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지각변동 예상되는 중국 가전 유통업계’
위의 발췌기사처럼 4년 전 혜성과 같이 등장했던 궈메이(國美), 쑤닝(蘇寧) 등 가전전문점들은 현재 대도시 가전유통 시장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주류 유통으로 성장해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4년 전에 불었던 유통업계 변화의 바람이 올해 들어 다시 한번 불고 있다는 점이다. 바람은 베스트바이(BestBuy)라는 북미 최대 가전전문점과 중국 로컬 가전전문점 간의 일촉즉발의 대치상황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이 바람은 경우에 따라서는 중국 유통산업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허리케인급 폭풍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가전전문점은 어떻게 성장해왔나
가전 유통업계의 후발 주자인 가전전문점은 제조업체로부터 저가에 제품을 구매하여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 그 성장에 일조(一助)한 글로벌 기업들은‘이제는 호랑이 새끼를 키워놓은 꼴’이 됐다며 탄식한다. 지역 보수 유통의 폐단을 지적하며 등장했던 궈메이는 이제는 오히려 No.1 유통기업의 지위를 이용하여 제조업체의 이익을 편취하고 있다.
잘 알려진 업계의 상식 중 하나는 궈메이가 제조업체로부터 유용한 자금을 가지고 부동산에 투자해 큰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체는 제조업체로부터 납품 받은 제품 대금을 일정 시점에 지불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궈메이는 지불해야 할 금액 중 30% 가량을‘소비자 반품 및 재고에 대한 부담금’이라는 명목으로 체불하고 있다. 궈메이의 연 매출을 약 400억 위안으로 본다면 100억 위안 이상의 자금을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부동산에 투자하여 큰 이익을 챙기고 있다. 결과적으로 궈메이의 사장인 황광위(黃光裕)는 작년 중국 최고의 갑부로 떠올랐다.
쑤닝과 용러(永樂)는 증시 상장,모건스탠리로부터 거액의 외자 유치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2-3급 도시 내추가 점포 개설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도시의 경우 가전전문점의 침투율(Penetration Rate)은 이미 80%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성장의 여지가 많지않다. 따라서 올해부터 가전전문점의 2-3급 도시 공략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2-3급 도시의 경우 아직 전문점 진입 정도가 낮아 업계의 추가 성장 가능성을 밝게 하고 있다.
업체간 경쟁 가속화로 수익성 악화
성장일로에 있던 가전전문점들에게 최근‘수익성 악화’라는 브레이크가 걸렸다. 본래 중국 유통은 다분히 지역 폐쇄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단일 기업이 광활한 중국대륙의 유통망을 모두 커버하기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하이를 대표하는 용러, 난징(南京)을 대표하는 쑤닝, 화북지역을 대표하는 궈메이와 같이 각자의 홈 그라운드 내에서 착실한 기반을 닦아왔다. 하지만 평화롭던 삼국 시대는 끝나고 전국에서 서로의 영역을 빼앗는 춘추전국시대의 국면으로 치달았다.
