지역들의 생활경제고통지수가 전년에 비해 하락했다. 다만, 경남(0.5p), 강원(0.2p), 충남(0.2p) 이들 3개 지역은 2004년보다 경제적 고통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경제고통지수 개선 필요
하지만 이러한 생활경제고통지수가 우리 국민들이 삶으로부터느끼는 고통의 정도를 정확히 반영하는 지표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남아 있다. 소비침체와 투자부진으로 경제의 활력이둔화되었던 최근 3개년 동안의 생활경제고통지수의 평균치는 대략 11 내외이다.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의9.4, 1997년의 10.3과 그다지 큰차이가 나지 않는다. 외환위기 이후 국민들의 고통이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높아졌다는 사회적 인식이 많다는 점을 반영한다면 기존의 생활경제고통지수를 좀 더 현실에 맞게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고통을 종합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로 발전시킬 수 있는 단초는 2005년2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Time誌에 실린「행복에 관한 새로운 과학(The New Science of Happiness)」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각 나라의 국민들이느끼는 주관적인 행복감은 그 나라의 경제적 풍요에 대체로 비례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경제적 풍요와 행복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즉, 행복의 크기가 물질적 풍요 외에 국민들의 의식이나 종교, 가치관, 사회심리 등에 의해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인당 국민소득이 5천달러도 채 되지 않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2만5천달러를 상회하는 일본인보다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멕시코,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같은 중남미라틴계 국가들의 국민 역시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성향 덕에 소득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의 행복감을 느끼며 산다. 한편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룩한 우리나라나 일본 등은 반대의 경우로 분류되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연구를 수행한 레이야드(Layard, R.) 런던정치경제대학원 교수는 동아시아 국가의 국민들이 자신의 개인적인 행복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측면, 즉 다른 사람과의 관계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함께 고려하는 문화와 가치관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우리의 상황을 보면, 가치관이나 문화적 토양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우리 국민들의 행복을 위협하는 보다 직접적이고 심각한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비정규직 증가, 청년실업, 조기퇴직의위협 뿐 아니라 중산층의 붕괴,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취약계층의 증가, 그리고 자살과 범죄의 증가 등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회경제적인구조 변화로 인해 외환위기 이후 우리 국민들의 삶이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어려워진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부터 받는 경제적인고통뿐만 아니라 사회구조나 그것에서 비롯되는 갈등이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삶의 고통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회경제고통지수는 양극화, 사회병리현상도 반영
문제는 사회적인 측면의 고통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여기서는 레이야드가 언급한 국민들의 의식, 가치관, 사회심리 등을 대표할 수 있는 지표로 범죄율과 자살률을 주목하였다. ‘범죄율’과‘자살률’등은 삶의 고통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회병리현상으로서 사회심리와 사회통합 정도 등을 비교적 잘 설명하는 지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경제적인 측면에서도‘물가’와‘실업’으로구성되는 기존의 경제고통지수에 소득 양극화와 이에따른 상대적 박탈감의 심화를 나타내는 지표로서‘소득배율(상위 20% 소득/하위 20% 소득)’을 추가하여 경제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을 종합한 사회경제고통지수(Socio-economic misery index, <박스기사> 참조)를 새롭게 개발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 실업률, 소득배율, 범죄율, 자살률 등 5가지 지표로 구성된 사회경제고통지수를 1991년부터 2005년까지 15년 동안 분석해 본 결과, 2005년 중우리나라 전체의 사회경제고통지수는 3.2로 나타났다. 다소 아쉬운 점은 2005년의 범죄통계와 사망통계가 아직 발표되지 않아 범죄발생건수와 자살자 수의2005년 자료는 2004년 자료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최근 범죄율과 자살률의 상승추세를 감안하면, 이들 지표가 2005년에는 더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되어, 2005년의 사회경제고통지수가 실제로는 3.2보다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2005년의 고통 수준이 분석기간 평균적인고통수준(0)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외환위기 이후에도 계속 상승하는 추세에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 15년 동안의 사회경제고통지수를 보면, 지수가 가장 높았던 1998년 외환위기 당시(6.0)를 중심으로 그 이전은 평균보다 낮은 음(-)의 값을, 그리고 그 이후는 평균보다 높은 양(+)의 값을 나타내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나타내고 있다. 기간 평균으로 보면, 외환위기 이전(1991~1997년) 평균 -2.9에서 외환위기 이후(2001~2005년)에는 평균 2.4로 크게 높아졌다. 이처럼 외환위기 이후 사회경제고통지수가 추세적으로 높아진 것은 사회적 측면의 삶의 고통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회경제고통지수의 경제적 요인이 외환위기 이후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는 반면, 범죄율과 자살률로 구성되는 사회경제고통지수의사회적 요인은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경제고통지수가 상승하는 것은 경제적 요인에서는 양극화 지표(소득배율)가, 그리고 사회적 요인의범죄율, 자살률과 같은 지표들이 증가일로에 있기 때문이다. 양극화 문제 뿐 아니라 경제지표로는 설명하기 힘든 우리 사회내 공동체로서의 안정화 기능 약화, 사회 구성원간의 유대감 상실 등이 어느정도 반영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사회경제고통지수>
