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무라카미 류 장편 소설 ‘반도에서 나가라’

서울--(뉴스와이어)--반란군이 아니면서 반란군이기도 하다. 박용수 옆에서 천천히 세븐스타의 연기를 내뿜은 김창복이 그렇게 되풀이 하더니, 침공 주체가 반란군이라면 미군이나 남조선군도 공화국을 공격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서 감탄한 듯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공화국은 정규군에 의한 군사작전이 아니라 인민군 내부의 반란세력에 의한 테러라고 성명을 낼 것이다. 그러면 남조선군도 미군도 공화국을 공격할 수 없다.

일본은 말할 바도 없는 것이, 헌법에 의해 전수방위(專修防衛)를 강조하고 있으니까 자위대에 의한 공화국 공격은 있을 수 없다. 잘못해서 평양이 공격당하면 조선반도는 전투상태에 빠져 30분 뒤면 서울이 불바다가 된다. 남조선과 미국, 또한 중국이나 러시아도 그것은 바라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완벽한 음모 아닌가!

박용수는 흥분을 누르지 못했다. 남조선 동포가 다칠 일도 없고, 국토가 황폐해질 일도 없다. 전장은 바다 너머다.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거리가 파괴되는 쪽은 한때 우리 조국을 통치하면서 헤아릴 수 없는 인민을 강제 연행하고, 조국 분단의 원인을 만든 원수의 나라 일본이다.

반도에서 나가라 上권 60p 중에서 …

Story

반도를 노리는 중국, 통일을 반대하는 과격파 …

조선 반도에서 나가라!

2011년 4월 2일, 완벽한 일본어가 가능한 북한 선발대 9명이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리는 후쿠오카 돔(現 야후재팬 돔)을 점거하고 3만 관객을 인질로 잡는다. 선거를 앞두고 분주한 정치인들과 처음 당해보는 일에 어쩔 줄 모르는 일본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북한군 증원부대 484명이 특수침투용 수송기를 타고 도착, 후쿠오카를 사실상 점거한다.

이들은 스스로를 김정일 독재에 반대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반란군(일명: 고려원정군)이라고 밝힌다 …

2006년, 미국 대통령의 중동 민주화 실패 선언 직후 달러화가 폭락한다. 대량의 미국 국채를 가지고 있던 일본은, 미국의 강압으로 국채를 팔지도 못하고 엔화의 동반 폭락을 앉아서 볼 수밖에 없다. 일본 국내의 주식 및 채권 폭락으로 기업 연쇄도산과 국가 재정파탄의 대혼란이 발생하고, 일본정부는 2007년 모든 예금인출을 막아 버리는 극약처방을 실시한다.

연금지급이 중단된 노인들, 저금이 날아가 버린 퇴직자와 실직자, 노숙자들이 길거리에 우글대는 일본 ― 도쿄 바로 코앞의 공업도시 가와사키에는 세계 최대의 노숙자 집단 거주지까지 형성되어 있다. 제3세계 난민촌의 모습이 일본에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주변국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부족했던 데다가 돈까지 없어지니 국제적 영향력도 뚝 떨어져 버리고, 그런 일본을 공개적으로 홀대하며 군사 · 경제적 파트너 자격을 재고하는 미국. 실추된 자존심과 증오는 대중영합적 반미감정과 충동적인 핵무장론 선동으로 이어진다.

한편, 북한은 2008년 미국과 핵사찰 합의 및 평화조약을 맺어 김정일 체제에 대한 보장을 받는다. 2010년, 북한의 소수 개혁파 최고지도부는 날로 영향력을 증대시키고 있는 중국의 ‘괴뢰정권’ 수립 움직임에 대한 성동격서(聲東擊西) 무력시위인 동시에 자기통제력 상실로 치닫는 정신 나간 일본을 완전히 수렁 속으로 몰아넣기 위한 음모를 수립한다.

작전명 ‘반도에서 나가라’ ― 공화국의 대미협조와 남북관계 진전에 반발하고 있으며 자원과 돈을 빨아들이는 골칫덩이인 동시에 쿠데타군 후보 1순위인, 세계 최대 규모 특수전 군단 전체를 일본의 서쪽 변방인 규슈로 보내버리는 것이다.

이들을 ‘반란군’으로 가장하여 대외적으로 발표하면, 경제로 얽힌 주변국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일본은 이들이 ‘망명 군대’인지 ‘침략군’인지 여부를 신속히 규정할 수 없어 어정쩡한 반응만 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규슈는 중앙정부에서 무시당한다는 지역민심이 강한 곳이라, 지방에 뿌릴 재정이 바닥난 일본정부와 손발이 맞을 리가 없을 것이다. 적국 일본을 치는 민족적 거사에 특수전 군단이 반발할 수도 없다.

