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 구분, 학생-학문발전 가로막아” 24일 과실연 포럼...김영식교수 주제발표

서울--(뉴스와이어)--모든 고등학생이 의무적으로 택일해야 하는 ‘문과’와 ‘이과’의 인위적 구분이 우리 교육과 학문에 미치는 악영향을 진단하는 토론회가 열린다.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www.feelsci.org)은 오는 24일 오후 4시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고교 문·이과 꼭 구분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문·이과 구분을 넘어 지식시대의 균형 잡힌 교육을 모색하는 포럼을 갖는다.

우리나라는 문·이과 선택을 학생들이 성인이 되는 필수적 과정의 하나로 받아들일 만큼 당연히 여기고 있지만, 이것이 개인의 학습 뿐 아니라 학문의 발전도 가로막는다는 것. 이번 포럼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문·이과 구분이 낳은 기형적인 교육현실을 짚어보고, 여러 학문 분야에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을 찾는 토론의 자리가 될 것이다.

김영식 서울대 교수(동양사학과,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는 주제발표문은 통해 “문이과 구분으로 인해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전공 공부의 폭을 좁아지고 과학기술과 일반문화의 유리 상태를 심화시키며 학문의 균형발전도 가로막는다”고 주장한다.

이날 포럼에는 과실연 공동대표인 민경찬 연세대 수학과 교수가 토론 사회를 맡고 이동기 서울대 경영대 교수, 현종오 월계고 화학교사, 오대영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명관 LG CNS 상무·인사담당, 허경철 교육과정평가원 수석연구위원이 토론자로 나선다.

다음은 이번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영식 교수의 주제발표 주요 내용.


우리나라 학문과 교육에서는 ‘문과’와 ‘이과’의 구분이 유난히 심해 일단 둘 중 하나를 고르고 나면 그 선택이 학생의 앞날에 굉장한 제약을 가하는 테두리가 된다.

문·이과 구분이 학생들 머리 속에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아 학문과 관련된 모든 것을 문과와 이과로 구분하는 버릇에 젖으면, 이러한 인식이 일반 사회로까지 이어져 문·이과 구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지난 1993년 첫 대학수학능력시험 때 문·이과 구분을 두지 않아 난이도 조절에 문제가 생기자, 고교 교육과정의 균형을 바로잡는 대신 수능시험을 다시 문·이과로 나눠버린 일도 교사·학부모·교육행정가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문·이과 구분 원칙에 어긋난 일에 맹목적으로 저항한 사례였다.

또한 문·이과 구분은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전공 공부의 폭을 좁히는 문제가 있다. 경제학을 전공하는 학생은 ‘이과’인 수학을, 해양학을 전공하는 학생은 ‘문과’인 사회과학을 무시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문·이과 사이의 장벽은 결국 ‘문과인’과 ‘이과인’ 사이에 무지와 편견으로 인한 대립을 낳고, 과학 기술과 일반 문화의 유리 상태를 심화시킨다. “일반인들은 과학기술을 잘 몰라도 되고, 과학기술자들은 사회와 문화에 초연해도 된다”는 비뚤어진 인식이 문·이과 구분이 철저한 우리 사회에서 유난히 심각한 이유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문·이과의 구분은 ‘실체가 없는’ 임의적인 것이다. 학문의 내용에 실제로 존재하는 아니라 관념적·제도적으로 나눈 것이라는 얘기다. 과학자 뉴튼(Issac Newton)이 신학과 철학에, 유학자 이황(李滉)이 천문역법에 관심을 갖고 공부했듯 역사적으로 위대한 학자·사상가들은 여러 분야에 조예가 깊었다. 더구나 학문분야간 경계가 더 흐려지고 복잡해진 현대에서는 한 가지 학문에도 여러 가지 접근법이 한꺼번에 요구되는 것이 현실인 만큼, 맹목적으로 모든 분야를 문·이과로 나누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문·이과의 경직된 구분은 학문의 균형 발전도 가로막는다. 사회와 문화가 복잡한 성격을 띠게 되면서 함께 나타나는 복합학문의 경우가 그것이다. 환경학, 정보학 같은 신분야 뿐 아니라 농학, 건축학, 체육학 등 비교적 오래된 분야도 문과나 이과 중 어느 한 분야에 묶는 것은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의 학문적 제도나 관습은 학문 분야를 억지로 구분해서라도 한 쪽에 집어넣을 것을 강요하고 있다. 학문의 결과보다 형식적인 분류를 우선하는 것이다.

심리학, 지리학을 관습적으로 문과에 속하게 함으로써 이들 분야의 성격이 크게 좁아져 버린 것이 그 예이다. 지난 70년대부터 자리잡기 시작한 해양학은 이과로 분류되어 왔는데, 반대로 만약 해양학이 문과로 분류되었다고 가정하면 그 분야가 해양물리학·해양화학·해양생물학 만으로 이뤄지는 지금 상황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은 오늘날 사회와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현상의 하나이다. 전통적인 인문학의 핵심분야들도 진정한 인문학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문화의 모든 영역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문·이과의 장벽 때문에 과학기술을 외면하거나 제대로 다룰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본래 중국 전통문화에서 ‘文‘과 ’理‘라는 개념은 각각 문화와 전통, 근본 원리나 원칙 등을 지칭하여 어느 정도 구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서로 대립된 개념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포함할 수 있는 개념이었다. 서양 학문에서도 ’humanism'과 ‘science'간에 우위를 주장하는 대결이 있었으나 좁은 범위에서 교육의 목적과 강조점의 차이를 나타냈을 뿐 학문 자체를 양쪽으로 나눈 것이 아니었다. 결국 우리 사회의 경직된 문·이과 구분은 역사적 근거도 실체도 없는 관습이므로 타파해야 할 당위성이 명백하다.

행사 진행 및 문의는 과실연 사무국(02-501-9825, www.feelsci.org).

웹사이트: http://www.feelsci.org

연락처

사무국 02-501-9825

국내 최대 배포망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