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대입 논술시험 제시문으로 가장 많이 인용
『장자』가 2000년 이후 논술 시험 제시문으로 9회나 출제되며 가장 많이 출제되는 고전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레카엠앤비(대표 유승찬)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2006년까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등 18개 주요 대학의 논술 기출문제를 분석한 결과, 총 제시문 474건 중 『장자』가 가장 많은 빈도인 9회나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고등학생 대상 논·구술 학습 주간지 <유레카 논술> 창간을 맞아, 논술 시험에 주로 출제되는 고전의 특성 및 유형을 분석해 학생들의 독서 방향과 논술 시험 대응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 실시됐다.
조사 결과 전체 제시문에 비해 반복 출제되는 고전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동양과 서양, 고전과 현대문의 적절한 안배를 통해 비교 분석하는 유형으로 논술 문제가 출제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철학, 사회학, 경제학 등 인문, 사회과학 등 교양분야 고전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이는 논술 시험이 잡다한 지식이나 글쓰기 능력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심층적인 사고능력 측정에 비중을 두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특징분석1 - 고전별, 저자별 출제 빈도
“다빈도 출제 저자는 장자, 아리스토 텔레스, 공자, 맹자, 에리히 프롬 등 고전 제시문으로 2회 이상 반복 출제되는 비율은 6.7%에 불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논어』의 경우 총 5회 출제되며 『장자』의 뒤를 이었으나 경희대에서만 4회 출제되어 한 대학에서 반복되는 경향이 짙었다. 『맹자』의 경우도 4회 출제되어 동양고전에서 동일한 고전이 반복 출제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양 고전 중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윤리학』이 4회 출제되어 가장 자주 출제된 고전으로 조사됐으며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3회로 뒤를 이었다.
이상 5개의 고전을 제외하고 2회 출제된 고전이 27건이었으며 2회 이상 반복 출제되는 고전의 비율은 전체의 6.7%로 적은 편이었다.
한국 고전 중에서는 『껍데기는 가라』(신동엽), 『당신들의 천국』(이청준), 『삼국유사』(일연), 『약천집』(남구만) 등이 각각 2회 출제되었다.
저자를 중심으로 볼 경우도 장자가 9회로 가장 많은 출제 빈도를 보였으며 서양고전 중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윤리학』4회, 『수사학』1회, 『정치학』2회 등을 합쳐 7회로 가장 자주 출제되는 저자로 집계됐다. 제레미 리프킨도 『접속의 시대』, 『노동의 종말』, 『바이오테크시대』, 『소유의 종말』(2회) 등 5회 출제되며 논술 시험에 선호되는 저자로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저자 중에서는 박지원(4회)과 이청준(4회)이 가장 많이 출제된 저자였다.
저자를 중심으로 볼 경우 2회 이상 반복 출제되는 저자가 전체 제시문의 10% 정도였으나 2회 반복 출제된 경우가 다수라 특정 저자가 집중 출제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현대사회의 논쟁적인 요소 제공하는 내용 많이 출제
자주 출제되는 고전의 공통점은 현대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주제와 관련하여 논쟁적인 요소들을 제공하는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자유와 평등의 관계라든가 기계 기술의 발달로 인한 공간과 시간의 변화, 근대적 합리성에 대한 태도, 개인과 사회의 관계 등이 단골 주제임을 알 수 있다. 『껍데기는 가라』, 『당신들의 천국』등의 한국 고전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이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논술은 기본적으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을 출제하는 경향이 강하다. ‘문제’가 안 되거나 문제성이 적은 주제를 출제할 때 학생들에게서 나올 생각도 뻔한 내용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술문제로는 학생들의 깊이 있는 사고능력이나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확인하기 어렵다. 그 결과 시험으로서의 변별력을 갖기가 곤란하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딜레마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 주제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이에 적합한 제시문을 찾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고전들을 선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자』, 난이도 높은 논술 제시문으로 활용하기 쉬워
동양고전이 상대적으로 『장자』, 『논어』, 『맹자』 등 몇 개의 대표적인 고전에서 반복 출제되는 것은 앞으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이들 고전이 워낙 인간사회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분야의 문제에 대해 유가, 도가 등의 전형적인 문제의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장자』의 출제빈도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논어』와 『맹자』의 경우는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파악하기가 『장자』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다. 이에 비해 『장자』의 내용은 대부분 우화나 비유식이어서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난이도가 높은 제시문으로 활용하기가 용이한 측면이 있다. 또한 동서양 고전 대부분이 국가의 형성 원리와 이성적, 분별적인 사고를 강조하고 있는 데 비해 『장자』는 이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드문 고전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주제에 걸쳐 제시문의 다른 견해와 비교분석을 유도하기에 용이한 면이 있어 자주 출제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특징분석2 - 분야별 장르별 출제비율
“철학, 사회학, 경제학 등 교양부문 압도적으로 많아”
제시문으로 출제된 고전을 작품 유형별로 살펴보면 철학 등 사회과학 고전, 논문 등을 포함한 ‘교양’ 부분이 62.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소설(12.3%), 신문-저널(7.9%), 수필(6.4%)의 순을 보였다. 교과서의 경우 2.7%로 출제된 경우가 매우 드물었으나 서울대의 ‘2008 논술 예시문항’ 발표와 교육인적자원부 방침으로 볼 때 향후 출제 빈도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작품 유형을 문학과 비문학으로 구분했을 경우 비문학 제시문이 73.2%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문학작품의 경우 5개 중 1개 꼴(21.7%)로 출제됐다.
