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크백 마운틴’ 대자연을 바라보는 네 가지 시선

서울--(뉴스와이어)--대자연의 스펙터클을 시원스럽게 담아내는 망원경의 시야와 등장인물의 깊숙한 내면을 속속들이 묘사해내는 현미경의 시야를 동시에 가졌다는 찬사를 받았던 이안 감독, 그의 장기가 정점에 이른 작품이 바로 <브로크백 마운틴>이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대자연은 이야기를 펼쳐나가기 위한 단순한 배경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의 주제이며 주인공이다. 대자연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과 우리가 왜곡시키고 파괴시킨 것들을 뒤돌아보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작가와 감독이 이 작품을 통해서 진정으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대자연 속에 숨어있는 자연의 본성일지 모른다. 에니스와 잭의 사랑을 지켜보면서 사랑이란 것도 사실 자연의 본성(Love is a force of nature)임을 깨닫게 해주는 것도 바로 대자연이다.

1. 위대한 사랑이 펼쳐지는 마술적인 공간

- 세상의 모든 편견과 선입견을 벗어나 절대적인 사랑을 가능하게 한 곳

브로크백 마운틴은 에니스와 잭의 사랑이 싹튼 장소이자 지상에서 그들의 사랑을 포용해주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원래 브로크백(brokeback)은 ‘회귀’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모두의 마음이 되돌아가야 할 편견없는, 간절한 사랑을 의미한다. 지구상에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영화를 위해 탄생된 가상의 공간인 브로크백 마운틴은 이 세상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위대한 사랑이 이루어지는 마술적인 공간이다.

광활한 대자연 속에 단둘이 있던 에니스와 잭은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무한한 자유와 절대고독을 경험하게 된다. 인간사회의 모든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나 그 누구도 쉽게 도달할 수 없었던 절대적 사랑의 실체에 도달할 수 있게 해준 것도 브로크백 마운틴이다. 사랑은 자연의 힘(Love is a force of nature)이 자연스럽게 분출된 결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며 사랑이라는 숭고한 자연의 속성에 인간의 그 어떤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무의미할 뿐이다. 산봉우리의 영원히 녹지 않는 만년설처럼 영원히 간직될 사랑이 시작되는 곳, 위대한 사랑을 가능하게 한 브로크백 마운틴은 이 영화의 제3의 주인공이다.

2. 아찔한 현기증마저 느껴지는 아름다운 공간 - 푸른 초원과 수천 마리의 양떼들이 빚어낸 경이로운 스펙터클

봉우리마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험준한 산세,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곳곳에 융단처럼 한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 그리고 하늘을 찌를듯이 치솟은 침엽수림을 간직한 브로크백 마운틴은 우리의 영혼까지 맑게 씻어주는 대자연의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느닷없이 우박이 쏟아지는 광경이나 거대한 산봉우리들 위로 천둥과 번개가 치는 장면, 그리고 한여름인 8월에 내린 함박눈이 산과 평원을 뒤덮고 있는 풍경 등은 평생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을 대자연의 감동을 선사한다.

록키 산맥 대자연의 거대한 풍경을 화면 위에 펼쳐놓은 이안 감독은 수천 마리의 양떼를 활용하여 아찔한 현기증을 느낄 정도의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지상 최대의 자연 방목장에서 떼를 지어 산등성이를 오르고, 계곡을 건너고, 줄을 지어 초원을 가로지르고, 넓디 넓은 대평원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는 양떼의 풍경은 이제껏 어느 영화도 보여주지 못한 경이로운 대자연의 스펙터클로 연출되었다. 그들을 몰아가기 위해 말을 타고 선두와 후미를 이끄는 두 주인공의 모습이나 측면에서 양떼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질주하는 개들의 모습 또한 수천 마리의 양떼들과 어우러져 브로크백 마운틴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3. 주인공의 혼란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심리적인 공간

- 대자연의 스펙터클과 섬세한 심리묘사의 절묘한 결합

브로크백 마운틴의 방목장에서 밤낮으로 함께 일하며 대자연의 품에서 깊어져간 에니스와 잭의 우정은 친구 사이의 친밀함 이상으로 발전해간다. 뜻하지 않게 겪게 된 일 때문에 심리적 갈등과 정서적 혼란에 휩싸인 에니스는 자신 앞에 놓인 그 낯선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혼란에 휩싸인다. 아침 햇살에 잠에서 깨어난 그는 잭의 인사도 외면한 채 말을 몰아 초원 위를 미친 듯이 달린다.

주체할 수 없는 그 낯선 감정을 삭이지 못해 어쩔 줄 모르는 에니스의 감정 상태는 이리저리 말을 몰아 달리는 장면 속에서 효과적으로 표현된다. 이 장면에서 음악은 고양되어가는 그의 감정적 흥분 상태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미친 듯이 말을 달려갔던 그가 마주치는 장면은 마치 그의 어지러운 내면을 반영이라도 하는 듯, 더 이상 고요하고 평화로운 초원 의 풍경이 아니다. 간밤 늑대와 코요테의 습격으로 처참하게 죽어간 양을 발견하는 에니스. 브로크백 마운틴은 주인공의 혼란을 그대로 묘사하는 심리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4. 아름다움 때문에 슬퍼지는 역설적인 공간 - 20년간 지속된 긴 기다림과 짧은 만남의 무대

에니스와 잭에게 축복처럼 사랑을 가져다 준 곳이자, 그 이후 20년간 지속된 긴 기다림과 짧은 만남의 무대가 되어준 브로크백 마운틴. 그 곳의 풍광은 너무도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오히려 더욱 애잔한 느낌을 준다.

두 사람의 비극적이지만 위대한 사랑을 더욱 애절하고 애잔하게 느끼게 만드는 것도 바로 브로크백 마운틴의 절묘한 풍 광이다. 험준한 산세 사이로 치솟은 침엽수림 아래 잔잔히 흐르는 강물은 두 사람이 평생 간직한 깊은 슬픔을 느끼게 한다. 재회의 감격을 나누며 두 사람이 강가에서 포옹하는 장면이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그 풍광이 너무나 눈부시게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사랑이 깊으면 깊을수록, 브로크백 마운틴의 풍광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그 역설은 심화되면서 우리가 좀처럼 경험하지 못했던 사랑의 찬란한 슬픔과 처연한 기쁨을 동시에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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