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시대, 중산층은 안전한가
경제 및 고용환경의 변화에 따른 실업이나 조기퇴직, 질병 등으로 한때 중산층이었던 가정이 빈곤층 또는 차상위계층으로의 추락하는 경우가 과거 보다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만큼, 중산층의 사회경제적지위를 안정시키는 일은 빈곤계층에 대한 사회적지원과는 별개로 양극화 또는 빈곤의 확산을 차단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최근까지 우리 사회 중산층의 사회경제적 입지는 실제 어떤 변화과정에 있을까? 우선 중산층에 대한 주관적인 귀속감을 묻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이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중앙일보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비율은56.0%로, 외환위기 이전인 지난 1994년의70.7%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고소득층 대비 소득점유율 하락
실제 각종 통계자료를 보아도 우리나라 중산층의제반 사회경제적 여건은 취약해지고 있는 것으로분석된다. 먼저 노동부에서 매년 발표하는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를 통해 중산층 또는 중간소득계층의 임금소득 추이를 살펴 보자.
1998년부터 2004년까지의 각 계층별 임금상승률의 추이를 나타낸 것을 보면 소득 순위별로 상위10%에 해당하는 근로자의 경우 등락폭이 크기는 하지만 해당기간 동안 명목임금 상승률이 평균7.7%를 기록한 반면, 중위(medium) 근로자의 임금과 하위 10% 근로자의 임금상승률은 각각5.4%, 5.3%에 그쳤다. 동일한 자료에서 추출한 근로자간 임금배율을 보여주고 있는데, 중위임금과 하위 10%, 상위 10%에 해당하는 근로자의 임금의 상대적인 비율(임금배율)을 보면 중위와하위 10%의 임금격차는 같은 기간 동안 약 2배내외에서 횡보를 거듭하고 있는 반면, 중위와 상위 10%의 임금격차는 1998년 1.90배에서 2004년 2.16배로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즉 임금의 상승률이나 배율 면에서 중위근로자와하위근로자 사이의 격차는 별 변동이 없는 반면,중위근로자와 상위근로자 사이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임금으로 측정한 중위근로자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연도별 도시가계조사자료를 이용하여 각 소득계층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즉 소득분위별 소득점유율의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먼저 외환위기 이전인 1987년 대비 1997년의 경우 1~3분위의 소득점유율이 상승했으나, 외환위기 이후인 1997년대비 2005년의 경우 이들의 소득 점유율은 하락하고, 5분위 고소득가구의 소득점유율이 높아졌다. 임금의 상대적 크기나, 증가율, 소득점유율등 주요 관련 지표로 볼 때 외환위기 이후, 특히최근 수년간 고소득층 대비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경제적 입지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음을알 수 있는 것이다.
중산층 가구 비율 소폭 줄어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중산층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변동 문제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한국노동연구원이 매년 실시하는 한국노동패널조사(KLIPS) 1~6차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중산층 규모와 소득 및 계층이동 추이를 분석하였다. 한국노동패널조사는 도시지역에 거주하는5,000가구를 표본으로 각 가구와 구성원의 취업,소득상태 등 경제활동 전반에 대해 매년 추적 조사하고 있다.
2004년 실시된 7차년도 조사자료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여기에서는1차년도(1998년 조사)에서 6차년도(2003년 조사)까지의 결과를 토대로 과거 6차에 걸친 모든 조사에 응답한 3,087가구를 분석의 대상으로 한다. 분석을 위해 우선 해당 가구의 가구총소득(근로소득과 금융소득, 부동산소득, 이전소득, 기타소득의 합)을 계산한 다음, 가구원수(N)의 제곱근으로 가구총소득을 조정한 균등화소득(총가구소득/N1/2)을 계산하였다. 균등화 소득은 가구원수의 증가에 따른 가구별 복지수준의 변동을 고려하기 위한 것으로 여기에서는 OECD 등의 방식을 따랐다.