2011년 4월 2일, 완벽한 일본어가 가능한 북한 선발대 9명이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리는 후쿠오카 돔(現 야후재팬 돔)을 점거하고 3만 관객을 인질로 잡는다. 선거를 앞두고 분주한 정치인들과 처음 당해보는 일에 어쩔 줄 모르는 일본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북한군 증원부대 484명이 특수침투용 수송기를 타고 도착, 후쿠오카를 사실상 점거한다. 이들은 스스로를 ‘고려원정군’이라 칭한다.

처음에는 지방 정치인들을 협박하여 ‘공존’의 기자회견을 행하고 12만 후속부대가 선박으로 일본에 상륙할 것이라는 사실도 공표하는 언론플레이를 행한다. 무기력한 일본정부는 스스로 후쿠오카 봉쇄, 규슈 교통차단이라는 자충수를 두고 오사카 지방경찰의 특수부대를 이용한 고려원정군 생포작전을 벌인다.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이 작전은 자국민에 대한 테러라는 해외 언론의 평가 속에 대실패로 끝나고 후쿠오카의 민심은 도쿄의 중앙정부에서 완전히 돌아서 버린다. 일본정부의 유일한 탈출구는 한때 재정분담금 규모 2위였던 UN에서의 호소 밖에 없는 것이다.

후쿠오카 장악에 성공한 고려원정군은, 사회적 평판이 좋지 않은 부자들을 체포, 고문하여 재산을 몰수하는 북한식 수용소 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하고, 이에 대해 규슈의 밑바닥 민심은 환호한다. 고려원정군 장교들과 현지의 일부 식자들은 이것을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진단한다. 고려원정군 장교들은 웃을 수 있는 것이다.

고려원정군 사령관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반동분자가 12만 후속부대의 출항을 저지한다면 일본 각지의 천연가스발전소에 대한 공격이 있을 수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일본정부는 이에 완전히 속수무책으로 일관한다. 국가와 국민의 관계, 주권 논쟁 등과 같은 현실과 유리된 때늦은 논란만이 규슈를 뺀 일본사회 전체를 뒤덮기 시작한다.

사회적 부적응자로 낙인찍힌 무정부주의 집단만이 고려원정군에 대한 반란을 꾀하는 가운데, 한편으로 북한군 엘리트 출신 장교들도 자신들이 배워온 것과는 너무나 다른 일본의 현실과 자유로운 분위기에 의해 조금씩 의식의 혼란을 느끼게 되고 상황은 예측불가의 점입가경으로 흘러간다 …

Theme

<반도에서 나가라>에는 무라카미 류가 그간의 작품에서 보여준 세밀한 현실추적과 날카로운 사회비판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어 있다.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모두 민감한 주제로 간주되는 북한을 다루는 이번 소설의 집필을 위하여, 국내에서 입수 불가능한 북한 원전을 포함 수백여 권의 북한 관련 서적을 참고한 것은 물론,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탈북자들과의 심층 인터뷰까지 행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참고문헌 목록을 살피면 국내 북한 관련 정보를 양과 질에서 압도하는 일본의 상황을 알 수 있으며, 일본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는 차치하고라도, 과연 우리가 북한에 대해 일본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200여명에 달하는 이 작품의 등장인물 규모는, 1995년 옴진리교 사린 테러사건 피해자들을 추적 인터뷰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르포집 <언더그라운드>를 연상시킨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옴진리교 사건에 대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새로운 눈으로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무라카미 류는 탈북자 한원채의 수기를 읽은 것이 <반도에서 나가라>의 실제 집필에 강력한 동기로 작용한 바 있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그대로 일본에 옮겨놓은 듯한 설정은 작가가 의도한 바일지도 모른다.

552쪽에 달하는 上권에서는 주로 북한측 고려원정군 장교들의 성장사와 심리변화를 매우 정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작가는 불가피하게 배경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북한의 현실에서 고개를 돌리지 못하게 만든다.

한 때 많은 이들을 들뜨게 했던 중국의 문화대혁명 뒤켠에는 조선족을 포함한 소수민족 전통문화 탄압이라는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는 점. 일반적으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경제난으로 인한 북한의 보건위기 및 환경오염. 정규군 복무는 주민통제의 일환일 뿐이며, 군대 내 군대인 특수전 군단과 대량살상무기만이 알짜배기 무력인 북한의 군사국가 시스템. 자신들의 제국주의 시절 천황숭배를 연상케 하는 지도자에 대한 맹목적 믿음 등 한국인으로서는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이 거침없이 등장한다.

