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최저생계비 위헌소송 기각 규탄 기자회견 내용
2004년 10월 28일 헌법재판소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최저생계비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는커녕 헌법상의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존권적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 명백한 현실을 노골적으로 부정하였다. 지난 2002년 이승연 수급자(3인 가구)는 낮은 최저생계비로 인해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지 못하며, 장애인이기 때문에 드는 추가지출에 대해 최저생계비가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요지의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 전원의 만장일치로 기각하며 합헌판정을 내린 것이다.
판결의 첫 번째 근거는 ‘인간다운 생활’이라는 개념 자체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기 때문에 ‘국가의 최소한의 조치 여부’가 기준이 되며, 국가는 다양한 조건을 고려하여 최소한의 조치를 ‘재량껏’ 시행했다고 본다는 것이다. 현재의 최저생계비는 최소한의 생존조차도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1인가구 36만원의 낮은 최저생계비는 대다수의 빈민을 유일한 사회안전망에서 제외시키고 있으며, 수급권이 보장되더라도 월20만원도 되지 않는 급여로 극도의 궁핍한 생활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9명의 재판관의 판결은 스스로 가치를 가진 인간임을 잊어야만 견딜 수 있는 생활도 인간다운 생활이라는 것이다. 그 아홉 명의 재판관들이 각자 누리는 ‘인간다운 삶’과 같은 정도로 말이다. 빈민의 생활이 인간다운 생활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당신들이 한달에 36만원으로 살아보라!
하루에 3명이 생계를 비관하여 자살하고, 600만에 이르는 방치된 빈곤층과 100만가구에 이르는 단전단수가구,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가고 있는 환자들과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일하는 빈곤층, 100만명에 이르는 빈곤아동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것이 국가가 ‘재량껏’ 조치한 결과이다. 빈민은 언제까지 국가의 최소한의 조치에 감사하며 죽음으로 내몰려야 하는가. 헌법은 빈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최소한의 조치의 합헌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보장을 위한 최대한의 의무를 국가가 수행했는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 그것이 헌법과 헌법재판소의 역할이다.
판결의 두 번째 근거는 장애인이기에 추가지출에 대해 생계급여가 보장하지 않더라도 장애인을 지원하는 타 법령에 의해 부담이 경감되므로 단일한 최저생계비 기준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각종 감면은 소비를 할 수 있는 장애인이게 국한되어 있어 저소득 장애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애인, 노인이 있는 가구에 대한 유형별 최저생계비 도입은 지난 2년동안 끊임없이 요구되어 왔고, 정부도 2006년부터 가구유형별 최저생계비 도입을 결정한 상태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결정한 것이 아니라면 이미 도입된 가구유형별 최저생계비가 필요없다고 판단하고 있거나 이미 정부의 조치가 이미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 하다. 결정된 가구유형별 최저생계비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단체들이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속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시대착오적일뿐만 아니라 빈민의 권리를 도둑질하는 행위이다.
우리는 빈민의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처참하게 짓밟은 헌법재판소에 대해 분노한다. 가난은 개인이 무능력해서 발생한 것이므로 그 벌로써 ‘빈민답게’살아야만 한다는 헌재의 논리는 가진 자들의 관습헌법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빈곤은 더 이상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전체 사회의 책임이며, 국가의 책임이다. 노동을 하든 그렇지 않든 모든 사회구성원은 최소한의 기본생활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우리사회의 빈부격차와 빈민에 대한 배제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 일시: 2004년 10월 29일(금) 오전 10시
□ 장소: 헌법재판소 앞
2004. 10. 29 빈곤해결을 위한 사회연대(준)· 참여연대· 장애인이동권연대· 인권운동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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