횃불문학상 수상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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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문학신문사
2006-05-17 09:20
서울--(뉴스와이어)--횃불문학상 추진위원회에서는 2006년 5월 17일에 횃불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했다. 수상자는 박시원(본명 박관용) 씨로 지금은 유명을 달리 하여 세상에 없는 작가이지만 그 작가의 높은 문학성을 기리고자 선정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죽음을 몰고 오는 장애 및 질병과 필사적으로 싸우면서 평생 동안 글만 쓰면서 살아왔어도 제도권 문단에서 소외되어 변변한 문학상 한 번 타보지 못했던 문인, 살아생전에 세상에서 자신의 작품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작고한 문인의 작품에 대해서 문학적 가치와 인간정신의 숭고함을 인정해 주고자 하는 것이라는 횃불문학상 추진위원회의 발표이다.

이미 평범한 생활에서 갇히어버린 영어(囹圄)의 몸으로 작품만을 잉태했던 그에게 횃불문학상 추진위원회에서 인정한 작품은 그가 특히 죽음에 임박하여서도 주저하지 않고 철저히 자신의 영혼을 쥐어짜며 마지막 남은 생명까지 갉아먹으며 오직 글 속에 생명의 진실을 투영시키기 위해 이 시대의 골박힌 어둠을 향하여 필사적인 존재의 찬미로 횃불을 밝히며 혼신의 힘을 기울여 출간한 장편 소설 <박진나루>이다. 박시원은 이 장편 소설 <박진나루>를 출간하고 얼마 안 되어 일반인의 약 4분의 1밖에 안되는 폐로 숨가쁘게 몰아오던 생의 끈을 끝내 놓고 슬픈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박시원의 장편소설 <박진나루>는 4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 ‘아버지의 조건’, 2. ‘생애 가장 긴 만남’, 3. ‘전진기어가 없는 자동차’, 4. ‘허리병 세대’로 되어있다.

1부의 ‘아버지의 조건’은 본질적인 존재의 사유에 대한 탱탱한 만남과 이별에 의한 긴장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구절부터 "아버지는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 같았다"고 나온다. 그리고 1부의 마지막 구절도 "일곱 살짜리 연희가 집을 가출해서 우리를 바짝 긴장시켰던 것도 그 무렵 이었다"고 말하며 특히 ‘긴장’이란 평범한 언어를 당겨지는 활시위처럼 한껏 끌어당기고 있는데 삶을 영원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자못 무게감을 더해주며 자유하기 위해 활시위에 발목 잡힌 화살의 상황처럼 자유하기 위해 향유하는 삶의 현실이 자유스럽지만은 않은 실존의 끈을 끈질기게 연결하여 작가의 체험적 영상물과 함께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2부는 ‘생애 가장 긴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역시 분량도 제일 길다. 그러면서 긴장의 끈을 역시 죄어가면서 밀도 있는 언어로 튼튼한 샘물처럼 각 구절의 줄기마다 퍼올리고 있는 것은 이 작가의 끊임없는 본질적 사유에 의한 실존적 자유에의 생명력이다. 삶의 한 폭이 여지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이도록 묘사하고 있는 인간미 진한 서정은 매우 일품이다. 특히 살벌한 언어들도 부드럽게 인식되는데 그런 현상은 아마도 작가가 서민적인 욕설의 미학을 탐색하며 골몰하여 얻어낸 언어의 생기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욕설과 함께 섞여 나오는 구수한 사투리와 억양까지도 바로 앞에서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 현실감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3부의 전진기어가 없는 세대처럼 우리의 역사적 현실 속의 서민의 삶은 미래가 없는 듯이 보인다고 서늘하게 웃는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언어적 기술은 특유한 정서적 파노라마를 형상화 시켜놓는 데 성공하여 미래는 없지만 없는 미래가 기쁨의 현실로 들어오고 있음을 독자가 무난히 채득하게 한다. 이 장편소설에는 농익고 농익은 언어의 유희에 의해 암울한 어둠이 이웃처럼 오히려 정감 있게 표현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절망의 덩어리가 그의 문학적 삶의 어귀 어귀에서 질펀하게 나뒹군다. 그러나 희망의 햇덩이 같은 삶의 깊이가 박진감 있게 도사리게 유도하고 있는 것은 그의 오래 숙성된 문학적 여정의 결과로 본다. 3부의 ‘전진기어가 없는 자동차’처럼 우리의 미래로 향하는 길은 우리가 가고자 해서 가는 것이 아니고 세월이 우리를 데려가는 것임을 깨닫게 한다. 마치 죽음이란 것도 우리가 원해서 가는 것이 아니고 이미 정해진 통로로 행하는 것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마침내 긴장의 끝에서 언어와의 줄다리기를 멈춘다. 4부의 ‘허리병 세대’의 목마름으로 그는 그의 나이 인생의 허리쯤에서 절필했다. 끊임없이 줄기차게도 생의 물관과 체관으로 다가오던 죽음의 영양분을 뽑아 올려 유한한 시간 세계의 종착역을 맞이해야 했던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이 "망각하기보다는 숫제 지워버리고 싶은 금세기의 마지막 여름이, 내게는 무지무지 힘들게 지나가고 있었다"며 끝난다. 그의 짧은 생애가 그렇게 갔다. 그렇게 신에 의해 그의 유배된 시간은 이미 비정상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필연적으로 죽음의 냉동실에서 얼어붙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책 하나, 이 <박진나루>가 생생히 살아서 우리의 가슴을 적시고 있는 것은 왜일까?

그의 장편 <박진나루> 중에서 몇 마디를 끊어와 본다. "묻혀있던 오십년 저 편의 역사 그리고 그 역사만큼이나 깊고 넓은 우정이 어느 날 갑자기 뚜껑이 열리며 밝은 태양 아래 드러난다. 미이라였다. 근래 들어 이집트를 비롯한 사막지대에서 미이라가 많이 발견되긴 하지만 거기에 비하면 황재성의 시신은 <미이라>라고 하기보다는 냉동으로 보존해온 냉동인간에 가까운 편이었다. 지하에서 오십년을 건너온 육체. 그는 아직 펄펄 살아 있었다."고 박시원은 이야기한다. 그렇듯 우리를 향하여 미소하듯 우리의 가슴에 그는, 우리들 자신의 냉동창고에서 싸늘하게 살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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