어째서 일본인 작가가 이런 문제를 다루는가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점들에 대해 불편해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금기와 싸워온 작가는 북한의 체제와 사람을 냉정한 시각으로 분리시키고 있다. 북한 군인이든 일본 민간인이든 간에 서로 다른 토양에서 성장하여 그렇게 되었을 뿐 가까이서 교섭(negotiation)하고 살펴보면 똑같은 인간이라는 보편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624쪽에 달하는 下권에서는 외부의 존재인 북한인을 보는 일본인들의 여러 가지 시각을 묘사하고 있다. 특히나 일본사회의 집단주의 성향과 관련해서는 다수파(majority)와 소수파(minority) 규정의 문제, 미국 대통령이 선언한 ‘자유의 행진’ 시대에 있어 자유의 본질과 한계라는 절실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러한 긴 과정을 통해 작가는 일본사회 일각의 맹목적 반북정서와 비현실적 강경론에 일침을 가하고 있으며, 서로가 서로를 어떤 존재인지 알게 해주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필요성이야 말로 테러가 빈발하는 오늘날의 ‘위험시대’에 필요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비단 그것은 한반도와 일본열도 사이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Propose

일본에서 출간 당시 <다빈치 코드>를 누르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2005.4~2005.6)에 올랐던 <반도에서 나가라>는 북한 특수부대의 일본 본토 기습이라는 충격적 소재만큼이나 언론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고 너무나도 리얼한 상황 설정으로 일본 열도를 공포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일본 내 그 어떤 작가도 절대 써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 가상의 이야기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저자인 무라카미 류는 무려 10년여의 구상 기간과 4년여의 자료 수집 작업을 거쳐야 했으며 200여권에 달하는 북한 관련 서적을 통독하고 수십 명의 탈북자들과 직접 인터뷰를 했다. 정치적, 문화적, 세계적 화두가 모두 몇 년 안의 현실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로 이런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리얼함을 묘사해 내는 것에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이처럼 밀도 높은 취재와 고증 과정을 거치며 원고지 3758매의 대작 소설로 탈고된 무라카미 류의 <반도에서 나가라>는 지난 해 노마문예상,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등을 휩쓸며 그 완성도를 인정받았으며, 현재 제작비 200억 원 규모의 초대작 영화로 제작이 추진중이다.

이는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이기도 한 저자가 이 작품은 집필 단계에서부터 영화화를 전제로 썼기 때문이데, 흥미로운 사실은 무라카미 류가 일본 내에는 이 정도 스케일의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감독이 없다고 단언하고 한국의 감독들에게 프로포즈를 보냈다는 점이다.

이러한 교감 하에서 최근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곽경택 감독이 본 작품의 메가폰을 잡기로 결정되었으며 한일 최정예 배우들이 출연하는 초대형 한일 합작 영화로 곧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Murakami Ryu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일본 대중문학을 이끄는 Two 무라카미로 불리며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해 온 무라카미 류는 작품과 인생, 양면에서 아주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일본 근대문학에 사실상의 사망선고를 내린 작가’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겉으로 보기에 풍요롭고 평화로워 보이는 일본 사회의 부조리와 실상을 통렬하게 지적해왔으며, 그 방편으로 방향 감각을 상실한 젊은이들의 일탈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그룹섹스, 원조교제, 동성애, 폭력, 마약 등 그가 주로 다루는 소재들이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현실을 추수하여 자극적인 주제만을 다루어 온 것은 아니다. 그는 사람들이 아직 주목하지 못한 단계의 태아 상태의 ‘현실’을 포착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다룸으로서 새로운 현실의 도래를 예언해 온 경우가 많았으며 그것은 매우 정확했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들이 국내에서 많은 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이유는, 그의 작품 속에 묘사되는 모습들이 이후에 우리나라에도 나타났거나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1995년 첫 한국 데뷔 이래 국내에 소개된 그의 소설 및 저작물은 국내 실정보다 앞서가는 바람에 절판되었다가 재출간된 경우까지 포함해 현재 69종에 이른다.

무라카미 류는 1952년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에서 태어났다. 나가사키현은 태평양 전쟁 말기 원자폭탄이 떨어진 나가사키시가 속해 있는 곳이며, 사세보는 2차대전 이후 미국 제7함대(태평양 함대)의 주요 기항지인 곳이다. 양친이 모두 교사인 가정환경 속에서 미국식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미 해군기지가 있는 사세보가 미국 길거리문화 일본 유입 1번지 중의 하나였다는 사실은, 미국과 일본의 문화색이 공존하는 그의 작품 성향에 영향을 미쳤다.

