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소비자연대-“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대책은 소비자의 안전과 권리를 우선해야 한다”

서울--(뉴스와이어)--최근 보건복지부는 국민이 의약품을 저렴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약가를 억제하는 정책을 기본으로 하는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이는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반면, 의약품에 대한 급여보장성이나 소비자의 안전과 권리를 해칠 수 있는 약제비 억제정책은 경계할 필요가 있음을 제기하고자 한다.

의약품의 소비는 정부의 정책과 의료제공자(의사, 약사 등)의 처방조제 행위가 없으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 국민은 제공자 중심의 의약제도 하에서 알게 모르게 의약품을 과잉소비하거나 오남용하는 피해를 입어왔다. 2000년부터 의약분업제도를 도입해 의약품의 과용과 오남용을 방지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나 아직도 의료제공자와 제약기업간의 이해관계 및 정부당국의 방심으로 인해 과잉투약 등 부적절한 의약품 소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우리 국민이 질이 담보된 의약품을 보다 안전하고 비용 효과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금번 정부당국이 발표한 약제비 적정화 대책이 계획대로 강력히 추진되기를 바라며 더불어 몇 가지 우려와 제안 등 소비자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1. 보험적용 의약품에 대한 선별등재시스템(Positive List)은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도입과 함께 이미 시행되었어야 하는 제도로서, 그동안 이의 시행을 미루어 온 정부는 이를 반성하고 소비자 중심의 사고로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 거의 모든 국민이 포함된 국민건강보험제도 하에서 제약기업이 생산, 공급하는 많은 의약품 중에 좋은 것만 골라 사용토록 하는 선별등재시스템은 일반 가정에서 백화점에 진열된 수많은 생활 잡화 중 필요한 것만 골라 소비코자 하는 알뜰살림 정책과 다를 바 없기에 이러한 제도는 건강보험제도 시작 시점부터 도입되었어야 한다. 이러한 선별등재시스템은 이미 미국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에서 오래 전부터 실시해 오고 있는 제도이므로 그 동안 의약품정책을 책임지던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그 동안 정부의 소극적 정책으로 인한 보험재정의 낭비 등 우리 국민이 감당하였던 피해에 대해 정부당국은 반성하고 책임을 지는 자세와 함께 향후 제도 시행에 단호함을 보여야 할 것이다.

2. 약가인하는 환자들이 필요한 의약품을 적시에 소비할 수 있도록 공급기반을 해치지 않도록 시도되어야 한다.

제약기업과 보험자가 약가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협상이 합리적이고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환자에게 유용하거나 필수적인 의약품의 공급이 지연되어 의료현장에서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고, 또 일부 필수의약품의 경우, 이윤을 추구하는 제약기업이 생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우려한다. 이에 정부당국은 의약품의 생산, 유통 및 소비 기반을 시급히 개선하여 필요한 의약품이, 필요한 환자에게, 필요한 때에, 필요한 양만큼 공급되어 적정 소비될 수 있도록 하고 이러한 기반 위에서 약가인하를 과감히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3. 의약품 소비를 양적으로 줄이고자 하는 노력에 앞서, 강도 높은 처방조제의 질 평가제도를 시행하여 불필요한 의약품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

의약품 사용의 안전과 질이 담보되지 않는 약제비의 양적 억제(처방건당 약품 품목 수의 통제 등)는 자칫 의약품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전체 의료비를 상승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따라서 처방조제의 질평가제도를 우선 강도 높게 시행하여 불필요한 의약품 사용을 억제하는 것이 약제비를 줄이는 동시에 소비자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강조한다.

4. 처방행태 개선에 따라 절감되는 약제비를 의료계의 수가 인상에 투입하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다.

정부가 발표한 내용 중 “의료계의 자율적 처방행태 개선을 유도하고 절감되는 약제비를 수가에 반영한다”는 부분은 국민이 부담하는 보험료에 대한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우리 국민은 현재의 처방행태가 적절하다는 전제 하에 처방료를 포함한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으며 국민을 대신하여 보험자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부적절한 처방행태를 통제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의료제공자에 의한 부적절한 처방행태는 당연히 자율적으로 개선해야 할 의무사항이기 때문에 이러한 당연한 의무 이행에 대해 별도의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의료수가를 높이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더욱이 이는 절감되는 약제비(분자)를 전체의료비(분모)로 이행시켜 자칫 전체 의료비 중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으므로 더욱 우려되는 부분이다. 우리는 이러한 언급을 해석함에 있어서 정부당국은 아직도 소비자의 입장보다는 의료제공자의 입장을 우선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기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약제비 절감 부분을 불필요한 의료수가 인상에 낭비하지 말고 의약품의 안전한 소비 기반을 구축하고 의약품에 대한 급여보장성을 확대하는 등에 사용해야 함을 강조한다.

5.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시행으로 인해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필수적인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의약품의 적정수급을 위해 의약품 생산기반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제약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되고 국가발전을 위해 보호 육성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한편, 외국기업이 공급하는 의약품 또한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하기 때문에 국내 생산 의약품과 수입 의약품이 공정한 경쟁체제에서 질 경쟁으로 공급 기반이 확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올바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결과에 대해 수긍할 수 있도록 의약품에 대한 평가가 투명한 원칙하에 공개적이고 전문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6. 품질이 보장된다면, 저가약이 소비될 수 있도록 정부는 보다 강력한 보완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많은 선진국에서는 고가약보다 저가약이 대체, 소비될 수 있도록 참조가격제 등 실효성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시행, 이해관계에 있는 직능단체의 입장보다 일반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여 저가약이 보다 많이 소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당국은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에 따라 보다 값싼 의약품이 소비됨으로써 절감된 약제비가 보장성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하는 데 적극 노력해 주길 바란다.

우리는 정부가 약제비 사용의 적정화를 시도함에 있어 자칫 간과할 수 있는 점을 위와 같이 지적하며 소비자의 권리와 안전이 보장되는 최소한의 조건 위에서 정책이 차질없이 시행되기를 바란다.

소비자들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데 있어서 안전과 질이 확보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해 왔으며, 앞으로도 비용지불 용의가 있으나 만일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의 명분이 명확하지 않은 의료수가 인상 및 인센티브 제공은 소비자 이익에 반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약품 생산, 유통 및 소비 기반은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과 함께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지혜를 모으고 항상 소비자 중심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녹색소비자연대 개요
녹색소비자연대는 비영리 비정부 사단법인이다.

웹사이트: http://www.gc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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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미 상임위원 ( 02-3273-7117 , 017-205-92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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