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한-칠레 FTA 2년의 교훈’

서울--(뉴스와이어)--우리나라 최초의 자유무역협정인 한-칠레FTA가 출범한지 2주년이 되었다. 칠레와의FTA 협상 과정에서 경험한 여러 가지 시행 착오들과 지난 2년 간의 경험을 통해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한-미FTA에 대한 교훈들을 얻고자 한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은 미·일과의 FTA 위한 탐색전

지난 4월 1일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ree TradeAgreement, FTA)이 출범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최근 한-미 FTA 추진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거센 가운데 여러 가지 주장과 전망이 오가고 있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자유무역협정인 한-칠레 FTA 만큼 생생한 교훈을 주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한-칠레 FTA를 체결한 주요 이유 중 한 가지가 거대 경제권과의 FTA체결에 필요한 실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다양한 형태의 양자간, 다자간특혜무역협정(preferential trade agreement)들을 통해 스파게티 가락처럼 얽혀가고 있다.

이러한 세계경제의흐름 속에서 21세기 초까지 어떤 형태의 무역협정도 체결한 적이 없었던 한국으로서는 미국, 일본, 중국 등 영향력 있는 국가들과의 FTA를 추진하기에 앞서 경험을축적할 수 있는 탐색전(opening game)이 필요했다고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한-칠레 FTA의 경험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기대할 수있는 경제적 효과는 두 나라 간의 교역구조가 보완적인지 경쟁적인지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인데 칠레와의 교역관계는 매우 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칠레에 대해 자동차, 전자제품, 유류품과 같은 제조업부문에 비교 우위를 갖고 있는 반면, 칠레는 우리가 상대적으로 약한 원자재와 농축수산업 부문에 비교 우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역구조가 보완적일 때는 FTA로 인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이를 통한 무역창출 효과가 큰 갈등이나 경쟁 없이 단기간에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FTA를 처음 체결하고 그 성과를 단기간 내에 확인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칠레가 최적의 파트너였다고 할 수 있다.

한-칠레 FTA 2년, 교역 면에서는 성공적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4월 이후 교역 현황을살펴보면 칠레에 대한 2005년 한국의 수출이 2003년에비해 122% 늘어나고 수입은 115% 증가해‘협정 상대국과의 교역 확대’라는 FTA의 기본 목표를 훌륭하게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비록 칠레에 대한 한국의 무역수지는 2005년에도 여전히 11억 3천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우리가 칠레로부터 수입하는 대부분의 상품이 구리, 펄프 등 우리 산업에 꼭 필요한원자재 부문에 집중되어 있고, 더군다나 우리 수입의 70~80%를 차지하는 구리 가격이 지난 2년 간 80% 이상 상승해 물량 기준으로는 수입이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무역수지 적자 규모 자체가 문제가 될 여지는 적다.

또한 개별 국가에 대한 무역수지 개선이 FTA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는 아니며, 특정 국가의 상품이나 원자재 가격이 싸다면 그 나라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나는것이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 측면에서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칠레와의 FTA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한-칠레 FTA 발효로 농산물의 수입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농업 부문에 대한 충격은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와 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총수입 증가에 대한 농산물의 기여는 2.3%에 불과했으며, 포도주를 제외한 순수 농산물의수입 기여도는 1.6%인 1천7백만 달러에 그쳤다.

반면 우리 상품의 칠레 진출은 크게 늘어났다. 칠레의 한국 상품 수입 증가율은 지난 2년간 연평균 45.8%를 기록해 칠레의 전체 수입 증가율 32.5%보다 크게 높았으며, 그 결과 한국 상품의 칠레 시장 점유율 역시 2003년3.0%에서 2005년 3.6%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직접투자 면에서는 부진

그러나 이와 같은 교역 면에서의 성과만을 근거로 한-칠레 FTA가 성공적이었다고 결론 내리기에는 부족한부분들이 많이 눈에 띈다.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기대되는 경제적 효과는 상대국에 대한 수출 증가를 통해 얻는 이익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한-칠레 FTA는 수출 외에 대부분의 영역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관세 철폐로 수입가격이 하락하면 물가가 낮아지면서 후생 증대 효과를 얻을 수 있고, FTA가 체결될 때는 대부분 투자협정(Bilateral Investment Treaty, BIT)도 함께 추진되기 때문에 상대국에 대한 해외직접투자증가와 이로 인한 기술 이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상대국과의 산업구조나 교역구조가 유사할 경우, 기존에는 관세 장벽 때문에 경쟁할 필요가 없던 기업들도상대국의 동종 부문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생산성 증대와 효율성제고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후생 개선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우리가 칠레에 주로 수출하는 자동차, 휴대전화,가전제품 등은 가격이 내려가 칠레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을 덜어주었다. 반면, 우리가 칠레로부터 많이 수입하는 구리, 펄프 등은 FTA 없이도 관세 환급을 쉽게 받을수 있는 원자재 품목이기 때문에 관세철폐로 우리나라국민이 얻을 수 있는 실질적 효과는 거의 없었다. 특히 칠레가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는 농업, 수산업 제품의 상당 부분을 한국측이 개방 예외 품목으로규제한 결과 관련 상품의 수입이 제한되었고 결국한국의 소비자들은 이 부분의 후생 효과를 누리지못하게 되었다.