상하이, 베이징, 난징 등 경쟁이가장 치열한 시장에 가보면 반경 500미터 이내에 궈메이, 쑤닝, 용러점포가 인접해 있는 것을 발견할 수있다. ‘내 이익이 줄어들더라도 네가 맘 편히 돈 버는 건 막아야겠다’는 전술이다. 이처럼 전문점들은 주요 전략지역에서 출혈 경쟁을 일삼게 되었고 이로 인해 단위 점포당 매출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무리한 점포 확장으로 인한 단위 점포당 매출 하락은 곧 업계 전반의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가전전문점이 수익률 보전을 위해 제조업체에게 고통을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유통업체가 만만한 제조업체들을 살찐 양(肥羊)이라 부르는 현실에서,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 가전전문점의 횡포는 이미 업계가 모두 인식하는 골칫거리며, 최근에는 이에 대응하는 제조업체의 연합적인 움직임까지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전산업 내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간의 관계개선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3+1 경쟁 구도
지난 4월 업계 3위의 용러와 업계 5위의 따중(大中)이 합병을 발표함으로써, 중국 가전 유통업계는 3강 체제로 들어섰다. 용러는 주로 화동 지역에서, 따중은 화북 지역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두 기업간 합병은 1,2위 업체인 궈메이와쑤닝을 위협하는 뉴스였다. 매출 규모 면에서도 궈메이 400억 위안, 쑤닝 350억 위안에 이어 용러+따중이 약 300억 위안으로 경쟁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3강 구도가 완성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5월, 베스트바이(BestBuy, 百思買)가 오랜 기간의 협상 끝에 업계 4위의 우싱(五星)을 합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합병 규모는1.8억 달러 규모로, 베스트바이가 우싱 지분의 56%를 소유하게 됐다. 또한 현 우싱 브랜드를 계속 사용하며(베스트바이와 우싱 브랜드를 모두 활용하는 듀얼 브랜드 전략), 우싱의 경영진들도 그대로 자리를 유지하게됐다. 이는 베스트바이가 중국 시장진입을 위해 우싱과의 협상과정에서크게 양보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새로 출범한 베스트바이-우싱전기는 향후 5년 내중국 전역에 1000여 개 점포를 개설, 2010년까지업계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베스트바이의 우싱 인수는 기존 3강 구도를3+1 구도로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4강이 아닌‘3+1’의 의미는 로컬 3강 업체가담합하여 베스트바이-우싱에 대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산업 내 Dynamics 변화 조짐
베스트바이의 경쟁 전략은 4년 전 궈메이의 시장개척 전략과 흡사하다. 두 경우 모두 유통업계의 폐단을 개선하는 데서 경쟁우위 확보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폐단 중 대표적인 것이 앞에서 언급한 제조업체가 판매한 제품의 유통 재고분 만큼의 채권을 유통업체에서 보유하는 관행이다. 이에 대해 우싱의 사장인 왕지엔궈(汪建國)는 기자회견을 통해‘우싱은 향후 업계의 관행인 체불 채권을 근절하고, 계약에 의거해 기한 내 매입대금을 지불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존 전문점의 수익 모델을 전면적으로 부정한 이번 선언은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던져주고 있다. 이 관행이 제조업체로부터 대대적인 호응을 얻을 경우, 기존 업체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결국 과거의 유통업체 위주의 질서가 무너지고 제조업체의 권익이 향상된 새로운 업계 관행이 탄생하게 될지도 모른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유통질서가 정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멘스(Siemens)는“베스트바이와 우싱의 합병은 중국가전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앞으로 올 변화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속내를 비췄다. 또한 하이얼은“어떤 기업이든지기업 내부의 장벽과 기업 간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말해 향후 베스트바이와의 협력 의지를 밝힌바 있다.
향후 베스트바이는 대형 제조업체들을 하나 둘씩 포섭하려 할 것이며, 기존 3강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업체들을 어르고 달래려 할 것이다. 어느 진영이 전쟁에서 승리하게 될 지 모르나 제조업체에게 과거보다는 더 유리한 국면으로 상황이 바뀌고 있음은 분명하다.
로컬 전문점들의 대응
베스트바이는 상하이 1호점 개점을 눈앞에 두고있다. 이 점포는 기존 전문점의‘저렴한 가격’위주 전략과 차별화해‘고객의 쇼핑 체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의 가전전문점 매장은 대부분 규모가 작고 협소하다. 이는 고객의 편의보다는 비용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 극대화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고소득층 소비자들의 경우‘쇼핑의 편리함’, ‘쇼핑의 쾌적함’에 대한 강한 니즈를 가지고 있다. 베스트바이는 이를감안해 고소득층 소비자를 타겟으로 한 체험 마케팅에 주력, 경쟁사와 차별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응하는 궈메이의 전략은 매우 적극적이다. ‘너희가 하려고 하는 것을 못하게 할뿐 아니라 내가 먼저 하겠다’는 것이다. 궈메이는 프리미엄급 매장인 펑룬(鵬潤)전기로써 베스트바이에 대응하고 있다. 베이징의 마디엔(馬甸)에 개점 예정인 펑룬전기는 기존 궈메이 매장의 10배가 넘는 규모로 전자제품 이외에도 가구, 시계, 건강용품, 의료용품, 완구, 자동차제품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구비한, 미국의 홈데포(Home Depot)와 같은 컨셉트의 매장이 될 것이라고 한다.