한국의 논술 시험은 ‘철학논술’이라기보다 ‘텍스트 논술’
철학, 사회학, 경제학 등 인문사회과학 교양분야 고전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대학이 논술 시험을 통해 학생들의 어떤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는 지를 잘 보여준다. 기사나 수필류의 글은 상대적으로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다. 이에 비해 교양분야의 고전은 한 문장 한 문장을 따라가며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 전체적인 의미파악도 어렵다. 대학에서는 제시문 분석능력을 일차적인 채점 기준으로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한국의 논술시험은 프랑스 바칼로레아, 독일의 아비투어 논술시험과 같은 ‘철학논술’이라기보다는 엄밀한 텍스트 분석을 요구하는 ‘텍스트논술’이라 할 수 있다. 철학 수업이 일찍부터 강조되는 유럽사회와 우리의 교육환경이 다른 현실에서 독특한 한국식 논술이 만들어진 것이다. 철학적 사고력이 취약한 조건에서 주제 중심의 문제를 주면 천편일률적인 내용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텍스트 이해력에 기초한 논술 형태를 취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잡다한 지식이나 글쓰기 능력보다 심층적 사고능력 측정
또한 기사나 수필류의 글은 아무래도 현상적인 쟁점이나 내용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만약 이러한 제시문을 출제할 경우 학생들의 글이 전반적으로 시사쟁점식이나 감상문식의 내용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대학들은 이러한 시사적인 지식에 치중하는 논술문제보다는 어떠한 주제와 관련하여 원리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을 요구하는 출제경향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대학들이 주요 채점기준을 학생들이 얼마나 잡다한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가, 얼마나 글을 유려하게 쓸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심층적인 사고능력’ 측정에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소설의 비중이 12%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소설 제시문이 나름대로 학생들의 분석능력과 사고력을 측정하는 변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적인 성격의 글과는 다르게 소설은 시사적인 쟁점을 넘어서는 깊이 있고 원리적인 내용으로 나아갈 수 있다. 실제로 그간 출제된 소설 제시문을 보면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당신들의 천국』, 『레미제라블』, 『이방인』, 『페스트』 등 깊이 있는 고민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여기에 더해서 소설은 대화 내용이나 맥락을 통해 세부적인 의미파악까지 학생 스스로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실제의 시험에서 이러한 종류의 소설에서 제시문이 출제될 경우 학생들이 논제이탈을 하는 경우가 자주 나타난다.
