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신일을 맞아 꼭 봐야 할 영화...‘나그네와 마술사’
<나그네와 마술사>는 제목 그대로 길 떠나는 나그네와 마술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시골마을에서 공무원으로 살고 있는 ‘나그네’ 돈덥은 빔 벤더스가 ‘풍요의 땅’이라 칭한 미국을 동경하는 인물. 우연히 미국행 기회를 얻고 머나먼 길을 떠나지만 그 과정에서 승려와 열아홉 소녀를 만나 깨달음을 얻게 된다. ‘마술사’ 타시는 돈덥을 깨우치는 승려의 이야기 속 주인공. 동생의 시샘으로 깊은 산 속에서 길을 잃은 그는 우연히 머문 오두막에서 늙은 노인과 그의 젊은 아내를 만나고, 부인의 아름다움에 반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된다.
지금까지 불교영화들은 ‘신비함’과 ‘심오함’, 이 두 가지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에 몰두한 것처럼 보였다. 특히 서양 감독들이 메가폰을 잡으면 으레 그러한 경향을 보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리틀 부다>이다.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단어를 빌어 평론가들로 하여금 악평을 받았던 이 작품에 비하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쿤둔>은 그나마 나은 편. 하지만 <쿤둔>은 달라이 라마의 종교적인 입장과 더불어 중국과 티벳의 정치적인 신경전까지 담아내 전체적으로 무겁고 진지했다.
그에 반해 <나그네와 마술사>는 무거운 공기를 다 걷어내고 편안히 즐길 수 있는, 불교적인 교훈이 담긴 영화다. 스님이 만든, 스님이 등장하는 영화지만 그 내용이 어렵지도, 지나치게 훈계적이거나 철학적이지도 않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소유’의 미덕. 키엔체 노르부 감독은 영화 속 승려의 입을 빌어 마술사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욕망을 참지 못한 자의 비극’을 그린다. 그리고 다시 한번, 현실 속 돈덥을 통해 이를 강조한다. 승려는 영화의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꽃은 그저 바라볼 때 아름다운 법이다.’ 쓸데없는 욕심으로 꽃을 꺾어 시들게 만들기보다 이를 멀리서 지켜보는 것이 때론 더 좋을 때도 있다는 것이다.
4월 28일 필름포럼 개봉 직후 특유의 아름다움과 순수함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고 있는 <나그네와 마술사>. 승려 감독이 담백한 화법으로 건내는 불교의 가르침을 놓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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