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설령 위원장의 생각과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특정 정책의 부당성을 논리적으로 누차 지적하면, 이를 다시 검토해 보는 이른바 ‘열린 자세’를 취해주기 바란다. 특히 특정 정책으로 당사자 간의 이해만 엇갈리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일수록 더욱 심사숙고하는 자세를 가져주기 바란다.
둘째, 경제학자나 법학자를 비롯한 우리 모두는 기본적으로 ‘무지’하다는 사실 위에서 정책을 고려하기 바란다. 즉, 우리가 사전적으로 잘 알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우선 겸손해지고 우격다짐 식의 정책을 펴지는 않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연방준비이사회 의장이었던 그린스펀이 미국 재무성 연찬회 연설에서 “21세기에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전자화폐의 발행 주체와 사용 범위를 미리 규제하는 것보다 당분간 전자화폐 시장의 발전 과정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한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실제 직무와 관련된 점에 대해서이다. 지금까지 일부 학자들은 현행 공정거래법은 경쟁 촉진법이 아니라 경쟁 억제법이라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현행 공정거래법이 경쟁 촉진적인지 아니면 경쟁 억제적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경제가 널리 개방된 국제화 시대에 ‘국내’만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신임 권 위원장이 출자총액제한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검토한 다음, 그 존속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한 점은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기자 회견에서 언급한 순환출자가 문제라면 순환출자가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차제에 출자총액제한 제도뿐만 아니라, 대규모 기업집단 금융계열사가 보유하는 비금융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제한, 금융거래정보 요구권 등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정책의 논리적 타당성을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한 채, 자국 기업의 활동을 억압하고 외국자본에 비해 역차별하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 외국자본에 의한 SK와 KT&G 등의 경영권 쟁탈 사태를 촉발했다.
‘공정거래’가 무엇을 의미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리 쉬운 단어는 아니다. 잘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해당 주체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에 대해 책임지도록 하는 시장원리를 존중해야 한다. 아무튼 한국 경제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의 소임을 다 해 주기 바란다.
김영용(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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