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중국 부동산 시장, 꼭지점에 왔나’
중국 제2대 포털인 소후닷컴(sohu.com)의 지난 주 설문조사에서 중국 네티즌들은 정부의 조치가‘뒤늦은데다’,‘ 과거 처럼 긴축조치 이후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날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징의 향후 부동산 가격을 묻는 질문에도 60%의 설문 참여자가 상승 쪽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이번 고강도 대책으로 중앙정부와 시장의 힘겨루기 성패는 예측불허의 국면을 맞았다.
현재 중국에 투자한 한국의 사업자는 대략 3만개. 중국에 사업장을 벌여 놓은 기업, 개인은 물론 중국 거시경제의 파장을 강하게 받는 한국경제 역시 중국 부동산시장의 풍향에 둔감할 수 없다. 더욱이 최근 해외부동산투자 자유화 조치까지 겹쳐 중국 대도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크게 고조된 상태였다.
부동산투자의 과열
모든 거시경제 이슈가 다 그렇지만 중국 부동산 문제 역시 중국 거시경제의 각종 문제들이 응축된 사례다. 게다가 거대한 시장의 실상을 파악하기가 녹록치 않다. 심지어 북경의 올 1분기 부동산가격 상승률을 놓고도 국가통계국(7.1%)과 북경건설위원회(14.8%)의 집계치가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과열로 단정하고 냉각요법을 총동원하기엔 금융권이나 실물경제에 미칠 파장이 걱정스럽다. 부동산 투자열기에 편승해 살림을 꾸려온 지방정부의 입장을 생각하면 정치적으로도 부담스럽지 않을 수없다. 이번 글에서는 이 같은 정보의 한계를 염두에 두고 중국 부동산 시장의 실상을 가능한 객관적으로 파악해 본다. 이를 통해 과열 거품론을 평가하고 향후 중국 부동산시장의 움직임을 내다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부동산투자가 중국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는지를 살펴보자. 중국경제의 고정자산투자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투자액의 비중을 보면 ‘투자억제, 소비확대’라는 중앙정부의 열망을 비웃듯 고정자산 투자는 올 1분기 27.7%나 늘어났고 그중 부동산 투자비중이 20%를 넘어섰다. 베이징 상하이의 부동산 투자비중은 전체 고정자산 투자의 절반을 넘어설 정도다.
부동산투자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주거용 토지가격의 앙등을 부채질한다. 고급주택용 토지가격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20% 이상 치솟는 등 토지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다소 수그러지긴 했지만 여전히 전년 동기 대비 5% 이상의 상승률이다. 토지가격 상승은 주택가격 상승에 반영돼 고급주택 및 일반주택의 가격상승률은 올해에도 5~8%대에 이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주택가격 상승세를 이끌었던 상하이가 올해 들어 소강상태를 보이는 대신 베이징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반면 주택 임대가격 지수의 상승세는 주택가격 상승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 3월 말 기준 임대가격은 전년 동기에 비해 1.1% 상승에 그쳤을 뿐이다. 고급주택의 경우엔 오히려 미소하게나마 하락세를 보였다. 부동산 투자 열기를 선도하고 있는 베이징과 상하이의 경우 각각 3.7%, 2.7% 상승에 그쳤다.
고급주택일수록 판매가 상대적으로 부진
주택투자 증가세가 과열이고 가격에 거품이 끼어있다면 이는 주택 실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이를 따져보자. 베이징 시정부가 최근 부동산시장 투명화 대책의 하나로, 강제로 공개시킨 아파트 판매율 현황자료를 보면 외국인 등 부유층 선호도가 높은 조양구(朝陽區)와 베이징 중하위 자산계층의 선호가 높은 창평구(昌平區) 중 2005년부터 등기권리증(房産證) 양도가 시작된, 완공된 아파트(現房)를 각각 7개 골랐다. 당연한 현상이지만 권리증 양도가 시작된 지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판매율이 높다.
중국은 한국처럼 아파트 공사장에서 첫 삽을 뜨기 전 대개 분양이 진행되는 것과 달리 완공시기를 전후해 판매가 본격화된다. 따라서 현재 공사중인 아파트단지(期房)까지 포함시켜 판매현황을 집계하면 판매율은 극히 부진할 수밖에 없다. 베이징시 건설위원회에 따르면 4월말 현재 미판매율은60%(면적기준)에 이르지만, 이는 갓 기공식을 마친 주택단지도 포함하는 것으로 한국 부동산시장의‘공실률’과는 다른 개념이다. 특기할 점은 1㎡당 판매가격이 2만 위안 안팎인 고급 아파트일수록 판매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개발업자가 가격을 낮춰 판매하기 보다는 금융비용을 부담하며 높은 가격대를 떠받치고 있다는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조양구의 고급 주택가격은 중국 내국인들의 구매력수준을 크게 넘어섰기 때문에 미국, 홍콩 등 사실상 외국인들의 매입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이들 고급주택 시장에 대해선 중국 전문가 중에도‘국제수준에 비춰볼 때 거품론은 지나친것’이라는 주장을 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편 연 소득 20만 위안 이상인 중상위 자산계층의 경우엔 핵심상업지역(CBD)의 고급아파트보다는 창평 등 외곽에 위치한 중저가격대의 아파트를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다. 1㎡당 5,000~10,000 위안대를 이루는 중간 가격대 아파트 수요층은 대단히 넓게 포진해 있으며 따라서 상대적으로 매기도 좋은 편이다. 그렇지만 소득상승과 대도시 집중현상으로 중산층의 주택수요가 나날이 커가는 데도 완공된 아파트가 광범위하게 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가격에 거품이 끼어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들의 아파트 불매운동이 시작됐고, 이들의 원성이 집중된 시장이 바로 1㎡당 1만 위안 안팎의 중간 가격대 주택들이었다. 대기수요가 가장 많은 시장에서 가격 거품론이 제기된 셈이다.
