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관리공단은 투명한 의결권 행사라는 명목으로 지난해 12월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을 마련했다. 그 지침을 보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행사하되, 모든 보유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 행사지침은 매년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검토하도록 되어 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와 지침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는 정치적으로 남용될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금운용위원회는 총 21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부인사 7인, 사용자 대표 3인(경총, 전경련, 중소기업중앙회), 근로자 대표 3인(한국노총, 민주노총, 금융노련), 지역가입자 대표 6인(농협, 수협, 공인회계사회, 음식업중앙회,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참여연대), 관계전문가 2인(보건사회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의결권 행사지침을 자문하는 자문위원회는 9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 중 다수는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를 비난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둘째,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사기업을 공기업화 시킬 수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소유한 기업들의 지분율 현황을 보면 3% 이상인 기업 수는 167개사에 이르며, 1% 이상에서 3%미만인 회사는 139개 사, 1%미만인 회사수는 95개사에 이른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투자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통해 정부가 원하는 인사를 민간기업이나 이사 혹은 경영자로 임명해 기업의 경영권까지 침해할 수 있다. 설령 지배구조나 경영권에 간섭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기업의 투자를 결정하는데 있어 수익률 극대화보다는 공익이나 사회적 투자를 기업들에게 강요해 민간기업을 비효율적인 공기업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셋째, 지배구조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배구조에 관한 세부적인 의결권 행사지침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집중투표제의 경우 미국에서는 집중투표제도를 강제하는 주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중투표제도에 찬성하고 있다. 사외이사 또한 미국의 연구결과들은 사외이사는 평상시에는 거수기 역할만 할 뿐 위기시 역할을 한다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사실들은 의결권 행사지침이 기업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임을 의미한다.
넷째, 국민연금기금의 의결권 행사가 반드시 수익률을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기금은 의결권 행사를 통해 수익률을 제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대한 미국학계의 연구결과는 의결권 행사가 기업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수도 있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서로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사실은 연금기금의 의결권 행사가 반드시 기업지배구조와 기업의 성과에 좋을 수도 있고 나쁠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의 정치적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첫째, 국민연금의 운용을 민간에 위탁하고 의결권 행사를 위탁회사가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위탁회사를 선정하는 주체가 정부이기 때문에 정부의 압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둘째,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식을 중립투표(shadow voting)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중립투표는 투표에 참여하되 투표의 결과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증권예탁원이 상장회사의 요청을 받아 의결정족수를 채워 주기 위해 주로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채택할 경우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높아져도 회사의 경영을 좌지우지 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을 민영화하는 방법이다. 이 방식은 연금의 주체가 민간이므로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며, 정치적 남용이나 사기업의 공기업화 같은 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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