한 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소학교 졸업 때는 <소학교 회상기>라는 기묘한 작문을 발표했다. 미국에서 히피문화가 불어치던 당시에 고교시절을 보낸다. 입학하자마자 럭비부에 가입했으나 훈련을 견뎌내지 못하고 탈퇴. 록밴드를 결성하여 드럼을 연주하고, 8밀리 단편영화를 만드는 등 범상치 않은 학창시절을 보냈다.

프랑스 68혁명의 영향이 일본에 미친 후인 1969년에는, 도쿄대 야스다 강당 점거 농성의 영향을 받아 학교 옥상을 바리케이드로 봉쇄하고 데모 농성을 하는 ‘기행’을 주도한다. 그는 이 일로 무기정학을 당했는데, 2005년 국내 개봉됐던 영화 <69 Sixty Nine>은 그때의 경험을 되살려 집필한 작품이다.

3수 끝에 도쿄에 위치한 무사시노미술대학에 진학했으나 1년 만에 중퇴한다. 재학 중이었던 1976년,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로 군조신인상 및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동시에 수상한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는 1976년 당시 국내 출판사 두세 곳에서 출간됐으나 ‘미풍양속을 해치는 외설물’이라는 이유로 판매금지 당했던 사건이 있다.

무라카미 류는 가상의 미래사회를 충격적으로 묘사한 작품을 간간히 내놓았는데, 코인로커에 버려진 아이들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타락한 세상을 파괴한다는 <코인로커 베이비즈>, 휴거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최후의 심판을 내린다는 <바이러스 전쟁>, 미국ㆍ소련ㆍ중국ㆍ영국에 의해 4개로 분할되어 지배되는 가상의 일본을 그린 <오분 후의 세계> 등이 그것이다. 이번 소설 <반도에서 나가라>는 이러한 가상소설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NHK 라디오 진행, 일본판 플레이보이지 기고, 마이니치 TV 토크쇼 진행, 축구 해설가, 세계 미식가협회 회원, 사진작가 등 문화 전방위에서 활동해 왔으며 쿠바 음악을 전파한 공로로 쿠바정부 문화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터넷 환경이 아직 한국보다 불비한 상황에서 전자메일 매거진인 <JMM>의 편집장을 현재 역임중이다.

주요 저서로, <코인로커 베이비스>, <사랑과 환상의 파시즘>, <토파즈>, <오분 후의 세계> 등.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토파즈>, <교코>, <도쿄 데카당스> 등 자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영화감독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2005년 <반도에서 나가라>로 노마문예상 및 마이니치출판문화상 수상했다.

Postscript

컬트 괴작 ‘쇼와 가요대전집(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상영작)’의 소설 속 생존자와 새로운 동료들이 후쿠오카에서 테러를 계획하지만, 그에 앞서 북조선 특공대가 후쿠오카를 제압해 버린다.

그러한 구상의 작품을 10년쯤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이즈미 수상의 첫 방북 이후, 북한은 언론에 있어서 거의 최대 화젯거리가 되었기 때문에 어중간하게는 다룰 수 없게 되었다. 더욱이 북한 자료를 읽다가 <탈북자>라는 책(한원채 著)을 만나게 되었다. <탈북자>는 북한에서 도망친 남자의 ‘영혼의 부르짖음’을 그린 수기다. 영혼의 부르짖음이라고 써 놓으니 낯부끄러운 표현 같지만 달리 다른 말은 떠올릴 수가 없다.

나는 <탈북자>를 읽고 나서 이 소설에서는 북한 특공대를 화자(話者)로 더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2003년 봄, 서울에서 십수 명의 탈북자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평균 잡아 한 사람 당 세 시간 정도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태어나 자란 집이나 마을이나 동네의 디테일, 가족과 형제와 친구, 세세한 생활, 학교수업이나 군대훈련 등에 대해 들었다. 그러한 취재를 마친 뒤에도, 이정도 했으니 북한 특공대원을 화자로 삼을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 일이 가능할 리 없다고 줄곧 생각해 왔다.

2003년 말, 나는 갑자기 평양을 무대로 한 프롤로그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지만 쓰지 않을 수가 없다는 생각에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결국 같은 생각을 품은 상태로, 즉 ‘쓸 수 있을 리 없지만, 쓰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마지막까지 써 나아갔다.

이 작품은, 배경으로 디자인한 근미래 일본의 무참한 모습이나 북한에서 온 점령군에게 저항하지 못하는 일본정부와 후쿠오카 시민, 유일하게 저항을 시도하는 이단아들이 화제에 오르는 때가 많았다. 그러나 써 가면서 내가 제일 집중했으며 또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북한의 반란 특수부대원들을 보편적인 인간으로 그려내는 일이었고, 그들과 후쿠오카 사람들이 실제로 ‘접촉하는’ 장면의 정확한 상황, 심리 묘사였다.

