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핵폐기장 부지선정 예비신청 마감일이었던 9월 15일 단 한 곳의 지자체도 핵폐기장 예비신청을 하지 않자,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10월 중 대안을 마련해 핵폐기장 부지 선정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1월이 된 지금까지도 간간히 언론을 통해서만 정부의 논의 내용이 보도될 뿐, 핵폐기장 문제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9월 15일 예비신청에 단 한곳의 지자체도 예비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절차상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이었나를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핵발전과 핵폐기장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는 핵폐기장 부지 선정 절차는 부안의 예에서 보이듯 많은 사회적 갈등과 비용 지출을 낳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그동안 부안과 각 지역 단체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정부의 일방적 추진 방침은 해법이 아니라는 의견을 수차례 제시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오기도 했다.

그러나 9월 15일 이후 언론을 통해 접해 온 정부의 태도는 놀라운 것이었다. “중저준위-고준위 핵폐기물 분리수용”, “선주민투표-후지자체장 신청”과 같이 절차의 순서를 바꾸고 핵폐기장 문제의 핵심을 피해가는 조삼모사식 대응만을 정부는 끊임없이 대안인 양 언론을 통해 밝히고 있는 것이다. 작년 부안사태와 주민투표를 통해 일방적 핵폐기장 추진 정책에 대한 국민적 반대를 충분히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통탄을 금할 수 없다. 핵폐기장 문제의 본질은 핵발전 위주의 우리나라 전력정책의 근본적인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아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저준위 핵폐기물은 주민수용성이 높으니 먼저 시행한다는 아전인수격 해석으로 또다시 일방적인 부지선정 계획 발표만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아직 정부는 공식적인 일정 발표를 하지 않았다. 바꿔 말하면, 아직 정부가 수렁에서 빠져나올 기회를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2, 제3의 부안 사태를 다시 맞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정부는 핵폐기장 부지선정 절차를 비롯한 핵발전 위주의 전력정책에 대해 전반적인 재검토하기 바란다. 20여 년을 끌고 있는 핵폐기장 부지 선정 문제를 진정으로 끝내고 민-민 갈등으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고통을 막을 수 있는 길은 그것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2004.11.1.
반핵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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