특히 양국간 직접 투자 증진이라는 측면에서매우 부진했다. 2005년 말 현재 한국의 대 칠레투자는 총투자 기준으로 29건, 7,387만 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해외직접투자의 0.12%에 불과하다. 칠레의 대 한국 투자 역시 매우 부진해 칠레 전체해외직접투자의 0.07%에 그쳤다.

이는 칠레 기업들이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농수산업 제품의 한국시장 진입을 최소화 함에 따라 지난 2년 간 우리나라에 대한 칠레의 신규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와 같은 시기에 칠레와FTA를 체결한 미국의 농업 관련 기업들이 칠레 기업들과의 합작을통해 윈-윈 사업을 창출해 내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하지만 양국 간 산업 협력과 인적 교류가 늘어난 점은 장기적인 투자 교류 확대의 기반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해외 직접투자 결정은 현지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미래 수익성에 대한 확신이 전제되어야 가능한데, 이런 활동들을 통해 그 토대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물론 FTA의 성공은 그 기준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무역수지 적자를 예상보다 줄이는 등의 방어적인 관점에서는 한-칠레 FTA를 성공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실적의 이면에는우리정부가 취약 부문인 농업 부문에 대해 설정한 5~10년에 걸친 장기간의 관세 인하 일정과 칠레산 과일에 대한 철저한 검역 등의 보호조치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미 FTA에 주는 5가지 교훈

2년간의 실적만을 근거로 한-칠레 FTA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섣부른 감이 있다. 하지만 그 추진 과정과 성과에 대한 분석이 한-미 FTA라는 거대한 과제를 앞둔 우리 경제에 주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한-칠레 FTA는 우리 정부가 FTA 협상을 직접 추진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을 쌓고 나아가 협상 체결 이후 국내 산업에 미치는 실제 영향 등을 알아보기 위한 목적이 컸었기 때문이다.

●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칠레 FT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교훈은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과 칠레의 실무 담당자들이 협상을 타결한 시점은 2002년 10월이었다. 하지만 우리측 비준동의안의 국회 비준은 농민들의 반발로 수 차례 무산되었고 실제 통과는 2004년 2월에 겨우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로 협상이 중단되었던 2000년 12월부터 2002년 2월까지감안하면 2년 반이 넘도록 시간만 낭비한 셈이다. 그와같은 일정 지체는 어떤 결과를 낳게 되었을까?

칠레는우리와의 협상을 진행시키면서 동시에 다른 여러 나라들과 FTA 협정을 추진하였고, 그 결과 미국, EU 등을비롯한 9개국과 FTA를 체결하였다. 뿐만 아니라 올 7월부터는 중국과의 FTA가 발효될 예정인데다 일본과도 곧 특혜 협정을 맺을 전망이다. 우리 기업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중국과 일본 업체들이 우리와 동등한 조건으로 칠레 시장에서 경쟁을 하게 되면 FTA 협상 초기에 기대했던 성과를 얻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재 시장에서 누리는 무관세 프리미엄도 효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물론 협상진행을 서두른다 하더라도 시간보다는 알맹이 있는 협상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내용이 부실해져서는 결코 안된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이 심화될수록 속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미 FTA 역시 일정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 해외투자를 고려한 협상 전략 수립해야
두 번째 교훈은 해외직접투자(Foreign DirectInvestment, FDI)를 염두에 두고 FTA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 때의 해외투자는 외국 자본의 국내투자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실물 부문과 금융 부문의 개방 폭이 확대되고 현지 밀착형 경영이 중시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해외직접투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무역자유화를 목표로 추진되기 시작한 FTA가 점차 투자협정(BIT)과 결합되어나가는 추세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칠레 FTA는 그런점에서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했다.

