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으로 보는 고려시대 민속’ 발간
이 책에는 이곡(李穀)의 『가정집(稼亭集)』 등 문집 38종에 수록된 내용들이 실려 있다. 이들 자료는 의식주생활·세시풍속 등 22개의 대분류 항목과 기호음식·민간요법 등 150개의 소분류 항목으로 분류하고 색인을 붙여 주제별 접근이 쉽도록 하였고, 문집의 원문과 해당 쪽수를 표시해줌으로써 원문을 인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였다.
여기에 수록된 흥미로운 사례를 살펴보면, 우연히 뱀꿈을 꾸어 딸을 낳았다는 속신 (매호유고), 논두둑에서 풍년을 기원하며 지냈다는 고사(告祀) 내용(독곡집), ‘대머리는 걸식(乞食)하지 않는다’는 속담(양촌집), 불침으로 종기 트고, 통증 멎고 새살 돋는 덴 고약(목은고)이라는 민간의료 내용, 그리고 줄타기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동국이상국집)과 그동안 알 수 없었던 민간에서의 나례의식(운곡행록) 등 귀중한 자료들이 있다.
이 책의 발간이 이 분야를 전공하는 연구자들의 수고를 덜어주고, 관심을 증폭시켜 고려시대 민속연구의 확대를 유도함으로써 그간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고려시대의 민속과 생활상들이 하나씩 복원되기를 기대해 본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올해에도 우리 민속을 기록한 조선시대 문헌, 구한말·일제강점기의 문헌에 대한 해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각 시대별 민속 문헌자료들을 집대성해 나갈 계획이다.
<문헌자료 사례>
1. 우연히 뱀꿈을 꾸어 딸을 낳았다는 속신(106쪽)
분수를 떠나 어찌 정신을 수고롭게 하리요
무심히 관청의 일들을 보았네.
우연히 뱀꿈이 좋은 징조가 되어
길이 자손 얻을 오래된 질그릇 있었네.
<次李由之賀生女 二首>
分外何勞更苦神 無心駟馬納高門
偶因蛇虺成佳夢 長得兒孫有老盆 『매호유고』
2. 논두둑에서 풍년을 비는 고사(396쪽)
내 고향은 곳곳마다 산수가 좋고
내 집의 소나무와 국화 또한 보기 좋네.
밭머리의 고사북은 두둥둥 울리고
밭두둑의 뽕따는 아낙네는 얌전도 해라.
<騎牛子詩盛稱朝廷之美 幷及鄕曲之私…… 二首 以發大笑>
吾鄕處處好湖山 吾廬松菊可怡顏
田頭社鼓聞坎坎 隴上桑者見閑閑 『독곡집』
3. ‘대머리는 걸식(乞食)하지 않는다’는 속담(472쪽)
또 속담에, “대머리는 걸식(乞食)하지 않는다.” 하였으니, 어찌 복(福)의 징조가 아니며, 사 람이 늙으면 머리가 반드시 벗어지니 또 어찌 장수(長壽)의 징조가 아니랴.
<童頭說>
且諺以爲頭童者無乞食 安知其非福徵也 『양촌집』
4. 종기 치료하는 민간요법(279쪽)
불침으로 종기 트는 건 향중(鄕中)의 풍속인데
나쁜 병근(病根)이 속에 남아 있질 못하거니와
통증 멎고 새살 돋는 덴 고약이 또 좋아라
예로부터 하늘은 사람을 편케 해주고말고.
<卽事>
火針決癰是鄕風 邪氣無由尙在中
止痛生肌膏更妙 從來引逸有蒼穹 『목은고』
5. 줄타기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24쪽)
몸을 솟구쳐서 떠가는 학을 붙잡고
눈을 굴려 나는 비둘기를 보내며
놀이 줄은 높아서 은하에 닿았고
놀란 공은 날아서 토담을 넘네.
<次韻東閣吳世文呈誥院諸學士三百韻詩>
騰身捫去鶴 遊目送翩鵻
戱索高連漢 驚毬迸越壝 『동국이상국집』
6. 민간의 나례의식(411쪽)
해시(亥時)가 이미 끝나니 정묘년의 그믐이고
자시(子時) 처음 열리자마자 무진년 봄일세.
북소리는 끊이지 않고 나례(儺禮)가 풍성하여
사악한 정령 몰아 쫓고 복 경사 오게 한다.
<除夜>
亥末已終丁卯臘 子初方啓戊辰春
鼓聲不絶鄕儺盛 驅逐精邪福慶臻 『양촌집』
※ 연말에 잡귀 잡신을 쫓는 나례 의식은 궁중의 경우 고려 중기 정종 때 이미 들어와 있었다. 민간에서의 나례는 그 동안 알 수 없었는데 이 자료는 고려 시대 민간에서의 나례 의식을 구체적으로 말해 주는 중요한 자료다.
문화재청 개요
우리나라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고 대한민국 발전의 밑거름이 되어 온 문화재 체계, 시대 흐름에 맞춰 새롭게 제정된 국가유산기본법 시행에 따라 60년간 지속된 문화재 체계가 국가유산 체계로 변화한다. 과거로부터 내려온 고정된 가치가 아닌 현재를 사는 국민의 참여로 새로운 미래가치를 만드는 ‘국가유산’.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은 국민과 함께 누리는 미래가치를 위해 기대할 수 있는 미래를 향해 새로운 가치를 더하고 국민과 공감하고 공존하기 위해 사회적 가치를 지키며 과거와 현재, 국내와 해외의 경계를 넘어 다양성의 가치를 나눌 것이다.
웹사이트: http://www.cha.go.kr/
연락처
예능민속연구실 학예연구관 송민선 042-860-9231
문화재청 홍보담당관실 042-481-46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