다음으로 균등화소득을 기준으로전체 3,087가구의 중위소득(median income)을구한 다음, 이 중간소득의 50% 미만인 가구를 빈곤층, 50~70% 범위인 가구를 중하위층,70~150% 범위의 가구를 중산층, 그리고 150%이상을 고소득으로 규정하였다.
먼저 가구원수로 균등화된 가구소득을 기준으로 한 우리나라 가구의 소득계층별비율의 변화 추이를 계산한 결과 2003년 현재 중산층 가구(중위소득 기준70~150%) 비율은 약 41.2%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2차조사(1999년) 당시의 43.5%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나 4차조사(2001년) 당시의 39.5% 수준에 비해서는 다소 상승한 것이다.
한편 중위소득의 150% 이상인 고소득층 가구의 비율은 1999년 24% 수준에서 2003년 현재 26.4% 수준으로 2.4% 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으며, 빈곤가구의 경우 반대로 2000년경 20.5% 수준에서 2003년 22.2%로 늘어났다. 결국 전체적으로 볼 때 1999년과 2000년을전후한 시점에 비해 2003년의 경우 고소득층과빈곤가구의 비율은 늘어나고 중산층가구(중하위층 가구 포함)의 비율은 줄어든 것이다.
한편 중산층과 고소득층이 각각전체 가구의 소득 합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를 보면 우선 중산층의 경우 1999년과2000년 당시 약 39.5% 수준에 달했던 소득점유율이 이후 약 36.4% 수준으로 낮아진 반면, 고소득층의 경우는 51% 수준에서 55% 수준으로 높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위소득 50%이하빈곤층의 경우 총가구소득의 전체 합계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4% 수준에서 3.7% 내외의 수준으로 미미하게 낮아졌다.
중산층은 어디로 갔나
다음으로 조사대상 가구의 소득계층 이동 실태를보기 위해 먼저 한국노동패널조사(KLIPS) 1차조사 연도인 지난 1998년 중산층으로 분류되었던가구들이 2003년 6차조사 당시에는 어떤 소득계층에 위치하고 있었는지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1998년의 경우 전체 가구 가운데 1,244가구가 균등화소득 기준 중간값의 70~150%에 속하는 중산층으로 분류되었는데, 이들 1998년의 중산층가구 중 52.3%인 651가구는 2003년에도 중산층으로 분류되었으며, 284가구(22.8%)는 고소득층으로 상향 이동했다. 반면 181가구(14.5%)는 빈곤층으로, 128가구(10.3%)는 중하위층으로 하향 이동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1998년의 중산층가운데 24.8%가 2003년에는 소득계층 상으로더 낮은 계층으로 이동해 고소득층으로 이동한가구의 비율(22.8%)에 비해 조금 더 많았던 것이다. 한편 전체가구를 대상으로 1998년과 2003년 두 시점 사이의 소득 계층 이동 추이를 보면1998년에서 2003년 사이 소득계층의 변화가 없었던 가구의 비율은 전체 3,087가구 가운데 절반가량인 47.3%이며, 소득계층이 하락한 가구의비율은 25.7%, 상승한 가구의 비율은 27%로 소득계층이 상향 이동한 가구의 비율이 약간 더 많았다.
이상과 같은 1998년과 2003년 두 시점 사이의 비교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가구의 소득계층 분포는 전반적으로 미미하게 개선되었다고할 수 있으나(계층 상승 27%, 계층 하락 25.7%),중산층의 경우 개선보다는 악화된 경우가 약간 더 많아 같은 기간동안 경제환경의 변화가 중산층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였음을 시사하고 있다.
중산층 진입 가능성 점차 낮아져
다음으로 각 연도별로 중산층 탈락률과 중산층진입률의 추이를 살펴 보았다. 위에서 1998년과2003년 두 시점 사이의 계층 이동 양상을 살펴보았으나, 연도별 중산층 진입과 탈락 추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계층 이동에 관한 좀더 구체적인정보를 추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우선 1998년을 시점으로 각 조사연도(t기)에중산층으로 분류되었던 가구가 다음 연도(t+1기)에 중산층에서 탈락해 빈곤층이나 중하위층으로이동했을 경우의 비율을 중산층 탈락률이라고 규정하고, 반대로 빈곤층이나 중하위층에서 다음연도에 중산층으로 이동한 경우의 비율을 중산층진입률이라고 규정하기로 한다.