>>> 특징분석3 - 지역별 출제비율
“동-서양 사유방식 비교하는 출제 경향 보여”
출제된 제시문을 지역으로 구분해 살펴보면 서양 고전이 60.1%에 달했고 한국 고전이 27.3%, 한국을 제외한 동양고전이 12.7%로 뒤를 이었다. 한국 고전을 동양 고전과 합산하면 40% 정도에 이른다. 이 정도면 서양 고전과 동양 고전을 적절하게 안배해서 출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2000년 이전의 각 대학 논술 문제를 보면 서양 고전의 비율이 근래에 비해 훨씬 높았다. 지난 4-5년간 동양 고전 출제 비율이 높아진 것인데 이는 출제 유형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2000년 이전의 논술 문제들은 1-2개의 제시문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논쟁점이 분명하고 곧바로 현실의 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강한 서양 고전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4-5개 정도의 복합 제시문이 출제되면서 제시문간의 연관관계 등 비교분석 능력을 요구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복합 제시문의 특징인 다양한 입장 제시의 하나로서 한국, 동양 고전 출제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철학 그 자체, 인식론적 주제 증가하는 추세
또한 2000년 이전의 논술에서는 직접 사회적 문제를 다루거나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더라도 상대적으로 사회철학적인 요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점차 철학 그 자체, 인식론적인 고민을 요구하는 주제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그만큼 배경지식보다는 사고능력의 깊이와 폭을 평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이원론적이고 기계적, 분석적인 서양적인 세계관과 대비되는 동양의 일원론적이고 유기적인 세계관을 함께 출제함으로써 원리적인 고민을 유도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특히 서구적인 사유방식과의 비교에 적절한 『장자』가 많이 출제되는 것은 이러한 의도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 특징분석4 - 시대별 출제비율
“80년대 이후 텍스트에서 많이 출제돼”
출제된 고전이 작성된 시기를 살펴보면 기원전에 작성된 고전이 9.6%였으며 1세기~19세기의 작품이 출제된 빈도(16.8%)는 기간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었다. 이에 비해 1900년 이후 근현대 고전에서 출제되는 경우가 73.6%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즉, 고대에 작성된 고전의 제시문을 제외하면 대부분 현대문에서 출제되는 경향이 짙었다. 특히 1981년부터 2000년까지 작성된 제시문이 25.1%, 2001년부터 현재까지 작성된 제시문이 23.9%로 최근 몇 년 안에 작성된 저서에서 출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20세기에 나온 고전이 거의 50%를 차지하고 있고, 이와 별도로 지난 5년 사이의 현대문만 23.9%나 된다. 198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이른바 정보화, 세계화를 특징으로 하는 최근 20여년 사이의 현대문만 놓고 보면 전체의 5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고전적 개념과 현재의 문제 비교 분석 유도
논술은 고대나 근대의 사상가를 다룬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지금, 여기’의 문제에 일차적인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현재, 우리사회의 문제와 관련성이 적은 문제는 아무래도 죽은 주제, 화석화된 주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복합 제시문 출제 경향 아래에서 해당 주제에 대한 고전적인 개념과 함께 ‘지금, 여기’의 문제와 연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제시문을 함께 출제함으로써 비교 분석하도록 유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지난 1980년대 이후 비교적 최근의 텍스트를 많이 출제하고 있음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는 정보화, 세계화로 대면되는 이른바 탈산업사회, 포스트모더니즘과 연관된 주제가 많이 출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는 소비사회,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변화를 하고 있는 현대문화의 문제 등에 대해 학생들의 고민을 자주 물어보고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고 고전 소홀히 하면 ‘낭패’
하지만 그렇다고 고대나 근대 고전의 비중을 낮게 보는 것은 단견이다. 왜냐하면 출제빈도만큼 중요한 것이 제시문의 내용적인 비중이기 때문이다. 고대나 근대 고전에서 한두 개의 제시문을, 현대문에서 2-3개의 고전을 함께 출제했을 때 고대, 근대 고전에서 관점과 문제의식을 찾아내고 이를 현대문에 적용해서 풀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실마리가 고대나 근대 고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할 때 전체 내용 파악에서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번 조사는 가톨릭대, 건국대, 경북대, 경인교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부산대, 서강대, 서울교대, 서울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전남대, 한국외대, 한양대(이상 가나다순) 등 18개 대학에서 출제한 정시 및 수시 논제를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서울대의 경우 논리논술경시대회의 논제를 조사대상에 포함시켰다.
한편 ㈜유레카앰엔비는 고등학교 대상 회원제 논·구술 주간지 <유레카 논술>을 3월 10일에 창간한다. <유레카 논술>은 독서와 토론 중심의 정통 수업 방식으로 8년 연속 서울대 최다 합격자를 배출한 대치동 유레카논술아카데미의 노하우를 집적해 만든 본격 논·구술 학습 주간지이다. <유레카 논술>은 매주 구독자에게 직접 발송되는 정기구독 회원제로 운영되며 정기구독 가격은 1년 23만원, 6개월 12만9천원이다. ‘창간기념 이벤트’로 3월 한 달 동안 정기구독을 신청한 사람에게는 4월말까지 온라인 동영상 해설강의 무료 이용 혜택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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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엠앤비 개요
유레카엠앤비는 고등학생용 자기주도형 논술구술 주간지 <유레카논술>과 중학생용 독서 교양 월간지 <유레카엠>을 비롯해 각종 독서 및 논술 전문 단행본들을 발행하고 있는 교육전문 출판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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