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3월 6일 오후 대통령 특별기가 지중해를 거쳐 이집트 북부 나일 델타 지역 상공을 지나 남하하면서 인류 4대 문명 발생지인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가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그동안 순방을 준비해온 수행원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창 밖에 펼쳐진 카이로 시의 모습을 주시하였다. 특별기는 카이로시 중심부 상공에서 선회한 뒤 오후 3시 드디어 사막 지대에 깔려 있는 카이로 공항 활주로에 착륙하였다. 이로써 우리 대통령의 사상 최초의 이집트 방문이자, 24년만의 아프리카 순방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에게 지리적, 심리적으로 멀게만 느껴지는 곳이 아프리카 대륙이다. 아프리카 주재 우리 공관으로서도 제반 열악한 여건 속에서 대통령 행사를 준비한다는 것은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본국의 행사 준비팀으로서는 우리와 상이한 방문국들의 의전 관행,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방문국의 정세 불안과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소식, 황열병 접종, 말라리야 예방약 투약 등 질병에 대비한 특별한 준비 등 모든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만큼 이번 순방이 의의를 갖는 것과 함께 부담이 따랐다는 것이 사실이다.

82년 이후 24년만의 아프리카 순방

그러나, 3개국 순방 일정이 하나하나씩 순조롭게 진행되어 어느 덧 아프리카가 우리에게 가깝게 느껴지기까지 하였다. 그러면서 이번 아프리카 순방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겨 볼 수 있게 되었다.

82년 전두환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 당시는 첨예한 냉전시대에 비동맹 우호 세력을 넓혀 북한과의 표 대결에서 승리하는 게 우리의 주된 대 아프리카 외교목표였다. 그런데, 이번 24년 만의 노무현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 외교의 주제는 '남북 대결 정치'에서 '에너지·자원, 통상·투자, 공적개발원조(ODA), IT, 방산, 문화·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실질협력으로 바뀌었다. 특히, 나이지리아 방문 기간 중「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한국 이니셔티브」라는 우리의 범 아프리카 개발 지원 구상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이번 방문은 내용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변화된 우리의 위상을 실감케 하는 것으로서, 단순히 외교 지평의 확대 차원을 넘어 명실상부한 우리의 외교 다변화,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중견 협력국가로서의 역할 제고라는 의미를 되새겨보는 기회가 되었다.

《이집트 방문 》초고속 인터넷, 이동통신, DMB, WiBrO 등 IT외교 펼쳐

이집트는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국가다. 카이로는 1943년 11월 루즈벨트 대통령, 처칠 수상, 장개석 총통이 카이로에 모여 2차 대전 전후 처리문제를 논의하면서 한국을 적절한 시기에 독립시키기로 합의한 곳이기도 하다. 이집트는 아랍 외교의 중심국이자 경제적으로 아프리카·아랍 진출 거점국이다. 또한 찬란 하고 매력적인 문화유산을 자랑하는 세계적 문화강국이다. 한·이집트 관계는 1961년 영사관계, 1995년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 이후 꾸준히 발전되어 왔는데 금번 노 대통령의 방문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인 오찬 연설에서 이처럼 협력 가능성이 많은 나라를 왜 우리나라 대통령이 방문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집트 내 우리나라 가전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1위일 정도로 우리 제품에 대한 인지도와 선호도가 매우 높다. 우리나라 드라마가 방영되고, 대학에서 한국어과가 개설되는 등 문화적으로도 한국에 대한 호감이 확산되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은 전자·자동차·석유화학 등 여러 분야의 한국 투자를 요청하였고, 이집트 내 한국기업 전용 산업공단까지 건설할 용의가 있음을 피력하였다. 양국 정상은 이집트의 에너지 개발사업과 대형 건설 및 플랜트 분야에 한국기업의 참여 확대를 위해 협력하기로 하고, 방산 분야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양 정상은 이번에 양국간 교역 및 우리 기업의 대 이집트 투자 확대를 위한 산업기술 및 투자협력 양해각서 등을 체결하게 된 것을 환영했다.

양국 정상은 중동·아프리카의 IT 허브국가 건설을 목표로 IT 인프라 구축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이집트와 한국의 협력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초고속 인터넷, 이동통신,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기술(DMB) 및 휴대인터넷(WiBro) 등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우리측은 이번에 IT 비즈니스 포럼을 별도로 개최, DMB 및 Wibro 시연회를 갖기도 하였다.

한편,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 및 중동 정세 등 지역정세에 관한 인식을 공유하였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중동평화 중재 등 지역 평화·안정을 위한 무바라크 대통령의 적극적인 노력을 평가하였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반기문 외교부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출마와 관련, 지원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하였다.

그 밖에 노 대통령은 카이로 소재 아랍연맹 본부를 방문해 무싸 아랍연맹 사무총장을 면담하고 22개 아랍연맹 회원국 대표들을 접견하는 등 이번 방문은 한국과 아랍권과의 상호 이해를 도모하는 의미있는 계기도 되었다.

