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감독상을 노리는 최초의 아시아 감독 이안 인터뷰
이 영화의 감독을 맡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이 이야기가 위대한 러브스토리이며 애니 프루의 소설 중 최고라고 생각해요. 원작을 4년전에 읽었는데 <헐크>를 만들기 바로 직전이었죠. 제임스 샤무스(프로듀서)가 “이 이야기는 정말 특별한 뭔가가 있다”고 말하더군요. 저 역시 이 짧은 이야기를 읽고 눈물을 펑펑 흘리고 말았어요. <헐크>를 만든 뒤에도 계속 이 이야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요. 고작 20페이지 가량의 이야기인데 계속해서 제 머릿속을 맴돌았죠. 원작소설에 대한 존경과 감탄, 무엇이 저를 이토록 사로잡았는지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제가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해요. 실제 존재하는 장소가 아니라 은유적인 암시로 “브로크백 마운틴”을 상상해낸 것도 아주 좋았어요.
<결혼피로연>과 <브로크백 마운틴>은 게이 영화인가요?
저는 두 영화를 게이 영화라고 보지 않습니다. <결혼피로연>이 가족드라마라면, <브로크백 마운틴>은 러브스토리입니다. <결혼피로연>은 제가 직접 시나리오를 썼는데 동성애보다는 부모에 대한 효심이 사라져가는 중국사회에 대한 테스트를 해보고 싶어서 만든 영화였습니다. 그것은 제 삶에 대한 이야기였죠. 저는 제 삶과 사회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극단적인 사례를 사용하곤 하는데, <결혼피로연>에서 동성애가 바로 그런 사례였죠.
그러나 <브로크백 마운틴>은 정말로 제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로맨틱한 러브스토리입니다. 저는 그 이야기와 사랑에 빠졌고 그 매력을 거부할 수 없었죠. 그래서 영화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절대로 동성애가 나오기 때문에 영화를 만든게 아닙니다. 이야기가 좋다면 저는 그 영화가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고 해도 다시 또 하고, 또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제게 별 감흥을 주지 못한다면 동성애든, 이성애든 절대로 맡지 않을 겁니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게이 웨스턴”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입니다. 미국 서부의 사실적인 배경 위에 세워진 로맨틱한 러브 스토리이지요. 웨스턴은 단지 두 남자 사이에서 일어난 사랑 이야기의 배경으로서만 사용될 뿐입니다. 게이 웨스턴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주 쉬워요. 그러나 거기엔 비웃음이 함축되어 있죠. <브로크백 마운틴>은 진지한 러브스토리입니다. 그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히스 레저와 제이크 질렌할의 앙상블 연기가 눈부십니다. 그들을 캐스팅하게 된 이유는?
이 영화는 20대에 만난 두 남자가 20여년에 걸쳐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입니다. 보통 이럴 경우 30대의 연륜있는 배우들을 찾는 것이 관례입니다만 저는 20대 초반의 젊은 배우가 나이들어가는 것을 연기해주기를 바랬어요. 그건 젊은 배우들에겐 모험이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연기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이고 행운이죠. 저는 그들에게 그걸 주고 싶었어요.
애초 히스와 제이크는 제가 처음 생각했던 배우는 아니었습니다만 그들을 보자마자 확신이 들었죠. 달리 거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또래 배우들 중 최고 스타였으니까요. 특히 저는 히스의 성격을 아주 좋아해요. 마초 같고 독단적인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상처입기 쉬운 여린 영혼을 보여줍니다. 반면에 제이크는 활기넘치고 로맨틱하죠. 두 사람은 서로 매우 다릅니다만 커플이 되었을 때 굉장한 파워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영화를 하는게 약간은 두렵기도 했을텐데, 그들은 용감하게 도전했고 평범하지 않은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영상이 너무 아름답더군요. 촬영에 대해 한말씀 해주세요.
알레한드로 감독과 함께 <21그램>, <아모레스 페로스> 등을 만들었던 멕시코 촬영감독 로드리고 프리에토와 함께 작업했습니다. 그는 핸드헬드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인데 이 영화에서는 완전히 반대 작업을 해야만 했죠. 저는 좀더 특별하면서도 잔잔하고, 맑은 것을 원했어요. 그러나 동시에 평범하지 않은 것을 원했죠. 그는 재능있는 사람답게, 굉장히 이해력이 좋았고 일솜씨가 매우 빨라서 특별한 지시없이도 일을 척척 해냈죠. 덕분에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어요.
러브씬은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러브씬이라… 저는 수줍은 사람입니다. 제가 러브씬을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리허설 시간동안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전부입니다. 러브씬이 드라마 전개상 어느 위치에 있는지, 캐릭터의 발달측면에서 어느 지점에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죠. 그리고는 심리적인 측면, 즉 두 사람의 앙상블, 긴장감, 혼란스러움에 대해 이야기해요. 그러나 리허설을 하지도 연습을 하지도 않았아요. 그냥 카메라를 돌리고 두 사람이 그 모든 것을 전달해주길 기대하며 기다렸죠. “네가 그것을 믿지 못한다면, 아무도 믿지 못할 것이다”라고 배우들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보통 배우들이 러브씬을 한다고 용감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닙니다만 첫번째 러브씬인 텐트씬에서 두 사람의 연기를 보고 대단히 용감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제이크가 그랬죠. 그때는 어스름한 어둠이 깔리던 시간이었는데, 우리는 텐트 안에서 굉장히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디테일을 볼 수 잇었죠. 핸드 헬드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가 그들을 담고 있었고, 전체 씬은 컷팅 없이 한 숏으로 갔어요.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포즈의 아름다운 러브씬과 놀라운 러브씬을 보았지만, 이 영화에서의 러브씬처럼 굉장히 사적인 느낌을 주는 러브씬은 아주 드물어요. 저는 그 순간, 아주 자연스러운 두 남자의 사적인 순간을 보았고 두 사람이 배우로서 정말로 용감하다고 생각했어요
진짜 게이 배우들을 캐스팅했다면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을까요?
그랬다면 저에게는 더 쉬웠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우리는 최고의 배우를 원했지 최고의 게이 배우를 원한 것이 아닙니다. 만약 똑같이 좋은 배우인데 한쪽은 게이이고 다른 한쪽은 게이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게이인 배우를 선택했을 지도 모르죠. 그러나 그런 경우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히스와 미셸이 사랑에 빠진 것이 촬영에 도움이 되었나요?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대단한 프로의식을 가진 진지한 배우들이죠. 우리는 두 사람의 관계 덕분에 이득을 보았습니다. 그들의 관계는 매우 주목을 받았고, 세트장을 즐겁게 만들어주었죠.
특히 4년만에 다시만난 에니스와 잭이 키스하는 것을 알마가 우연히 목격하게 되는 장면을 찍을 때는 미셸이 직접 연기를 위해 두 사람이 키스해주기를 원했어요. 그래서 그녀의 연기가 매우 자연스러웠던 거죠. 두 사람은 이미 키스씬 촬영이 끝났는데도 그녀를 위해 (카메라에도 잡히지 않는 곳에서) 한번 더 그 장면을 연기했습니다. 히스와 미셸이 사귀고 있었기 때문에 요구할 수 있는 일이었죠.
이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입니까?
이 영화는 서사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이를 표현하는게 기술적으로 가장 힘들었습니다. 20년의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특히 세월을 표현하기 위해서 디테일이 중요했죠. 작은 것들로 세월의 갭을 채우면서 연기에서 디테일을 살려내야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목소리였는데, 그것이 가장 힘든 일이기도 했습니다.
다음 영화 계획은?
아마도 중국에 대한 것을 만들게 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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