예를 들어, 북한 반란 특수부대원의 선전담당 장교와 NHK 후쿠오카의 여성 아나운서가 차 안에서 대화하는 장면이라든가, 규슈의료센터의 의사가 진료를 의뢰받아 사령부로 불려가는 장면이라든가, 군내 처형식을 막으려 했던 노의사를 여성 특수부대원이 찾아오는 장면 같은 것들 말이다.

역사도 문화도 가치관도 다르고 이해(利害)의 일치조차 없는, 더구나 한쪽은 무장하고 있다는 조건 아래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그려내야만 했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나를 이 작품의 집필에 불러 세운 최대의 동기였다.

북한에서 고등 교육을 받은 특수부대 장교는 눈앞에 있는 일본인 여성이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경우에 어떤 심리 상태가 될까? 극히 일반적인 후쿠오카 시민인 호흡기계 전문의가 점령자의 사령부에 갔을 때 무엇에서 공포를 느끼고 어떻게 그 공포에서 도망칠 것인가.

이 소설을 쓴 최대 동기는 근미래에 있어 최악의 일본을 시뮬레이션 하는 데 있는 것도 아니었고, 현실의 정치ㆍ외교ㆍ국가전략 등을 검증하거나 비판하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1년 반의 집필을 통해 끊임없이 ‘타인’과의 교섭ㆍ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궁리해 왔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앞으로 정치적ㆍ경제적으로 어떻게 변화하든 간에, 정부나 국민에게 있어서 ‘타인’에 대해 신중하고 끈기 있는 교섭ㆍ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인 것이 되리라는 예감이 <반도에서 나가라>의 최대 동기로 존재해 왔던 것이다.

이 작품에는 많은 자극적 장면이 있기 때문에 모험 활극으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등장인물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정치나 국가라는 개념 속에는 처음부터 소수자(minority)를 소외시키고 억압하는 장치가 들어가 있다는 단순하며 잔혹한 사실과 누구라도 소수자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소수자의 자유가 인간에게 있어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러한 것들을 독자들이 읽어내 주기를 바란다.

무라카미 류 村上 龍

Review

" 작가의 치밀한 취재와 방대한 자료가 뒷받침된 리얼한 묘사. 하지만 더 현실적인 것은 미증유의 사태에 직면한 인간, 특히 여성들의 흔들림이다! "

요미우리 신문

" 가까운 미래의 공기, 거기에 사는 인간들의 숨결과 체온까지 재현하는 활자의 홍수. 선악 2분법을 넘어서서 마치 고화질 대화면 TV를 보는 듯한 일대 스펙타클! "

요미우리 신문

" 외부가 존재하지 않는 두 세계가 충돌할 때, 그 현실에 초조해하는 소외된 자들의 심리를 탁월한 상상력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작가의 탄탄한 세계인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

아사히 신문

" 드러나지 않았던 외부의 폭력 앞에 노출되었을 때, 인간은 어디까지 솔직하게 행동할 수 있는가? 획일적인 일본의 정신적 쇄국 상태가 북조선에 의해 개방되고 만다. "

아사히 신문

" 파격적인 내용에 문학의 정의 자체가 추궁당하고 있는 것 같다. "

니혼게이자이 신문

“ 수수께끼에 쌓인 북한의 생활이나 풍속, 일본인과 현저하게 다른 북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섬뜩할 정도로 디테일하게 그려져 있다. ”

아마존 독자 서평 / 미코찡

“이 소설을 제일 객관적으로 의미 깊게 즐길 수 있는 것은, 북한인도 일본인도 아닌 역시 한국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

아마존 독자 서평 / younsik

“ 누구도 혼자서는 판단을 할 수 없는 나라 일본과, 혼자의 판단에 누구나가 따르는 나라 북한이 대조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리고 작자는 그 양자에게 NO를 내던진다. ”

아마존 독자 서평 / @부호

원제 반도에서 나가라 半島を出よ
저자 무라카미 류 村上龍 / 역자 윤덕주
분야 소설 > 일본소설
판형 4×6판(128×188mm) 양장
분량 上권 552p 下권 624p
정가 上권 9800원 下권 12000원
발행일 2006년 4월 2일
ISBN 上권 89-91909-02-7 下권 89-91909-03-5

웹사이트: http://www.born-f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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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본프리 최석진 02-742-2352 010-8001-1941 이메일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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