1999년 이후 5개 년도의 중산층진입률 및 탈락률을 보면, 외환위기 직후2~3년동안 우리 사회에서 중산층 진입과 탈락이 그 이후 시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활발하게이루어 졌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2000년 이후에도 그 격차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조사기간 동안 진입률이 탈락률에 비해 여전히 절대수준 면에서 높았다는 점은 매년 빈곤층과 중하위층 가구 중 상당수가 중산층으로 이동했음을 말해준다. 다만 이러한 중산층으로의 신규 진입에도 불구하고 모집단이 되는 저소득층의 규모가 중산층에 비해 적어 전체 중산층 규모 자체를 늘리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것은 2000년 이후 중산층으로의 진입 및 탈락률이 동반 하락추세를 지속했다는 사실이다. 그 만큼 중산층 진입이나 탈락의가능성이 낮아지는 추세이며, 우리 사회의 계층이동 가능성이 약화되고 계층이 고정화(lock-in)되는조짐이 나타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계층이동은 불가피
이상에서 한국노동패널조사 1~6년차 자료를 이용하여 우리나라 중산층의 사회경제적 입지와 함께 중산층 규모, 계층이동 등과 관련된 최근의 추이를 살펴 보았다.
종합하면, 우리나라 중산층의비율은 외환위기 이후 등락을 거듭했지만, 6차 조사시점인 2003년 현재 중산층 비율은 41.2%로 동조사기간 중 최고치인 1999년(2차조사)의 43.5%에 비해 2% 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점유율 측면에서도 고소득층의 점유율이 1999년 조사에 비해 높아졌던 반면 중산층의점유율은 낮아졌다는 사실에서 단기적으로 우리나라 중산층의 사회경제적 입지가 어려워졌음을 엿볼 수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중산층의 대거 붕괴나 해체까지는 아니더라도,외환위기 이후 지속된 노동시장의 구조조정과 자영업 위기, 부동산 및 금융자산 양극화 등의 여파가 중산층에게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부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경제 및 산업구조의 급변에 따른 계층이동은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경제상황 변화에 따른 해당 가구의 적응능력과 성과를 반영하는 것인 만큼, 활발한 계층이동의 가능성 그 자체가 체제전반의 건강도를 반영하는 증표가 될 수도 있다. 다만 특정계층에게 유리한, 또는 불리한 제도나정책으로 인한 계층 변동은 사회의 안정성과 통합성을 유지하는 데 중대 걸림돌이 될 수 있으므로 사후적으로라도 반드시 교정될 필요가 있다.
중산층 탈락 방지와 재진입 위한 정책 긴요
이러한 관점에서 빈곤층에 대한 공공부문의 지원강화 노력과는 별개로 외환위기 이후 사회경제적입지가 약화되고 있는 중산층의 지위 안정(중산층 탈락 방지)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의 경제 및 산업구조 변화에 걸맞지 않는 고용 및 직업교육 및 훈련 제도의 재정비와 더불어 질좋은 일자리 창출, 부동산 등 자산소득의 지나친 편중 시정 등 중산층의 소득과 고용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사회의 계층이동성이 약화되면서 계층의 고정화(lock-in) 조짐이 보이고, 특히 중산층 진입률 수준이 낮아지는 추세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빈곤층 및 중하위층의 중산층 진입 가능성을 높이고 외환위기 이후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해 중산층에서 탈락한 후, 빈곤층이나 중하위 계층에 머물고 있는 가구들에 대해 중산층 재진입이 가능하도록 하는일 역시 중산층 확대는 물론 한국 사회의 계층이동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정책과제가 될 것이다......LG경제연구원 조용수 연구위원·윤상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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