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와 마술사’ 노르부 감독은 멀티플레이어

서울--(뉴스와이어)--<컵 (The CUP)>은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영화였다. 성인으로 여겨지는 승려들이 축구에 미쳐있다는 설정은 그들의 인간미를 십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것. 게다가 영화 속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은 한번 더 이슈가 되기에 충분했다.

자신의 경험담을 거침없이(?) 풀어낸 장본인은 다름 아닌 승려 출신 영화감독 키엔체 노르부였다. 부탄에서는 가장 권위있는 잠양 키엔체 왕포(1820-1892)의 화신으로 더 유명한 인물 키엔체 노르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불교사상 전파에 힘쓰던 그가 어찌하여 불교경전 대신 카메라를 잡게 되었는지 그 자세한 내막을 여기에 공개한다!

키엔체 노르부 감독이 영화를 처음 본 건 그의 나이 19살, 인도의 샤캬 대학에서 수학 중일 때다. 우연히 TV를 통해 감상한 발리우드 영화 한편이 그의 마음을 온통 뒤흔들어놓았고, 이후 영화감독 레이몬드 스테이너의 도움으로 사진술을 익혔다.

그의 영화인생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건 1993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을 만나면서부터다. 당시 노르부 감독에겐 런던 스쿨 재학시절 인연을 맺은 제레미 토마스란 친구가 있었는데, 그가 <리틀 부다>의 조연출을 맡으면서 영화의 ‘고문’으로 노르부 감독을 적극 추천했다. 실제 라마승인 그만큼 부처의 전 생애를 잘 아는 인물도 드물다는 판단에서였다. 베르톨루치 감독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노르부 감독은 <리틀 부다>의 든든한 불교 조언자로 임명될 수 있었다.

뉴욕 영화 학원의 4주 코스를 밟은 게 영화 공부 경험의 전부였던 노르부 감독에게 <리틀 부다> 촬영현장은 학습의 보고였다. 그는 베르톨루치 감독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며 영화를 만드는 데에 필요한 정보와 지식 등을 익혔고, 이 경험은 훗날 <컵>을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컵>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과 제레미 토마스의 도움으로 완성될 수 있었던 영화다. 두 사람은 제작비는 물론, 영화를 완성할 수 있는 정신적 지원까지 아끼지 않았다.

‘내가 영화를 제작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놀라워했다. 그들은 내가 농담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컵>은 99년 토론토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영화팬들의 가슴 속을 순수의 바람으로 휘저어 놓는 데에 성공했다.

<CUP> 이후 7년만의 외출..<나그네와 마술사>

노르부 감독 자신도 ‘<컵>의 성공으로 배급업자들의 신뢰를 얻어 완성이 가능했다’고 밝힌 화제의 신작 <나그네와 마술사>. <컵>보다 웃음은 줄었지만, 대신 세상을 바라보는 노르부 감독의 혜안은 더욱 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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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심에 대한 지혜로운 성찰이 노르부 감독 특유의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려질 <나그네와 마술사>는 오는 4월 28일 필름 포럼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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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씨네마 02-35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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