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 1등을 사수하자!
한국은 MP3 플레이어 종주국
2000년 210만대에서 2003년 750만대로 늘어나 연평균 53%의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2002년의 경우 전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생산 기준)의41%를 차지하여, 세계 1등의 위상을 과시한 바 있다. 한국기업들이 초반 주도권을 잡게 된 배경으로 국내 시장 기반 활용, 빠른 상용화 노력,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 등 세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첫째 MP3 플레이어 보급에 유리한 내수 시장 기반이 한국 기업 성장의 토대 역할을 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휴대폰 등의 보급 과정에서 나타난 것처럼 신기술의 수용 정도가 빠르다. 또한 초고속 인터넷의보급, MP3 파일 다운로드 서비스 활성화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MP3 파일 획득이 용이해지면서 MP3 플레이어 보급은 더욱 촉진되었다.
둘째 일본, 미국 등의 선진 IT 기업들이 MP3 플레이어의 시장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제품 개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던 시기에, 국내 기업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상용화에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1997년 국내 기업인 엠피맨닷컴이 세계 최초로 MP3 플레이어를 개발했으며, 연이어 레인콤, 거원시스템, 디지털웨이 등이 MP3 플레이어시장에 가세했다.
셋째 한국 기업들은 재빨리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을 채용하여 지속적으로 신제품을개발했다. MP3 플레이어는 휴대용 제품이라서 제품 수명이 3년 이내로 다소 짧은 편이다. 따라서 신규 모델의 지속적인 출시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레인콤은 신제품 개발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즉, 대용량 Flash 메모리를빠르게 제품에 채용했고, 전문디자인 업체인 INNO 디자인과의 제휴를 통해 끊임 없이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했다. 또한 온라인을 통해 수집된 고객 니즈를 빠르게 펌웨어(운영 S/W)와 신제품 개발에 반영했다.
흔들리는 시장 지위
초반 주도권 획득에 성공한 한국 기업의 입지가 최근 흔들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41%까지 올랐던 세계 시장 점유율이 2003년도에는33%로 하락했으며, 2004년 들어서는 더욱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시장인 미국의 경우 Apple의 iPod가 2003년 21%에서 2004년 65%(9월까지 누계)로 점유율을 늘리면서, 한국 기업의 입지를 크게 위축시켰다. 현재 1위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Apple의 시장 점유율 변화만 따져도 2004년 한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20%대로 추락할 것은 자명하다. 무슨 이유에서 한국 기업의 지위가 이처럼 흔들리고 있는 것인가?
HDD 타입 제품화 소홀이 주원인
한국 기업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그동안 Flash 타입에 주력했던 국내 기업들이 새롭게 떠오르는 HDD 타입의 제품화에 소홀했던 점을꼽을 수 있다. HDD 타입은 Flash 메모리를 저장매체로 사용한 기존Flash 타입 MP3 플레이어와는 달리 하드 디스크를 저장매체로 사용한 제품이다. 2001년 Apple에 의해서 최초로 소개되었던 HDD 타입MP3 플레이어는 당시만해도 크기, 처리속도, 전력소모 등의 문제로 인기를 얻기 어려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인치 초소형 HDD의 성능이 개선되면서, HDD 타입 MP3 플레이어는 2003년에 Flash 타입의 절반 수준인 30% 내외의 시장을 형성하였다. 휴대용 음향기기의 주요기능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듣도록 해주는 것이다. HDD 타입은 저장 용량이 Flash 타입에 비해 훨씬 크기때문에, 여행, 조깅, 학습, 통근등 상황에 맞는 음악을 광범위하게 저장하여 재생하는 데에 유리하다. 예를 들어 512메가 Flash 타입의경우 약 128곡을 저장할 수 있는데 비해, 비슷한 가격대에서 최근 출시되고 있는 4기가 HDD 타입 MP3 플레이어는 1,000곡 이상을 저장할수 있다.
HDD 타입의 성장은 향후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여 MP3 플레이어 시장의 주력 제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경쟁 제품인 Flash 타입에 비해더 빠른 가격 하락 속도로 인해 저장용량 대비 가격 우위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일본 미즈호(Mizuho) 증권에 따르면 초미니 HDD는 매년 30% 이상 기가바이트당 가격이 떨어져, Flash 메모리와의 가격 차이를 유지 혹은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In-Stat/MDR, Jupiter Research 등 다수의 시장조사 기관들은 1~2년 내에 HDD 타입의 시장 규모가 Flash 타입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In-Stat/MDR은 HDD 타입이 매년 45%의 빠른 성장세를 보여 2005년에는 Flash 타입의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한다.
IT 기업의 본격 진입으로 경쟁 가열
HDD 타입의 공셀?밀려 주춤한 한국 기업들은 또 다른 두 가지 도전에도 대응을 해야 한다.
첫째는 Sony, Dell, HP, Matsushita, Philips등 선진 IT 기업들의 시장 참여이다. Sony의 경우 MP3 플레이어의 가능성을 외면했던 실수를만회하고 휴대용 음향기기 전문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MP3 플레이어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9월Walkman 브랜드로 1기가 Flash 메모리를 장착하여 70시간 재생이 가능한 제품을 출시했으며, Sony의 강점인 소형화 기술과 디자인 역량이 반영된 제품들을 연이어 소개할 계획이다. 컴퓨터 제조 기업인 Dell 역시 HDD 타입의‘포켓 DJ5’를 11월에 출시할 예정인데, 자사의 경쟁력 있는 유통망을 적극 활용하여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제품간 융합화 트렌드에 의해 MP3 플레이어 기능을 갖춘 휴대폰, 휴대용 게임기, PDA 등이 속속 등장함에 따라 이러한 제품들과도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Siemens, Audiobox 등은 MP3폰을 출시했다. MP3폰은 특히 저장 용량이 작은 Flash 타입 MP3 플레이어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Sharp, HP, Microsoft 등은 MP3 플레이어 기능을 내장한 PDA를 출시했으며, 휴대용 게임기 영역에서도MP3 재생 기능이 추가된 Sony의 PSP(Play Station Portable), Tapwave의 Zodiac 등이 소개되고 있다.