중국 도시민 가처분소득의 증가세와 주택가격의 증가세를 비교한 것을 보면 1998년의 수준을100으로 놓았을 때 2005년 주택가격은 138만큼 오른반면 가처분소득은 193으로 치솟았다. 소득에 비춰본주택구입 여력은 개선되는 추세다. 아시아 주요 도시 주택가격의 연평균 소득대비 배율에서는 가장 부동산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 상하이 조차도 아시아의 다른 대도시 지역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다.
거품론의 뿌리엔 주택투자의 불균형
그런데도 중국인들의 주택시장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불매운동까지 벌어진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첫째 과거 주택배급 시절의 관성이 어느 정도 잔존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주택 및 소득의 동반상승세 속에서 그 산술적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는(소득배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상실감이 또 다른 요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중저가 주택투자의 부진을 꼽을 수 있다.
최근 3개년 서민주택의 투자비중을 보면 주택부문 투자급증세가 무색하게도 그 비중은 3%대에 머물고 있다. ‘경제적용방(經濟適用房)’이라 불리는 저가주택은 정부 주택공급 계획에 맞춰 부동산업체가 개발, 판매하는 것으로 농지전용에 따른 부담금(土地出讓金)이 면제되고 각종 세금을 절반이나 감면해주는 대신 개발이윤을 3% 이내로 억제한 주택. 따라서 개발상 입장에서는 들이는 품에 비해 이윤이 박한 시장이다. 이 사정은 지방정부에게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개발 시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수입은 고가에 토지를 개발상에게 넘길수록, 개발로 토지가격이 치솟을수록 높은 세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부동산 관련 세금은 대부분 지방정부에 귀속되는 지방세로 분류된다. 때문에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중저가 주택개발에 매진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1994년 분세제 개혁 이후 지방정부의 재정난을 여실히 보여준다.
명분이야 어떠하든 개혁으로 지방정부의 돈줄을 묶어버린 것은 중앙정부였다. 지방정부의‘부동산 세금장사’를 어느 정도 방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같은 지방정부의 열악한 살림구조, 부동산 개발업체의 이윤추구가 서로 맞물려 부동산투자의 활황 속에서 중저가 주택투자가 평균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순을 낳은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고도성장기에서 중저가 주택의 공급이 여의치 않으면 만성적인 가격상승압력을 낳고 이는 시장참여자들에게‘부동산 불패신화’를 각인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나 중개업자들 입장에서 실탄만 충분하면 늦게 팔수록 수지맞는 장사다. 정보의 편중성과 불투명성을 틈탄 개발업체들의 교란행위가 바로 거품론이란 역풍을 불러온 것으로 풀이된다.
구조적인 시각에서 살펴볼 때 현재의 거품론이 긴수명을 가질 것으로 생각하긴 어렵다. 도시화, 소득수준 향상, 주거면적 상승 등의 영향으로 주택수요는 갈수록 커갈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급-중저가 주택의‘수급 불일치’를 가능하면 빨리 해소하는 것이다.
과거와 달라진 5.29 대책
최근 수개 년의 부동산 시장안정책은 주로 과도한 부동산 가수요를 약화시키기 위해 부동산 관련 대출이율을 미세하게 높이는 식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미조정이 수개월 뒤 시장의 반등을 초래했고 투기꾼, 개발상, 지방정부의 상승 기대심리를 더욱 굳건하게 만드는‘백신기능’을 해왔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지난달 29일 국무원 판공청이 내놓은‘주택공급 구조조정과 주택가격 안정화에 대한 의견’은 중저가와 고급주택의 부문간 불일치를 가져오는 구조적 문제에 메스를 들이댔다는 점에서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특히 지방정부의 계획 이행상황을 감찰부등 사법기관을 동원해 점검케 한 것은 지방정부의 지역이기주의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중앙정부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반면 금리조정과 같은 거시경제 전 부분에 파장이 미치는 대책은 부동산 대출금리에 국한시켰다. 4월28일1년 만기 부동산대출 이율을 5.58%에서 5.85%로 조정한 것이 현재까지 발표된 전부이다. 그것도 11차5개년규획이 강조하는‘소비주도 경제’로의 이행을 위해 수신금리는 함께 높이지 않았다.
정부 대책이 전반적인 거시조정 정책보다는 부동산 산업 내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산업정책으로 흐르는 것은 자칫 부동산경기가 전반적으로 급락할 경우 성장률이나 취업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가 부동산 개발부문의 수익성에는 큰 부담을 줄 것이기 때문에 투자과열에는 일정부분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역으로 중앙정부가 현재의 과도한 경제성장률 수준이나 부동산 대출비중, 부실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금융부실이 급격하게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 작용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4대 국유상업은행 중장기 대출의 34.5%가 부동산 대출이었으며, 이들 중 부실대출 비중은 4.5%에 불과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향후 주택가격은 과거처럼 시장 전반의 상승세를 기대하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고급 주택의 공급이 줄어든다면 고가주택의 가격상승세는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저가 주택은 공급확대를 예상한 수요자들의 구매시점 연기로 단기적으로 현 가격대를 유지하기 힘겨울 것이다. 다만 중국 경제성장이나 도시화 추세 등을 종합해 볼 때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LG경제연구원 박래정 연구위원
웹사이트: http://www.lgeri.com
연락처
LG경제연구원 박래정 연구위원 북경 이메일 보내기 3777-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