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와 마술사’ 승려들에게도 이런 모습이?
<방탄승>
일명 ‘두루마리와 동고동락하는 불멸의 승려’ 무명승 (주윤발).
종교와 폭력은 무관할 것이라는 편견은 버려라. 목적이 있다면 종교도 폭력을 허용한다. 누구나 읽기만 하면 엄청난 파워와 영생을 얻을 수 있는 기적의 두루마리. 이를 지켜내기 위해 이름마저 포기한 90세 무명승은 뉴욕에서 후계자 찾기에 나선다. 하지만 역시 대도시 뉴욕은 악의 소굴. 무명승은 두루마리를 손에 넣고자 하는 악당들과의 숨막히는 혈전을 치러야만 한다.
무명승의 특기는 소림무술. 과격하고도 날렵한 몸짓으로 우아하게 악당들을 물리친다. 뉴욕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인지, 주윤발 때문인지 이 무명승, 두 손에 쌍권총 들기도 마다 않는다.
<달마야 놀자>, <달마야 서울 가자>
일명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는(?) 승려’ 암자의 스님들 (정진영 외 다수)
승려들의 인내심이 무한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건 명백한 오산! 수행 중인 스님들에게도 자존심은 있다. 제 멋대로 암자에 들어와 규율을 어그러뜨리는 깡패들에게 해줄 부처님 말씀도 바닥난 바, 암자의 스님들은 정면 결투를 신청한다. 종목은 화투, 삼육구, 잠수 등 다양하다. ‘스님이 화투를..?’ 하는 의구심도 들지만, 용감한 이들은 끊임없이 똥과 피를 싸대며 격전을 치른다. 혹자는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기는 스님들이 일반 ‘꾼’과 다를 바가 없는 모습에 혀를 내두를 법 하나, 이 모두는 ‘부처님의 뜻’이란 게 이들의 변명 아닌 변명이다. 믿거나 말거나.
<보리울의 여름>, <컵>
일명 ‘축구에 미친 승려’ 우남 스님(박영규)과 부탄의 몇몇 승려들
독일 월드컵을 불과 한달 가량 남겨둔 시점. 전국 곳곳을 들쑤셔놓고 있는 축구 열기는 사찰에서도 마찬가지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들을 통해 축구에의 꿈을 키우는 우남 스님. 그는 마을 할아버지들과 축구 중계 방송을 관람하다 해박한 축구지식을 자랑한 통에 축구 코치로 픽업된 경우다. 성당팀과의 경기를 통해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고, 다른 종교를 껴안는 혜안까지 얻게 되니, 일석이조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우남 스님 못지 않게 축구를 사랑하는 또 다른 스님들도 있다. 저 멀리 부탄에서 월드컵 시청에 혈안이 된 니마와 팔덴. 수도승 입문자인 두 소년은 절 전체를 휘감고 있는 월드컵 열기에 감탄하며 이에 동참한다. 역시 스포츠 사랑에는 국경도, 종교도 없다.
<천녀유혼3>
일명 ‘겁쟁이 승려’ 십방(양조위)
귀신 앞에 승려 없다~! 이 무슨 해괴한 농담 따먹기냐고 할 수 있겠지만, <천녀유혼3>의 겁쟁이 십방은 귀신들 앞에서 ‘승려 체면 까먹기(?)’도 불사한다. 주어진 미션은 금불상 지키기. 스승님과 헤어져 홀로 흉가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그는 귀신 소탁(왕조현)의 빼어난 미모에 혼을 빼앗기는 한편, 목숨을 위협당한다. 시종일관 보여지는 과장된 액션과 우스꽝스러운 표정. 과연 이 사람, 승려 맞습니까?
<나그네와 마술사>
일명 ‘이야기꾼 승려’ 수도승(소남 킹)
승려들은 늘 어려운 부처님 말씀만 전할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도 않다. <나그네와 마술사>의 수도승은 불경 대신 이해가 쉬운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다. 간간이 농담도 섞어가면서. 어리석은 나그네 돈덥을 적당히 조롱하면서도 그가 뭔가를 깨우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하는 그는 우리가 가장 만나고픈 이상적인 승려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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