사실 마디엔 점포 부지는 베스트바이가 베이징 1호점 개점을 위해 확보하고자 했으나 궈메이의 훼방으로 놓친 자리다. 그런 후 베스트바이는거액을 들여 우싱을 합병했다. 우연인지 몰라도‘성동격서(聲東擊西)’격이 돼버렸다. 궈메이는 대규모 매장을 운영해 본 경험이 없다. 또한 고급화 서비스, 고객 만족 등은 궈메이의 경영 철학과는 거리가 멀다. ‘베스트바이가 점포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겠다’에서 출발한 전략이라면, 성공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궈메이는 옳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자칫 송충이가 뽕잎을 먹는 꼴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 6월 14일에는 또 하나의 재미난 뉴스가 흘러나왔다. 로컬 3강이 베스트바이에 대응하기 위해 상호지분 교환을 통해 동맹을 결성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외국 자본까지 끌어들인 상장회사들이 10-15% 규모의 지분을 상호 교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결국 하루 뒤 3강의 총수들은‘들은바없다’,‘ 연합은 있어도 연맹은 없다’,‘ 합병은 공멸의 길이다’라며 상호지분 교환설을 전면 부인했다.
향후 구조조정 시나리오
이쯤 되면 향후 유통업계의 구조조정 방향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3+1의 팽팽한 긴장 체제가 지속될 것인가? 베스트바이가 기존 유통 질서를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인가?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어느 쪽에 줄을 서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할까?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지만, 몇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도출해 보는 것은 가능하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베스트바이의 한판승>이다.
로컬 3강은‘우리는 태생이 다르다’며 각자도생(各自圖生)식의 대응을 하게되어, 결국 베스트바이가 약진해 3위 업체인 용러-따중 까지도 추가합병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있다. 그 결과로 유통 관행의 투명화가 급속히 진행되어, 제조업체에게 우호적인 유통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베스트바이가 또 다른‘불합리한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팽팽한 대립 국면 지속>이다.
로컬 3강의 조직적 움직임이 확대되면서,로컬과 글로벌 진영간에 팽팽한 신경전이 지속될 수도 있다. 빠른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베스트바이는 경쟁사와의 차별화에 주력하면서 하이엔드 시장에 집중할 것이다. 팽팽한 경쟁 국면은 곧 제조업체에게 더 많은 옵션을 제공하게 되며, 유통 환경은 지속적으로 호전될 것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3강의 무차별 공격>이다.
한걸음도 물러설 수 없다고 판단한 로컬 3강이 배수진을 치고 덤벼드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3강은 스크럼을 짜고 제조업체에게 협조를 강요하는 강수를 둘 수 있다. 제조업체 입장에서 거절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베스트바이가 일보 후퇴, 기존 유통 관행이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이는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가장 선호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글로벌 제조업체의 대응 전략
가전전문점의 횡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 가전시장은‘재주는 제조업체가 넘고 돈은 유통업체가 버는’불합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제조업체들은 입을 모아‘대체 유통이 절실하다’고 말해왔다. 따라서 글로벌 제조업체는 현재의 유통 지각변동을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써 활용해야 한다. 다른 업체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가능하다면 타 기업들과의 연합을 통해 세력을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새로운 국면’을 만들어가겠다는 태도가 필요하다. 다만 주의할 점은 경쟁 국면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업계의 동향을 시시각각 파악하고 전략을 고민하되, 실행은 한 템포 늦게 함으로써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다.....LG경제연구원 배영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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