MP3 플레이어의 중요성 인식해야
이와 같이 사업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 주도권 사수에 나서야 한다. MP3 플레이어는 시장성 자체가 좋을 뿐 아니라, Convergence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MP3 플레이어는 디지털 오디오 분야의 차세대 기기로 CD 플레이어와 휴대용 카세트를 대체하면서 막대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MP3 플레이어는 기존 휴대용제품에 비해 작고 가벼워서 휴대가 간편하면서도 많은 음악을 담을 수 있는데다, 음성 저장, 휴대용메모리 등 다양한기능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MP3 플레이어는 융합 기기와의 경쟁에서도 뛰어난 음질, 경량·소형, 대용량 저장,전용 기기의 간편함과 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한동안 차별적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MP3 플레이어의 시장규모는 2003년 수량 기준으로 750만대, 금액 기준으로는 10억 달러 수준에 그쳐 작은 편이다. 이는 MP3 플레이어가 라이프 사이클로 볼 때 아직 도입기에 있기 때문이다. CEA(미국가전협회)의 2004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가정 보급률이 10% 정도로40%에 이르는 CD 플레이어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과 같은 빠른 수준으로 보급이 확대된다면 3~4년 내에 기존 휴대용 제품을 대부분 대체해서 연간 5,000만대에 이르는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 조사 기관인 IDC는 최근 빠른 보급 추이를 반영해서 2008년 MP3 플레이어 시장 전망을 4,100만대에서 5,000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Jupiter Research는 2008년 미국시장에서만 1,700만대의 시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5,000만대의 MP3 플레이어 시장을 현주력 제품 가격으로 환산하면 금액 기준으로는 100억 달러 규모이다. 이는2008년 스마트폰(190억 달러), 디지털 카메라(170억 달러)등 주요 휴대용 기기 시장의 절반을 상회하는 큰 규모이다.
MP3 플레이어는 Convergence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 기술이 적용되는 제품으로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크다. 통신, 방송 등이 융합되면서 등장하는 멀티미디어 복합 단말의 주요 기술 중 하나가 바로 디지털 오디오 기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MP3 플레이어는 동영상 재생 및 휴대 방송(DMB) 수신 등의 기능과 결합하여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기업의 1등 사수 방안
한국 기업이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1위의 자리를 되찾고 보다 확고한 시장 지위를 굳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과거의 성공 요인과 향후의 환경 변화 방향을 고려해볼 때 다음과 같은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 핵심 부품의 조달 역량 강화
한국 기업들이 남보다 한발 앞서 시장에 뛰어들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전체 원가의 40%에 이르는 Flash 메모리를 원활히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HDD 타입으로의 주력 제품 이동이 대세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내구성과 신뢰성을 갖춘 양질의 초미니 HDD를 적시에 조달받을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HDD 타입은 아직 크기 측면에서 Flash타입보다 열위에 있어서 앞으로도 많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1인치 이하로 내려가는 초미니 HDD의 개발 동향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는 제품을 먼저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 고객 니즈에 맞춘 차별적 기능 추가
MP3폰 등 융합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MP3 플레이어가 소비자에게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 뛰어난 음질 구현, 풍부한 저장 용량, 간편한 조작 등 기본 기능에도 충실해야겠지만, 소비자 취향에 특화된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스포츠, 웰빙, 독서, 수능 준비 등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일례로 Philips의 경우 Nike와 함께 조깅 측정기 기능을 추가한 MP3 플레이어를 출시했다. 이 제품을 사용하면 달리는 동안 음악 감상은 물론 헤드폰을 통해 달린 거리, 속도, 시간까지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다.
● 디지털 컨텐츠 시장 활성화
한국 기업 성장의 토대가 되는 내수 시장 기반을 계속 육성시켜야 하는데, 국내 시장의 경우 최근 저작권 문제 등으로 MP3 파일의 유통에 제동이 걸린 상태이다. 컨텐츠의 가치를 인정하는 방향이 대세라면 정책적으로 MP3 파일의 유통에 대한 명확한 규제 방침을 갖추고MP3 파일 시장을 양성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는 현재의 MP3 뿐만 아니라 향후 동영상 파일의 유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매우 중요하다. 국내 기업들이 동영상 감상 기능이 추가된 MP3 플레이어를 조기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동영상 파일의 유통도 활성화되지않으면 안 된다. 또한 국내 기업들은 온라인으로 직접 디지털 컨텐츠를 판매하거나 온라인 음악판매 기업과 제휴를 맺어서, 기기 판매와의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Apple이iTunes라는 자체 S/W와 연동되는Music Store를 통해 온라인 음악 판매를 겸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iPod의 매출을 촉진시키고 있다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MP3 플레이어는 한국이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초반의 시장 주도권을 차지한 경험도 있다. MP3 플레이어의 시장성과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MP3 플레이어를 휴대용 A/V 기기에서의 강자로 자리매김하는 굳건한 발판으로 만들어 새로운 성공 신화를 써나가야 할 것이다. - LG경제연구원 김성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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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연구원 3777-05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