이번에 LG경제연구원에서 새롭게 작성한 사회경제고통지수(Socio-economicmisery index)는 물가, 고용 등 경제 상황에서 받는 고통 이외에 상대적인 박탈감, 사회문제 등도 삶의 고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문제의식에서 우리 국민들이 누리는 삶의 고통을 좀 더 잘 설명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시도되었다. 전세계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한 분석결과(Layard, R., 2005)에서도 각국 국민들이느끼는 주관적인 행복이 물질적 풍요 외에사회심리나 사회통합 정도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에LG경제연구원에서는 양극화 문제, 사회병리현상으로서 범죄나 자살 등이 사회 및 경제적으로 받는 고통과 연관이 큰 지표로 판단하고, 기존의 경제고통지수의 범주를 사회적인 영역으로까지 확대시킨 새로운 사회경제고통지수를 개발했다. 우선 양극화 정도를 반영하는 지표로서소득분배지표를 지수에 포함시켰다. 기존의고통지수가 경제적 고통의 절대적인 수준을보여준다면, 지니계수나 소득배율 같은 소득분배지표는 계층간의 상대적인 박탈감까지도 반영한다. 예를 들어 절대적인 소득수준이 높아지더라도 소득분배가 악화되면 소득 중하위계층이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에서 바라 본 경제적 고통도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해서, 기존의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실업률에 소득배율까지 포함시켜 사회경제고통지수의 경제적 측면을 구성하였다. 또한, 1990년대 이후 자살, 범죄와 같은사회병리현상의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도 주목했다. 이것은 과거에 비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양극화 현상이 사회, 경제적인 추세로 자리잡으면서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스트레스의 강도’도 점점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급증했던 이들 사회병리현상이 외환위기 직후 일시적으로 주춤했다가 최근 들어 다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경제지표로는 설명하기 힘든 우리 사회내 기회의 불평등이나계층이동의 어려움, 공동체로서의 안정화 기능 약화, 사회 구성원간의 유대감 상실 등을반영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본고에서는 인구 10만명당 범죄발생 건수로 정의되는 범죄발생률과 인구 10만명당자살자 수로 정의되는 자살률을 사회경제고통지수의 사회적 측면 지표로 삼았다.한편 이상에서 언급된 실업률, 소비자물가상승률, 소득배율, 범죄율, 자살률의 다섯변수 가운데 특정 변수가 전체 지수를 좌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 변수를 평균이0, 표준편차가 1이 되도록 표준화한 후 이들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지수를 산출했다.
사회경제고통지수= (표준화한) 소비자물가상승률 + (표준화한) 실업률 + (표준화한) 소득배율 +(표준화한) 범죄율 + (표준화한) 자살률
<생활경제고통지수>
LG경제연구원에서 작성, 발표하고 있는생활경제고통지수는 기존의 경제고통지수가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을 충분히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05년에 개발되었다. 기존의 경제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이용했으나, 생활경제고통지수는 일반국민들이 경제생활에서 느끼는 경제적인 고통을 좀 더잘 설명하기 위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생활물가상승률로, 공식 실업률을 체감실업률로대체해서 이 둘을 단순합산하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통계청에서 매월 발표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 조사대상 품목 가운데 일반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는 기본 생필품 154개의 평균적인 가격변동을 지수로 나타낸 것으로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이른바‘장바구니 물가’에 보다 근접한 물가지수이기 때문에 생활경제고통지수의 작성취지에 좀 더가깝다고 볼 수 있다. 체감실업률은 주당 근무시간 17시간 이하의 단시간 근로자를 실업자로 간주하여 공식 실업자에 포함시켜 계산한 실업률이다.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 근로같은 불완전한 고용상태를 감안하기 때문에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고용사정을 좀 더 현실적으로 설명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생활에 좀 더 가까운 지표로 지수를 작성함으로써 기존의 경제고통지수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생활물가상승률과 체감실업률을 합산하는 작성방식은 IMF 등 국제기구에서 매년 국가별로 산출해서 발표하는 고통지수(Misery index)와 동일하다.
생활경제고통지수= 생활물가상승률 + 체감실업률
양극화, 사회병리현상 완화에도 정책적 노력 시급
이상을 통해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데 경제적인 측면 외에도 사회적인 측면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가와 실업으로 대표되는 거시경제 여건이 그다지 나빠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경제고통지수가 계속 높아지는 추세에 있다는 사실은 안정적인 경제성장 외에도 양극화 문제와 자살, 범죄 등 사회문제도 동반 개선되어야 우리 국민들의 삶의 고통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정책적 시사점을 준다.
올해 우리 경제는 지난해에 비해 성장률이 높아지는 등 거시경제지표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소득 2만달러 시대에 성큼 다가서고, 물가안정 속에 고용사정도 다소 나아질 여지는 있다. 다만 우리 국민들의 삶의 고통이 줄어들고, 더 나아가 진정 행복해 질 것이라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양극화 문제와 범죄, 자살 등 사회문제 등을 개선시키기 위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점은 바로 이 때문이다......LG경제연구원 배민근 연구원·송태정 부연구위원
웹사이트: http://www.lgeri.com
연락처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연구원·송태정 부연구위원 이메일 보내기
배민근 연구원 3777-0434, 송태정 부연구위원 3777-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