《 나이지리아 방문 》20억배럴 2개광구 계약 체결 에너지 외교 펼쳐

나이지리아는 인구 1억 4천만명의 아프리카 최대 인구 보유국이자 최대 산유국이다. 또한 작년 우리업체들이 31억불 규모의 플랜트 수주를 한 바 있는, 아프리카 내 우리의 최대 건설·플랜트 시장이다. 나이지리아의 행정수도 아부자는 아프리카에서는 보기 드물게 도시 구조가 잘 정비된 계획도시로서 곳곳에서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노 대통령의 이번 나이지리아 방문은 우리 대통령으로서는 24년만의 방문으로, 에너지·자원, 인프라 건설 및 플랜트 수주 분야 협력에 중점을 두었다.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한국 이니셔티브’를 이곳에서 발표하였다. 오바산조 대통령은 자신이 6차례나 방한한 바 있다고 소개하고 그때마다 목격한 한국의 발전상에 매료되어 한국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한국과의 관계 증진을 희망하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이번 나이지리아 방문에서 거둔 대표적인 성과로 우리가 나이지리아 해상 2개 광구를 획득하고 여기서 생산되는 원유를 확보하는 생산분배계약을 체결한 것을 들 수 있다. 이 두 개 광구의 원유매장 추정량은 20억 배럴로서, 이번 계약으로 우리측이 지분 60%를 소유하게 되었다. 이는 우리나라 원유 사용치 1년반 분에 해당 하는 분량이다. 나아가, 포괄적 에너지·자원분야 협력 약정, 가스 협력 양해각서, 광물자원 협력 양해각서와 지질조사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함으로써 나이지리아와의 에너지·자원 협력 기틀을 마련하였다.

우리는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한국 이니셔티브’라는 아프리카에 대한 포괄적인 개발원조 확대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우리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는 대 아프리카 지원 활동을 수행해 나가게 되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아프리카 빈곤 퇴치, 개발 지원이라는 국제사회의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된 것이다.

한편, 노 대통령은 나이지리아 조류 인플루엔자 대책과 관련, 나이지리아의 긴급 물자 지원 요청에 대해 총 20만불의 방역 물자 긴급 지원을 통보하였고 오바산조 대통령은 나이지리아에 대한 우리의 우리 정부의 170 만불 무상원조 제공 결정과 긴급 지원에 대해 사의를 표명하였다.

《 알제리 방문 》기술·자원·인력 등 ‘전략적 동반자 관계’ 합의

노 대통령의 알제리 방문 행사는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인상적이었다. 예포 발사 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직접 특별기 트랩까지 나와 노 대통령을 포옹하며 환영하였다. 두 정상은 공항 귀빈실에서의 환담에 이어 차량에 동승하였으며, 영빈관에 도착하여서도 별도 환담 일정을 가졌다. 알제리 측에서 게양한 태극기와 노 대통령의 사진이 도로를 따라 줄을 이었다.

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2003년 12월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방한에 대한 답방으로서, 두 정상은 이번에 세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간 깊은 유대와 신뢰 관계가 양국 협력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두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양국관계를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하였다. 이를 위해 에너지·자원 개발, 플랜트, 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증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특히 알제리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600억불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및 전자정부 구축 사업에서 양국간 성공적인 협력모델을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하였다.

알제리는 아프리카 국가 중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나라이며, 한국산 자동차(신차 판매율 1위), 가전제품, 휴대전화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유망 수출시장이다. 양 정상은 앞으로 양국간 교역 확대 가능성이 크다는데 인식을 같이하는 한편, ‘이사우에네’ 광구 개발, 석유 공동비축(울산) 사업 등과 같은 에너지 분야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특히 석유 공동비축 사업은 2005년 5월 양국 석유공사간 양해각서(MOU)에 따라 현재 울산에 알제리 원유 2백만 배럴을 비축 중인데, 이번 순방에서 신규로 양해각서를 체결해 비축량을 600만불로 확대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시디 압델라 과학신도시’ 건설에 큰 관심을 표명하였고, 노 대통령은 양국 과학기술인과 경제인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첨단기술형 복합 클러스터 건설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하였다.

이번에 ‘에너지·자원 협력약정’을 비롯해 석유비축 확대와 가스분야 협력, 태양광발전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도 체결하였다. 이를 토대로 석유·가스, 전력,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포괄적이고 호혜적인 협력이 한층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한국의 IT 발전경험과 기술이 알제리의 초고속통신망과 전자정부 구축사업 등에 적극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늦었을 때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우리의 주변 국가들도 경제적 이익, 국가적 위상 제고 등을 위해 대 아프리카 외교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제 에너지·자원의 확보와, 국제기구 진출 등을 위한 전략적인 차원에서도 아프리카와의 협력은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우리로서는 이번 8박 9일에 걸친 노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방문은 우리 국익 증진을 위해서는 우리 대통령이 지구촌 어디라도 간다는 것을 실증한 것이다. 이번에 방문한 국가들과 실질적 협력을 위한 가시적 성과들을 거두었을 뿐 아니라, 이들 국가들과의 장기적인 협력관계의 토대를 구축하였다는데 중요한 의의가 있다.

3개국 정상들은 모두 한결같이 사전에 입을 맞춘 듯이 40여년 전만해도 자국이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우리경제가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발전한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하면서 우리나라를 자국의 경제발전 모델로 삼고자 한다고 하였다.

우리는 이번 순방을 통해 우리의 대 아프리카 관계 강화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재확인하였으며, 지구촌이 하나라는 점을 실감하게 되었다. 앞으로 이번 순방 결과에 대한 후속 조치, 전반적인 대 아프리카 외교 추진 전략의 구체화 등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리의 국력과 국가 위상에 비해, 그리고 다른 주요국들에 비해 그간 우리의 대 아프리카 외교가 상대적으로 미진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이집트 동포간담회에서 “늦었다고 생각할 때 착수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고 언급한 것처럼, 이번 순방이 한-아프리카간 우호협력을 가속화 시키는, 우리의 대 아프리카 관계에 있어 새로운 장을 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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