보수적인 협상을 통해 농산물 시장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칠레 자본이 들어올 수 있는 여지를 지나치게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경쟁력이 약한 유치 부문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다. 그렇지만 그 폭과 깊이를 결정할 때는 장기적인 영향까지 고려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취약부문에 대한 효율적 지원 대책 필요
세 번째로, 취약부문에 대한 정책지원이 필요하나 시장개방으로 인한 취약부문 보상은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 우리 정부는 과수농가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한-칠레 FTA 피해 보상 기금을 설치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구조조정 효과는 얻지 못했다. 물론 국내외 산업들 간에 경쟁력 격차가 존재하는 이상 어떤 FTA가 발효되어도 이익을 얻는 부문과 피해를 입는 부문이 나타날수밖에 없다.

또, FTA의 성과가 그 양자 간에 적절히 분배되도록 하는 것도 정부가 당연히 담당해야 할 역할이다. 그러나 취약부문의 경쟁력을 배양할 수 있는 실효성있는 구조조정과 연계된 방향으로 정부 정책이 집행되어야만 FTA를 통해 기대하는 생산성 증가와 효율성 제고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무역수지보다는 성장잠재력 제고에 우선순위 두어야
네 번째로, 모든 나라에 대해 국제수지를 흑자로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경상수지는 항상 균형을향해 움직이려는 속성이 있다. 무역수지나 경상수지 같은 숫자를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얼마나 개선될 수 있는가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과의 FTA가 단기적으로 대미경상수지 악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은 사전에 예상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양국의 평균 관세율이나 주력수출품의 관세율 모두 한국보다 미국이 월등히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미 FTA가 발효되더라도 대기업을 비롯해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얻는 이익은 그리 크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한국측 관세가 낮아지면서 미국으로부터 원자재나 중간재를 수입하는 내수업체들이 단기적으로는 더 많은 혜택을 얻게 될 것이며, 이럴 경우 대미 무역수지가 악화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더군다나 법률, 의료, 회계, 교육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부문에 대한 미국 업체들의 진출이 가시화 될 경우 이로인한 국내시장 잠식도 상당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단기적인 피해에도 불구하고 첨단 제조업과 서비스 부문에 대한 선진 업체들의 투자와기술 유입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파급효과(spill-over effect)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경우 멕시코 등 기타 개발도상국들에 비해 교육 수준이나 투자율 측면에서 월등히 앞서 있어 새로운 기술과 지식에 대한 학습 효과가 빠를 뿐 아니라 경쟁을 통한 효율성 상승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FTA 협상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
다섯 번째 교훈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객관적이면서도 믿을만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올 초부터 시작된 反FTA 움직임은 정책 담당자들의 기대와 달리 점점 더 확산되어 가고 있다. 미국 측의 요구안이 발표될 때마다 반대 목소리는 더욱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반발의 근본적인 원인은FTA의 전반적인 효과에 대해 객관적인 신뢰가 부족한 반면 개방의 피해를 보는 집단의 목소리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정책 담당자와 피해 당사자 간에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자연히 협상 과정에서 꼭 필요한 실물 부문의 예상 피해액도 제대로 산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열린 사회로 나아갈수록 FTA를 비롯한 여러 정책 과정에 피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포함한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경제 주체들 간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율하고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꼭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협상 주도권 확보 힘써야

우리는 본격적인 한-미 FTA 협상 시작을 목전에 두고있다. 하지만 미국 의회가 부시 대통령에게 부여한 무역협상권한(Trade Promotion Authority, TPA) 때문에 한-미 FTA 협상에서 우리가 불리해질 이유는 전혀없다. 무역협상권한은 미국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임시 법령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미국의 의사 결정 기한을 제한하는 요인이며, 만에 하나 기한 내에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미국의회가 그 권한을 연장하거나 다시 부여할 수도 있기때문이다.

협상 파트너 측면에서도 오히려 우리에게 유리한점이 많다. 지난해 9월, 미국이 우선 협상 대상국으로선정했던 4개 국 중 스위스는 이미 FTA 거부 의사를 표명했으며, 회교권으로 분류되는 말레이시아와 이집트역시 미국이 농업시장 개방 요구를 포기하지 않는 한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한국은 굳이 미국이 아니더라도일본이나 중국 등 FTA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있는 후보군이 많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한-미 FTA는 분명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기회이다. 하지만 한-미 FTA를 우리의 기회로 만드는 것은 이와같은 여러 노력들이 얼마나 성공적인 하모니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LG경제연구원 김형주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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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김형주 책임연구원 3777-0431 이메일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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